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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절대 다수가 ‘불교가 변해야 한다’고 보면서도 불교가 희망을 주고 있다는 응답이 ‘아니다’는 생각보다 많았다는 점이다. 모순인 듯한 이번 결과는 불교가 우리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기반과 발전 가능성은 충분히 갖추고 있다는 ‘높은 기대치’와 그러한 눈높이에 이르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질타’를 동시에 품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불교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필요하다’는 응답이 무려 전체의 94.8%를 차지했다.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응답이 58.4%로 가장 높았지만, 전체의 36.4%는 ‘개혁 수준의 변화’를 주문했다. ‘이대로가 괜찮다’는 응답은 4.2%에 머물렀다. 일반신도(불교신도 37.0%, 일반인 26.3%)보다는 성직자(스님 43%, 다른 종교의 성직자 46.7%)가 상대적으로 더 높은 강도의 변화를 요구했고, 연령별로는 30대에서 ‘개혁적 수준의 변화’(45.5%)를 요구한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는 이유에 대해서는 전체의 30.4%가 종교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사회에 긍정적 인식을 심어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29.1%)이라는 응답이 바짝 뒤를 쫓았다. 다른 종교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22.8%)과 구습과 구태가 여전하기 때문(17.4%)이라는 응답도 비슷한 비율로 거론됐다. 불교신도들은 사회에 긍정적 인식을 심어주지 못한 점(30.9%)을 가장 큰 이유로 들었고, 일반인들은 다른 종교에 비해 경쟁력이 뒤떨어지기 때문(29.7%)이라는 응답이 가장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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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불교의 미래
“21세기 인류의 대안은 불교 사상이다.” 21세기 들머리에 유행처럼 회자되던 이 말은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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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종교가 없거나 불교 이외의 종교를 가진 사람들은 가톨릭(38.9%)―개신교(16.7%)―불교(6.0%) 순으로 답해 뚜렷한 인식 차를 보였다. 이어지는 질문에서 일반인의 경우 ‘막연한 느낌’ 때문에 그 종교를 선택했다는 응답(29.8%)이 두 번째로 높아, 사찰 수련회나 템플 스테이 등에 대한 일반의 높은 관심에도 불구하고 아직 우리 사회 저변에 깔려 있는 불교의 이미지가 그리 긍정적이지만은 않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희망적인 것은, 40(81.8%)ㆍ50(82.8%)ㆍ60대(79.2%)뿐 아니라 20대에서도 불교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는 사실이다. 51.1%가 불교를 택했다. 가톨릭과 개신교는 각각 10.0%, 8.8%에 그쳤다.(‘없다’가 23.4%) 20대 90명 중 33.4%(31명)만이 불교신도였다는 점을 감안하며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에는 질문을 바꿔 그 종교를 선택한 이유를 물었다. 전체의 57.4%가 “그 종교의 교리가 미래사회에 걸맞은 사상체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미래사회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기반을 갖고 있기 때문”(18.63%)이 다음으로 많았다.
종합하면, 미래사회에 걸맞은 사상체계와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기반을 함께 갖춰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바로 불교다.
●개선해야 할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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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급히 개선해야 할 한국불교의 문제점을 복수(2개까지 가능)로 물은 결과 ‘스님의 자질’을 든 응답자(19.0%)가 가장 많았다. 스님(29.0%), 스님 외 성직자(23.4%), 불교신도(15.9%) 할 것 없이 이 문제를 1순위로 꼽았다.
이러한 응답은 말 그대로 ‘자질이 낮다’는 뜻보다는 ‘승가교육체계의 개혁’을 요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설문조사의 다른 문항에서 어떤 종교의 성직자가 가장 존경받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36.3%가 불교라고 답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가톨릭(49.3%)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계종만 해도 출가해서 정식 스님인 비구(니)계를 받기까지의 교육 기간과 내용이 다른 종교에 비해 부실하다는 지적은 단골 메뉴가 된 지 오래다.
그러나 시급히 개선해야 할 문제점으로 ‘사회참여 부족’(14.6%)과 ‘기복화’(11.5%)를 든 응답자의 비율도 만만치 않았다. 여기서 한 가지 눈에 띄는 특징은, 다음으로 많은 불교신도들이 ‘사회참여 부족’(12.8%)과 ‘기복화’(11.8%)를 든 데 반해 스님들은 ‘내부 분열’(25.3%)과 ‘사찰재정 불투명’(14.2%)을 들었다는 점이다. 일반인들이 ‘스님의 자질’(12.3%)이나 ‘사회참여 부족’(12.3%)보다 ‘내부 분열’(14.4%)을 최우선순위로 꼽았다는 점에서 해석의 여지를 남겨두는 대목이다. 이 질문에 대한 불교신도들의 무응답 비율이 무려 30.9%에 달한다는 것은 민감한 사안에 대해 드러내놓고 의견을 제시하는 것을 껄끄러워 하는 불교계의 분위기가 반영되지 않았느냐는 추측을 낳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