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9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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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사 동화사 선원 대중공양, 금강선림회
11월 8일 오후, 가을비가 합천 가야산을 물들인 단풍을 적시며 산사로 내리고 있는 동안, 해인사 대웅전은 방장 스님의 2003년 동안거 결제 법어를 듣기 위한 준비가 한창이었다. 어느새 해인총림 방장인 법전(조계종 종정) 스님의 결제 법어를 기다리는 스님들로 대웅전은 가득 찼고, 궂은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대웅전 처마 밑까지 대중들이 들어찼다.

이들 틈에는 이른 새벽 서울에서 출발해 해인사로 향한 금강선림회(회장 김일심행, 46) 회원들도 자리를 잡았다. 이날 결제하는 해인사 선원 스님들에게 대중공양을 올리기 위해 빗 길을 한달음에 달려온 금강선림회 회원들은 긴 여정의 피로를 잊은 듯, 간절하게 두 손을 모았다. 법좌에 오른 법전 스님은 세 번 주장자를 내리친 후 법문을 시작했다.

"금우(金牛) 화상이 항상 공양 때가 되면 밥을 들고서 큰방 앞에 가서 춤을 추고 깔깔 웃으며 말했습니다. ‘납자들이여! 밥을 먹으러 오라.’ 금우 스님이 손수 밥을 짓고 춤을 추면서 사람들에게 밥을 먹으러 오라고 한 뜻이 참으로 무엇인지 알겠습니까? 이번 철의 결제대중은 정진할 때는 말할 것도 없고 발우를 펴고 공양하면서도 늘상 이 화두를 놓치지 말고 항상 참구하시기 바랍니다."

법문이 끝났건만 법전 스님의 '화두 놓치지 말라'는 간곡한 당부는 마음에 고스란히 남았다. 촉촉히 젖은 낙엽을 밟으며 해인사 선원에 오르는 동안 수좌스님들의 수행 뒷바라지를 위해 결성된 금강선림회 회원들의 마음은 남달랐다. 제 아무리 높은 사람이라도 함부로 출입이 허용되지 않는 선원을 금강선림회 회주인 선각 스님의 안내를 받으며 돌아보는 동안, 회원들은 90일 동안 치열하게 정진할 스님들을 그려보았다. 서너 시간 뒤면 죽비 소리와 함께 생사를 잊은 치열한 정진이 이어질 선원에서 삼배를 올리고 나온 회원들의 표정이 좀 전과는 사뭇 달라져 있었다.

"선방 문고리만 잡아도 삼생의 업이 멸한다는 말이 있잖아요. 오늘 선원을 돌아보니 일념으로 정진하시는 스님들에 대한 존경심이 새로워지고 불자로서 눈밝고 청정한 스님들께 공양 올릴 수 있어 감사합니다."

환희심에 가득 찬 회원들을 지켜보던 김일심행 회장은 "선원 스님들과 생사를 같이한다는 마음으로 신명을 다해 수행을 뒷바라지 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조계종 선방 수좌스님들의 정진을 후원하기 위해 지난 6월 결성된 금강선림회는 이날 처음으로 해인사와 동화사 선원을 찾아 대중공양을 올리는 것으로 고불식을 대신했다. 교구본사 주지 스님, 중앙종회 의원, 전국의 CEO를 비롯 이미 100여명의 회원으로 동참하고 있을 정도로 간화선을 중흥시키고 선원을 외호하겠다는 금강선림회의 취지는 높이 평가받고 있다.

해인사 선원에 대중공양을 올린 회원들은 해인사 도량과 해인사성보박물관을 돌아본 뒤 다음날 새벽, 법전스님께 화두를 받고 재가자 수행에 관한 법문을 들었다. 다음 날 동화사 선원 대중 공양까지 회향한 김 회장은 “전국 91개의 선원을 한 곳도 빠짐없이 후원할 계획”이라며 "금강선림회의 발원으로 간화선이 중흥되고 나아가 한국 불교가 발전하는 밑거름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스님들에 대한 불신으로 승가 전체가 폄하되고 있는 요즘, 금강선림회의 발원은 승가 내외의 선풍(禪風)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스스로 화두를 참구하는 재가 수행자로서, 또 수행승을 외호하는 호법신장으로서 정진하겠다는 금강선림회의 활동에 출재가 선객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천미희 기자 | mhcheon@buddhapia.com |
2003-11-12 오전 8: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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