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7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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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설문] 계율 잘 지키지만 '변화'도 필요
계율 어느 정도 지키고 있나
●전문
변화는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명제다. 세상은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세상. 그 흐름을 읽지 못하는 한 낙오자가 될 수밖에 없다. 변화의 주체가 될 것인가, 아니면 그 물결 속에 휩쓸리고 말 것인가.

1994년의 불교개혁. 강산도 변한다는 10년 세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고쳐야 할 것은 많다. 구습은 여전하고 미래에 대한 청사진도 없다. 세월에 이끌려오기 급급했던 지난 시간들, 불교는 지금 그렇게 여기에 서 있다.

바꿔야 한다. 그것이 시대가 원하는 것이요, 미래의 주체로 거듭나는 길이다. 숨이 찰지도 모른다. 그래도 뛰어야 한다. 바꾸고, 또 바꾸면서 희망을 찾아야 한다.

●설문조사 취지 및 의미
올해는 불교 개혁 10주년이자 현대불교 창간 10주년이 되는 해이다. 현대불교 10년에는 불교 변화의 파노라마가 그대로 투영돼 있다.

그동안 불교는 많은 변화를 겪어 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도 개선해야 할 과제들은 많다. 불교가 미래의 희망이 되기 위해서는 이런 문제점들을 극복하고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이에 현대불교는 한국불교가 무엇을 벗고, 무엇을 찾아야 하는지를 진단하기 위해 신년특집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의 방향은 계율, 불교 이미지, 발전방향 등 크게 세 가지다.

계율은 승ㆍ재가의 현재 모습을 그대로 반영하는 바로미터다. 따라서 계율이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고, 또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지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불교 이미지에 대한 조사는, 승ㆍ재가는 물론 불교 전체의 위상을 가늠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가치가 있다. 또한 현재 한국불교의 모습 그대로를 파악하고 무엇을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지를 파악한 것도 이번 설문에서 빼놓아서는 안될 핵심이다.

설문은 현대불교신문 독자들을 대상으로 삼았다. 그러나 불교인과 비불교인의 시각을 고루 반영하기 위해 설문 대상자에 스님과 재가불자 외에 다른 종교 성직자와 일반인(타종교인과 무종교인 포함) 등을 고르게 포함시켰다.

설문 방식은 우편 설문과 이메일 설문을 병행했으며, 모두 1만부를 발송해 711부를 회수했다. 응답자 신분별로는 스님 200명, 다른 종교 성직자 15명, 불교신도 327명, 일반인(타종교인 및 무종교인) 167명이다.

연령별로는 50대가 197명(27.71%)으로 가장 많았고, 40대 187명(26.31%)-60대 이상 130명(18.28%)-30대 97명(13.64%)-20대 90명(12.66%)-10대 10명(1.40%) 순이었다. 10대와 다른 종교 성직자는 표본수가 작아 연령별, 신분별 분석 대상에서는 제외했다. 성별은 남자 377명(53.02%), 여자 334명(46.98%)으로 비슷했다.

응답자 주거지역별로는 서울과 인천ㆍ경기, 대구ㆍ경북, 부산ㆍ경남이 10% 이상을 차지했고, 대전ㆍ충남, 광주ㆍ전남, 강원, 충북, 전북은 4~9% 가량이었다. 제주는 2% 정도였다.


●계율, 어느 정도 지키고 있나

계율을 어느 정도 지키고 있는지에 대한 점수(10점 만점)를 준다면 승가와 재가는 얼마나 될까. 승가의 경우는 ‘7점(비난받을 정도는 아니다)’이 33.6%로 가장 많았고, 9점이상(잘 지키고 있다)17.4%-8점(문제없다)17.3%-6점(잘 지키지 않는다)16.2%-5점이하(상당히 문제있다)9.0% 순이었다.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시각이 다소 우세함을 알 수 있다.

눈에 띄는 대목은 스님들 스스로가 계율을 잘 지키지 않는다고 응답한 경우가 많았다는 점이다. 5~6점을 준 스님이 33.5%나 됐다. 불자와 일반인의 20~25%에 비해 10% 가량 높은 수치다.

불교신도의 경우는 5점이하가 28.9%로 가장 높았고, 6점 28.5%-7점 22.1%-8점 10.1%-9점이상 4.2%순이었다. 부정적 시각(5~6점)이 57.4%로, 긍정적 시각(8~9점이상) 14.3%보다 훨씬 높았다. 계율이 생활 속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부정적 시각은 일반인보다는 스님과 불교신도들에게서 20%가량 높았다.


계율 바꿔야 하나
●계율, 이대로 좋은가

계율이 시대흐름에 따라 변해야 한다는 응답이 64.7%로, 아니라는 응답 34.9%에 비해 20% 가량 높았다. 이같은 시각은 일반인(72.5%)은 물론 스님(61.5%)과 불교신도(62.1%) 사이에서도 폭넓게 자리 잡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이할 만한 것은 이 질문을 설문의 1번 문항에 배치해 음주나 육식 등과 관련한 다른 문항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했음에도 불구하고 변해야 한다는 응답이 높게 나왔다는 것이다. 이는 계율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알든 모르든 간에, 계율에 대해 고전적이거나 현실과 동떨어진 측면이 있다는 평소의 생각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연령별로는 20ㆍ30대에서 '변해야 한다'는 응답이 75% 정도로 높았으며, 여자보다는 남자가 7% 정도 많게 변화를 요구했다.


스님의 음주ㆍ육식 문제
●스님의 음주, 육식 어떻게 봐야 하나

스님 응답자 200명 가운데 출가 이후 육식, 음주, 흡연 경험이 없는 경우는 18명(9%)에 불과했다. ‘육식과 음주를 해봤다’는 응답이 67명(33.5%)로 가장 많았고, ‘세 가지 모두 다 해봤다’는 응답자도 42명(21%)나 됐다. 전체적으로 보면 육식을 해봤다는 응답이 가장 높았으며, 흡연 경험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스님들의 음주와 육식에 대한 보편적 인식은 어떨까. 전체 711명의 응답자 가운데 232명(32.6%)만이 ‘둘 다 본분에 어긋난다’고 답했을 뿐, ‘육식은 어느 정도 괜찮다’ 30.2%, ‘둘 다 어느 정도 괜찮다’ 29.9%를 합쳐 60% 넘는 응답자가 최소한 육식은 허용해도 좋다는 입장을 보였다. 일반인보다는 스님과 불교신도가 조금 더 개방적이었으며, 음주를 괜찮다고 한 응답은 7% 정도에 불과해 매우 부정적이었다.

이같은 결과는 육식의 경우 건강을 유지하는데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계율이 잘 지켜지지 않고 있거나, 계율이 시대 흐름에 맞지 않는다는 두 가지 측면에서의 해석이 가능해 이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스님 승용차 보유, 골프ㆍ스키 허용
●스님의 승용차 소유, 골프ㆍ스키 괜찮은가

승용차 소유에 대해서는 ‘문제시할 일이 아니다’(42.6%)는 답변이 가장 높은 반면, ‘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응답은 12.9%에 불과했다. 소형 승용차나 사찰 명의로 소유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은 44%가량이었다. 스님들의 활동에 승용차가 필수항목임을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골프와 스키를 즐기는 것에 대해서는 ‘본분에 어긋난다’는 응답이 37.8%로 가장 높았다. ‘국민정서상 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응답도 36.4%에 이르는 등 부정적 인식이 74%를 넘었다. 이같은 부정적 시각은 스님이 가장 높았다.
한명우 기자 | mwhan@buddhapia.com |
2003-12-27 오전 9: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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