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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친구들은 몸이 조금 불편할 뿐입니다. 아이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스스로 하도록 도와주세요.”
80여명의 참가자들은 종실스님의 당부의 가슴에 세기며 첫 행선지인 영산강을 향해 출발했다. 3시간여 만에 도착한 영산강 하구.
“여기 철새가 있다.” 국립중앙과학관 자연사 연구실 백운기 박사의 외침에 아이들은 목청껏 소리를 지르며 언덕 위로 올라왔다. 자신들의 등치만한 휠체어를 힘들게 이끌고.
“와~ 새가 일렬로 쭉 앉아있다.” 세상에서 처음 보는 광경이 신기하기만 한 김민봉(성세재활학교 1학년) 학생은 옆에 앉아있는 강동휘(성세재활학교 1학년)학생을 쿡쿡 찌른다. “정말이네. 나 이거 텔레비전에서는 봤는데 실제로는 처음 본다. 나도 날고 싶어.” 점점 거세지는 비바람에 철새의 비상하는 모습을 볼 수 없었지만 아이들은 한참동안 망원경을 놓지 못했다. ‘언젠가는 날겠지.’하는 간절한 소망이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겨울철새 탐사뿐 아니라 국립해양유물전시관 견학, 영화관람, 고창 선운사 탐방 등 1박 2일간의 빠듯한 일정을 모두 마친 아이들은 전보다 한결 밝아진 모습으로 희망을 얘기하고 있었다.
“우주여행을 갔다 온 기분이에요.(웃음) 어제 본 배 있잖아요. 저 그 배를 모는 선장이 되고 싶어.” 정여울(성세재활학교 1학년)
“저는 영화배우가 될래요.” 이수경(성세재활학교 3학년)
머리 속 상상의 세계가 아닌 직접 눈으로 보고 접한 세상. 아이들은 그 모습을 꿈으로 미래로 되새기며 나들이를 마무리했다.
“우선 아이들이 밝아서 좋아요. 몸이 불편하고 말투가 어눌하다는 이유로 그동안 과소평가한 부분이 많았던 것 같아요. 사고의 세계가 넓고 깊은데도 말이죠.” 김미진(대전대 02학번)
“계속 돕고 싶어요. 휠체어를 들고 아이들을 안고, 제 몸은 지금 이 순간만 힘들지만 이 아이들은 평생 이보다 더 힘들어할 테니까요.” 이웅희(한빛고 3학년)
아무런 제약 없이 마음껏 날아올라 자유의 숨을 내쉬고픈 아이들. ‘장애인’이라는 새장 안에 갇혀 발 한발자국 내딛기조차 힘들었던 아이들이 작은 외침이 봉사자들의 가슴뿐 아니라 세상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우리 함께 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