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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보살들의 목청이 커지기 시작한다. 12월 22일 지하철 6호선 보문역, 인근에 위치한 보문사(주지 진일)가 동짓날을 맞아 시민들에게 대접하겠다고 한 솥 가득 팥죽을 쑤어가지고 나왔다.
“예부터 동짓날은 24절기 중 가장 큰 명절로서 붉은 팥을 곳간 헛간 방 등에 뿌려 잡기를 없애고, 이웃과 함께 팥죽을 쑤어 먹으며 잔병과 액운을 막았던 날입니다.”
동지 풍속을 설명한 보문사 주지 진일 스님은 “아름다운 세시풍속인 동지가 점차 잊혀지는 것이 못내 아쉬워 3년전부터 신도들과 함께 팥죽을 쑤어 나오게 됐다”고 말하며 주걱을 움켜지었다.
“한 그릇 더 주세요.” “야. 얼마만에 팥죽을 먹어보는 건지 모르겠네.”
지하철역을 오가는 사람들은 구수한 팥죽냄새에 이끌려 왔다 스님과 보살들의 따뜻한 정성을 한 그릇 뚝딱 먹고 그 행복함을 전파하기 시작했다.
“미나 엄마. 여기 팥죽 좀 먹고 가.” “김씨. 보문사에서 팥죽을 다 쑤어가지고 나왔네 그려.” 어느새 보문역은 반가운 인사말과 정담이 오가는 이웃들의 사랑방이 되어갔다.
1시간도 채 되지 않아 동이 난 찜통. 짧은 시간이었지만 500인분의 팥죽은 불경기와 함께 삭막해지고 굳게 닫쳐진 사람들의 가슴을 훈훈하게 덥히기에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