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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실대 불교학생회 사람들은 이 말부터 했다. 선교사가 세운 미션 스쿨, 그 땅 한복판에 ‘불교공동체’를 20년 넘게 꾸준히 일궜다며 이렇게 말했다. 표정은 남달랐다. 불교 불모지에 작은 불국정토를 만들었다는 자부심. 고스란히 이들의 얼굴에 담겨있었다.
지난 11월 20일, 숭실대학교 불교학생회(회장 박지용ㆍ02학번ㆍ이하 숭불회)를 찾았다. 4평 남짓 되는 학생회실에 숭불회원과 동문 7명이 모여 있었다. 학생회실은 비좁았다. 하지만 여느 대학교 동아리방은 아니었다. 여법한 ‘법당’이었다.
“작지만 소중한 공간입니다. 불상과 목탁 들고 이곳저곳 전전하던 80년대 초창기 때 비하면, 너무나 큰 법당입니다. 덕분에 학교랑 많이도 싸웠습니다. 개신교 종립학교에 불교 동아리가 가당키나 했겠습니까?”
박준성 법우(99학번ㆍ컴퓨터공학과)가 동의를 구했다. 나머지들도 고개를 끄떡거렸다. 잠시 후, 동문모임 바라밀회 김형배 회장(79학번ㆍ성일전기 대표)의 말이 이어졌다.
“맑은 하늘에 날벼락이었을 겁니다. 지난 87년, 숭불회 이름으로 도서관 앞 광장에서 첫 야외 행사인 승무공연을 올렸을 때였습니다. 그 당시, 목사님과 장로님들은 졸도할 뻔 했습니다. 이후 법회는 계속됐습니다. 89년엔 큰 스님 초청법회를, 90년엔 가릉빈가 합창단 공연과 탑돌이 행사를 봉행했습니다.”
그렇다면 숭불회의 이 같은 치열함은 어디서 나왔을까? 교내에서 불리는 ‘불교독종(?)’이란 이들의 별명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그간 숭불회는 신입회원을 받으면 불교기초부터 철저히 가르쳤고, 빠짐없이 법회를 열었다. 또 방학 때면 수행의 고삐를 놓지 않고 수행에 매달렸다. 별명의 진가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87년에는 학교 내 ‘숭실기독인연합회' 창립에 자극을 제공했으며, 이것도 모자라 각 학과 신우회 조직 결성에 불을 지피게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88년에는 숭불회가 직접 ‘숭실대종교학생협의회’ 발족을 주도해 종교간 대화의 장을 마련했다.
숭불회의 남다른 점은 동문들의 적극적인 지원에서도 엿볼 수 있다. 지난 90년에 결성된 동문모임 바라밀회는 재학생 간부 장학금 지원은 물론, 행사 때마다 허드렛일을 돕고 있다. 자랑거리는 또 있다. 매년 두 차례씩 여는 ‘home coming day'나 동ㆍ하계수련대회에서는 숭불인들이 선ㆍ후배 사랑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박지용 숭불회장은 “언제나 당당한 숭불인 이고자 합니다. 불교를 사랑하는 청년 불자임이 자랑스럽다”며 “앞으로는 학우들에게 친근하고 쉬운 불교로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