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이나 국가보다도 도덕적 상위개념으로 존재하는 종교계. 그만큼 종교계가 가장 모범적인 운영과 재정이 투명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불거진 YWCA의 국고금 횡령사건, 꽃동네의 파문 등에서 볼 수 있듯 투명하지 않은 재정운용은 종교계가 국민들의 지탄을 받는 요인이 된다.
지금까지 ‘객관적인 외부 회계감사’를 받아 이를 공개하는 종교단체가 없었던 상황에서 서울 석촌동 불광사(주지 지정)가 이례적으로 자진감사를 받은 뒤 12월 중순 그 결과를 신도들에게 공개하겠다고 밝혀 종교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불광사는 신도 1만명의 대형사찰이어서 재정 투명성 확보의 난제를 안고 있는 종교계에 파급효과가 클 전망된다.
불광사는 최근 외부 회계사를 동원해 1999년 이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의 사찰 재정에 대한 회계 감사를 받았다. 불광사 감사결과 전문가가 회계장부를 작성하지 않아 사소한 실수와 혼동, 절차상의 미비 등이 지적됐지만, 가장 관심이 집중되었던 공금의 횡령은 전혀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 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한 각종 장치 및 현금 취급직원들의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상호 견제장치, 고액 지출의 적정성을 높이기 위한 공정한 입찰제도 실시 등 회계시스템의 상호견제등 제도적인 장치마련이 보완사항으로 지적됐다.
불광사는 이번 회계감사를 시작으로 월간 불광, 불광출판사, 불광유치원 등의 산하기관까지 회계감사를 확대한 뒤 매년 상하반기로 나눠 감사결과를 신도들에게 가감 없이 공개할 예정이다.
불광사 재정감사를 실시한 가통릭 신도인 회계사 정명철 씨는 “불광사의 결단이 불교계의 전반적인 쇄신과 개혁의 출발점이 될 것으로 믿는다”며 “가톨릭, 개신교등 타종교계도 불광사의 좋은 선례를 본받아 모든 종교단체가 외부회계감사의 제도화에 동참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