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7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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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대 불교회, 창립제 대신 나눔의 집 방문
“창립제라는 동문들만의 자체행사에서 벗어나 창립 38주년 숙명여대 불교학생회(이하 숙불회)의 본질을 이곳 나눔의 집에서 찾고자 합니다.” 이효정(01학번)

11월 15일 오전 경기도 광주에 위치한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작은 삶의 터전 나눔의 집. 창립제 대신 나눔의 집 방문을 선택한 숙불회 학생들은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을 둘러보며 당혹스러운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하얀 저고리에 갈래머리를 곱게 늘어뜨린 또래 소녀들이 일본군에 의해 처참히 유린당하는 모습. 학생들은 할머니들의 증언이 담긴 다큐멘터리와 사진·영상자료들을 보며 입을 굳게 다물었다. 지켜주지 못한 나약함. 어찌 정부의 무관심과 의지력 부족만을 탓 할 수 있으랴. 내 나라 내 민족, 그리고 내가 내지 못한 마음인 것을….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텔레비전과 신문 등을 통해 수차례 접했지만, 이렇게 참혹하고 비참할 줄은 몰랐어요. 공감한다는 말을 감히 내뱉을 수 없네요.” 김보희(00학번)

“1박 2일간의 짧은 일정을 통해 많은 것을 알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안 해요. 단지 삶의 중요한 그 무엇인가를 느낄 수 있으면 해요.” 전채연(02학번)

학생들은 역사관을 나오며 다시 한번 이번 방문의 목적을 되새겼다. 아픔은 한번이면 족하다. 되돌릴 수 없다면 보호해줘야 한다. 아무리 힘의 논리로 좌지우지되는 세상이라지만 묵인되어서는 안 될 진실이 있다.

“봉사개념이 아닙니다. 위로의 차원도 아닙니다.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던 사실들을 정확히 알고자 합니다. 그 과정을 통해 스스로를 되돌아보고자 합니다.”이효정 학생의 말에 학생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할머니들의 숙소로 발길을 돌렸다. 어떠한 얼굴로 할머니를 대해야 할까.

“어여 와. 어여. 여기 좀 주물러줘. 아퍼.” 박두리 할머니(81)의 투정(?)에 학생들의 얼굴이 밝아진다. 할머니를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기쁘다.

“할머니 어디가 편찮으세요?” 조소영(99학번)
손녀 특유의 애교스러움으로 할머니 곁에 다가가는 학생들. 어깨도 주물러 드리고 도란도란 말벗을 해드리다 보니 어느덧 해가 저물어갔다.

“할머니들하고 같이 먹으려고 떡하고 고구마 싸왔거든요. 그거 준비해 올께요.” 김낙의(02학번)

“할머니. 저희 장기자랑도 준비했어요. (웃음) 밀양아리랑하고 군밤타령이랑 몇 곡이요. 연습 많이 못했지만 예쁘게 봐주셔야 해요?” 전채연 학생의 말에 한도순 할머니(83)가 안심을 시킨다. “그럼 그럼. 뭘 해도 다 예뻐. 그런 걱정마.”

할머니들과 둘러앉아 고구마를 후후 불어가며 따뜻한 정을 쌓은 학생들. 할머니들의 잠자리를 봐준 후에야 법당에 모여 앉은 학생들은 주제명상과 발원문 쓰기, 108배 정진 등으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할머니들에게 잠시 왔다가는 학생들로 기억되고 싶지 않아요. 더 나이가 드셔서 기억이 희미해 지셔도 저희들 믿고 편안히 눈감으실 수 있도록 노력해야죠.” 조소영 학생의 말에 숙불회 회장 이효정 학생이 새로운 제안을 한다.

“수요집회에 참여할까요? 다 같이는 아니더라도 한두명씩이라도 시간이 날 때마다. 어때요?”

“그거 좋다. 큰 힘이 되어드릴 수는 없어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실천해 봐요.”

“저 수요일 수업 없어서 갈 수 있어요.”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는 동참 의견들. 숙불회 학생들은 광화문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리는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수요법회에 참여하기로 약속하고는 할머니들과 자신들을 위한 발원문을 작성하며 방문일정을 마무리 지었다.

“할머니들의 낮은 목소리. 조용한 침묵시위가 언젠가 시간이 지나서 사라지게 되더라도 대신 우리가 서있겠노라고. 당신들의 못다 핀 꽃. 우리가 새롭게 피우겠노라고….”
김은경 기자 | ilpck@buddhapia.com
2003-11-20 오전 9: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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