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7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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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축사 불교사회봉사회, 서울대병원 봉사
초심을 지켜가는 것만큼 어려운 일은 없다. 그것이 내 안위와 무관한 ‘타인을 위한 봉사’라면 더 그렇다. 게다가 그 내용조차 ‘봉사’라 이름붙이기 힘들 정도로 소소한 일인 경우에는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11월 13일 찾은 한국불교사회봉사회(회장 김명순) 회원들에게만은 이것이 편견에 지나지 않는다. 그네들은 이미 12년째 서울대학교병원 사회봉사실 한 켠에 앉아 의료기구를 손질하고 있다. 당시 50대 ‘주부’였던 최옥실(71) 할머니는 봉사와 함께 칠순을 맞았고, 한원자(65) 할머니는 예쁜 며느리를 두 명이나 들이게 됐다. 귀밑머리는 하얗게 시어가고 세상사는 거칠 것이 없어졌지만 이들의 일은 변한 것이 없다.

“수술용 솜을 포장하는 일이야. 이렇게 네 개씩 뜯어서 포장지에 싼 다음 테이프로 봉해. 그럼 저기 삼성 보살이 10개씩 묶어서 상자에 담지.”

하는 일이 무엇이냐고 묻자 16명의 노보살들이 앞다퉈 설명에 나선다. 이들의 업무는 수술용 솜 손질. 공장에서 바로 들어온 솜박스를 뜯어 그 안의 솜을 다루기 쉽게 떼어낸다. 그리고 얇은 솜을 4장씩 분리, 10개를 하나로 묶어 소독실로 올려보낸다. 이 묶음들은 소독실에서 일제히 멸균과정을 거치게 된다.

“뭐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함부로는 할 수 없는 일이라우. 우리 손을 거친 재료로 환자들의 아픔을 닦아내는 것이니 말여.”

임만순(62) 할머니 말대로 그들의 손짓에는 각별한 정성이 배어있다. 병원의 의사들처럼 환자들을 직접 대하지는 않지만, 그들은 의료기구로나마 환자들을 만난다는 생각을 놓은 적이 없다. 환자의 병 치유에는 의사의 의술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긴 하지만 치료기술이 전부가 아니다. 불교사회봉사회 보살들은 오랜 신행경험에서 ‘정성’이라는 명약의 중요성을 깨달았기에, 솜조각 속에 마음을 실어 환자의 쾌유를 일념으로 기도한다. 겨자씨 속에서 수미산을 노래하듯, 작은 솜조각 안에 약사여래의 깊은 뜻이 가득하기를 발원해 온 것이다.

불교사회봉사회 회원들의 봉사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천축사 신도 중심으로 이뤄지는 두 팀의 ‘서울대병원 의료기구 손질봉사’ 외에도, 각종 차와 단주 등을 팔아서 매년 천만 원 상당의 심장병 어린이돕기 기금을 마련하고 있다. 90년대 초에 시작한 ‘심장병ㆍ백혈병 어린이 돕기 자선음악회’로 서울대병원과 인연을 맺은 것이 계기가 돼, 이후 10 여년동안 변함없이 이어온 보시행이다.

이외에도 봉사회는 3백여 회원들을 중심으로 고아원, 양로원 등을 방문해 청소, 빨래 등을 해주며 꾸준한 노력봉사를 벌이는 한편, 생활용품을 별도로 지원해주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불자군인들을 위해 각 군법당 및 훈련소를 찾아 위문품을 전달하고 군인들에게 합장주를 걸어주며 부처님 말씀을 전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도봉구 장애인 소년소녀 가장 5명과 무의탁 노인 5명에게 매월 생활비를 지급하는 것을 비롯, 연말이면 자선바자회와 일일찻집 등의 행사를 마련해 불우이웃에게 보탬이 되고 있다.

12년의 세월동안 불교계 봉사의 든든한 버팀목이 돼 온 불교사회봉사회. 이들의 보살행 궤적을 되짚으며 앞으로 이어질 제2, 제3 봉사회의 출현을 기대해 본다. (02)997-9468
강신재 기자 | thatiswhy@buddhapia.com
2003-11-19 오전 9: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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