| ||||
1월 9일, 마산시 내서읍 중리 잔디구장에는 여성 축구단의 높은 함성과 뜀박질로 한겨울 추위가 녹고 있었다.
천태종 삼학사(주지 영재, 마산시 회원동) 보살들로 구성된 삼학여성축구단(단장 하재연)의 새해 서원을 담은 연습이 열리던 날이었다. 2004년 4월 열리게 될 전국여성축구대회 우승을 목표로 매주 화, 목요일 두 차례 한겨울에도 비지땀을 흘리며 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삼학여성축구단은 이 날도 삼학사에 모여 부처님 전에 우승을 발원하고 운동장으로 향했다.
삼학여성축구단은 2년 전, 건강이 좋지 않거나, 비만으로 고민하는 신도들에게 운동에 주지스님이 축구를 권하면서 창단 됐다. 처음 축구를 시작했던 서너 명의 보살들은 그때부터 ‘축구는 남자들이나 하는 운동’이라는 편견과 싸워야 했고, 몇 분만 뛰어도 숨을 몰아쉬는 스스로의 체력과 고투를 벌여야 했다. 남편의 반대도 심했고, 훈련도 녹녹하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건강이 좋아졌고 힘든 훈련을 견뎌내며‘뭐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면서 생활에 활력을 되찾았다. 축구를 통해 생긴 자신감은 포교에까지 접목되면서 평범한 보살에서 친구들을 축구와 불교로 끌어들이는 포교사로 변모했다. 선수들의 열정으로 결국, 30대 후반부터 50대까지, 25명의 보살들이 모여 이제는 전국 우승을 바라보는 선수단으로 성장했다. 특히 삼학여정축구단은 70여 개에 이르는 전국의 여성축구단 중 여성 불자들로 구성된 유일의 축구단이라는 자긍심도 드높다.
| ||||
이후 기도 때마다 우승을 부처님전에 발원하고 일주일에 2차례씩 2시간 이상의 맹훈련을 감내해 나갔다. 스님이 맡아왔던 감독 겸 코치도 지난해 6월부터 진해 동진여중 축구단을 전국 우승시킬 정도로 축구광인 박경중(66) 대방중학교 교장으로 교체했다. 주로 만 60세 이상 노인으로 구성된 경남실버팀과 친선경기를 가져왔던 삼학여성축구단은 최근 대우백화점 직원팀, 석전택시 운전사팀 등의 친선경기 요청이 늘어나면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축구단에서 가장 연장자인 하재연(50) 단장은 “절에서 합창단, 서예부, 사물놀이 등 다양한 특활활동을 하며 신심을 키우는 분들이라 축구도 더 잘하는 것 같다”며 선수들 자랑이다. 뛰어난 슛감각으로 현역 중,고교와 맞먹는 실력을 인정받으며 공격수로 맹활약중인 이경숙(40) 보살은 “도반들과 함께 축구를 하면서 더욱 불심이 깊어진다. 건강과 불심를 챙기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절에서는 기도로, 경기장에서는 축구로 신심을 키우며 우승을 향해 질주하는 삼학사 여성축구단 보살들의 함성이 우승을 점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