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사회에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종교는 불교다. 그러나 전제가 있다. 변화다.’
한국불교의 미래를 진단하기 위해 현대불교신문이 2004년 신년 특집으로 본지 구독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대부분이 불교에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으면서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결과는 본지 구독자 711명의 응답을 종합한 것이며, 이 가운데에는 스님(200명)과 불교신도(327명) 외에 비불교인(타종교인 및 무종교인) 182명(25.6%)도 포함돼 있다. 설문은 12월에 실시했다.
설문에 따르면, 미래사회에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종교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75%가 불교를 지목했고, 개신교와 천주교는 5~6%대에 불과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교리가 미래사회에 걸맞는 사상체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57.4%로 가장 많았다.
그러나 불교의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응답자의 94.8%가 ‘변화가 필요하다’고 답했으며, ‘개혁 수준의 변화’를 주문한 비율도 36.4%에 달했다. 변화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서는 ‘종교로서의 기능 부족과 사회에 긍정적 인식을 심어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대답이 59.5%나 됐다. 불교가 지니고 있는 잠재력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머리에서 발끝까지 모두 바꾼다는 인식전환이 필요하다는 요구인 셈이다.
응답자들의 이런 주문은 계율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시대흐름에 따라 계율도 변해야 한다는 응답이 64.7%나 됐고, 이에 따라 스님에게 육식 정도는 허용해야 한다는 견해도 60%에 달했다.
한국불교가 발전 계승시켜야 할 항목으로는 사찰 문화나 교리, 계율정신 등과 비교해 수행전통(38.5%)이 압도적이었으며, 가장 시급히 개선해야 할 문제점으로는 스님의 자질(19.0%)이 1순위였다.
‘불교를 대표하는 이미지’로는 산사(41.5%)와 수행하는 스님(35.4%)이 가장 많이 꼽혔으며, 응답자 10명중 8명은 사찰 방문을 계획하고 있거나 방문하고 싶다는 욕구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