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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궁궐의 용도로만 보면 ‘휴식공간’이라는 말이 어울리겠지만, 궁궐의 문화재적 가치를 간과할 수 없지요. 조선시대를 가장 잘 엿볼 수 있는 대표적인 우리 ‘문화유산’이 바로 궁궐이랍니다.”
11월 28일 경복궁에서 만난 ‘우리 궁궐 지킴이’ 불자 5인. 근정전 앞에서 궁궐이야기를 시작한 그들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궁궐객의 눈길과 발길을 좇으며 궁궐 만담을 계속했다. 현재 경복궁, 창경궁, 덕수궁, 종묘 등지에서 ‘궁궐 사수’ 활동을 벌이고 있는 시민자원봉사 단체 우리 궁궐 지킴이는 지난 99월 6월 시민단체 ‘겨레문화답사’가 만든 모임. 170여명에 이르는 회원들은 매주 금ㆍ토요일 궁궐의 유래와 역사, 건축물의 용도와 쓰임새 등은 물론, 궁궐의 주변환경 및 관람 질서, 문화재 정책까지 모니터링하며 조직적인 활동을 벌여왔다. 우리 궁궐을 가깝고 친근한 곳으로 만들고, 조선시대 역사와 문화를 느낄 수 있는 역사 교육의 장으로 거듭나게 하자는 취지에서다.
취지만큼 이들의 전문성 또한 빛이 난다. 궁궐지킴이가 되기 위해서는 두 달간 60시간에 걸친 강의와 현장 답사를 통한 실습교육을 받아야 한다. 교육을 수료하면 6개월 동안 선배 지킴이와 함께 수습기간에 들어간다. 이 같은 교육시간만큼 선발과정도 엄격하다. 무보수 순수 자원봉사인데도 세 번 지각하면 결석, 세 번 결석하면 퇴학이라는 규율을 적용해, 지원자 중 60퍼센트만이 살아남을 정도다. 우리 국민에게 올바른 역사의식을 심어주는 역할은 그만큼의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쉽게 맡길 수 없다는 공감대가 엄한 교육과정의 지침이 됐다.
“역사공부뿐만이 아니에요. 궁궐을 공부하다 보면 불교미술과도 가까워질 수밖에 없지요. 정기적으로 사찰답사를 떠날 때면 사찰의 단청이나 주련을 유심히 살피게 되죠. 그러다 궁금한 것이 생기면 또 공부를 시작하게 되는 거구요.”
김영길(45) 씨는 조선시대를 이해하려고 시작한 궁궐지킴이 덕에 국립중앙박물관 불교유물 안내 자원봉사까지 맡게 됐단다. 김 씨 외에도 서울시 문화유산해설사, 문화재 현장학습 교사 등 문화재 관련 업무와 인연이 닿은 회원들이 많다. 그런 활동이 왕성해지면서 문화재를 보는 안목 또한 깊어져, 궁궐지킴이 요청으로 사성전 해시계단이 마련되기도 했고 균열이 생긴 기와의 보수관리 신청 또한 왕왕 이어지기도 한다.
‘배워서 남주자’를 모토로 오늘도 궁궐 구석구석을 활보하는 우리궁궐지킴이. 그들의 세심한 정성과 프로의식이 세계적인 한국의 미(美)로 꽃피어 오를 날을 기대해 본다.
(02)723-4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