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9일 오전 10시가 가까워오자 수원포교당 경내에 빠른 발걸음 소리가 가득하다. 이날은 한 신도 부친 영가의 49재가 예정된 날. 개나리색 상의에 밤색 조끼를 덧입은 신도들이 법당과 종무소를 종횡무진 왕래한다. 마치 가족의 재를 치르듯 각종 공양물과 책자 등을 부지런히 나르고 챙기는 모습들이 꽤나 믿음직스러워 보인다.
10시, 재가 시작돼도 마찬가지였다. 법당 한켠에 가부좌를 틀고 앉은 16명의 신도들은 재가 진행되는 내내 굵고 힘있는 목소리로 염불을 계속했다. 영가의 극락왕생을 일념으로 기도하는 듯 곱게 모은 두 손과 긴장이 서린 눈매가 예사롭지 않다. 집전 스님의 염불에 힘을 싣는 동시에 재가신도들을 천도법회 속으로 끌어가는 이들. 바로 수원포교당 염불봉사단 목련회(회장 이경복) 회원들이다.
“우리들의 염불로 영가와 그 가족들이 편안해질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복입니까. 저희는 ‘봉사단’이라 불리고 있지만 사실은 ‘복을 받고 다니는 사람들’이지요.”
이경복(49) 목련회장의 말에서 느낄 수 있듯, 목련회의 염불봉사는 진실한 마음가짐에서 시작된다. 영가의 안위를 위한 마음 하나로 절에서 치르는 49재는 물론, 병원이나 장례식장 ‘시다림(망자를 위한 설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이들이다. 특히 고인의 장례식장에서 밤낮 가리지 않고 이어지는 시다림 요청에 대해서는 언제 어느 곳이든 머뭇거림없이 달려간다. 봉사단 개개인에게는 내일 또다시 돌아올 시간이지만, 고인에게는 다시 없을 소중한 시간이라는 생각에서다.
“실제 봉사에 참여하기 전에는 염불봉사의 의미를 제대로 깨닫기 힘들었어요. 그런데 직접 망자 앞에 서서 염불을 시작하니 염불이 산 자와 죽은 자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알 수 있겠더라구요.”
박순희(47)씨는 그동안 수많은 재와 시다림을 다니며 사별의 순간을 지켜봐 왔다. 그래서 고인의 영정을 마주보며 <반야심경>을 한 소리로 욀 때, 아미타불과 지장보살을 일념으로 부를 때, 남겨진 자들에게 어떤 변화를 줄 수 있는지를 막연하게나마 깨닫게 됐다. 십여 명이 이루는 염불화음으로 가족들의 맺힌 슬픔을 조금이나마 풀어낼 수 있다는 것, 내 지극한 정성으로 영가가 육도윤회의 사슬을 끊고 극락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을 마음 깊이 새기고 염불에 임해온 그들이다.
“모든 것을 지극한 마음으로 끌어가려고 하다보니 가끔 감정조절이 안돼서 당혹스러울 때가 있어요. 가장 침착해야 할 순간인데 말이죠.”
얼마 전 장애인 아기의 장례식장에서 그만 복받친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는 송경애(44) 씨. 몸보다는 마음으로 시작하고 끝맺는 일이라 그 마음 챙기기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단다. 그 가운데서 삶의 의미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니 이보다 값진 교육이 어디 있을까를 되묻는 송 씨다.
3개월에 이르는 혹독한 입문교육과 매주 이어지는 경전공부가 뒷받침 돼 더욱 빛나는 목련회. 이들은 염불봉사 외에도 서호복지관 주간보호센터에서 치매 어르신을 위한 봉사도 펼치고 있다. 또한 매년 양로원과 장애인복지시설을 방문해 생활필수품과 보시금을 전달하기도 한다. 이밖에도 매년 백중기도를 회향하며 타종교 어르신들까지 초청해 잔치까지 베푼다는 목련회. 염불로 시작한 회원들 봉사의 꽃이 극락에서 목련처럼 피어오를 날을 기대해 본다. 수원포교당=(031)255-26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