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글 작성방법을 HTML이라고 하는데, ‘마우스로 찍으면서 여기저기로 옮겨 다니는 방식의 문서’로 이해하면 됩니다. 우리가 인터넷을 할 때 어떤 곳을 마우스로 누르면 바로 페이지가 열리지요? 그런 페이지들이 모두 이 HTML로 만든 것이죠.”
10월 28일 서울 삼천사가 운영하는 시립은평노인종합복지관(관장 고재욱) ‘컴돌이 봉사대’를 찾았다. 17명의 어르신들로 구성된 ‘컴퓨터 강좌 도우미’가 바로 이들. 복지관 컴퓨터 교육과정을 이수한 어르신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또래 어르신들의 컴퓨터 교육을 보조하고자 나선 봉사대다. 2000년 제 2기 가을 강좌를 수료하고 활동을 시작했으니 컴퓨터 도우미 경력도 어느덧 3년이 다 돼간다.
“처음에는 당연히 컴맹이었지요. 남아도는 시간에 산 오르는 것이 지겹던 터에 우연히 복지관의 ‘컴퓨터 무료교육’ 광고를 발견했어요. 호기심으로 시작한 일이 이렇게 이어질지는 아무도 몰랐죠.”
컴돌이 봉사단장 김윤식(75) 할아버지. 칠순을 넘겨 만지게 된 컴퓨터에 익숙하게 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한글 프로그램을 배우는 3개월 기본과정을 떼고부터는 모든 것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기본과정’에 이어 ‘인터넷 과정’과 ‘홈페이지 과정’을 성공적으로 끝낸 그는 ‘보조요원’을 넘어서 직접 강의에 나설 정도다.
“가르치는 사람이나 배우는 사람이나 연령대가 고만고만하다보니 한마디로 통하는 게 많습니다. 막히는 부분도 비슷하고 재미있어 하는 부분도 비슷하고…. 그래서 양쪽 모두 즐기면서 배우고 있죠.”
은평복지관 분소 어르신전용문화복지센터에서 이틀에 한번 꼴로 ‘한글 중ㆍ고급 과정’을 가르치고 있는 권봉래(70) 할아버지는 수업이 없는 날에도 문화센터를 지키는 전천후 도우미가 됐다. 한번의 강의만으로는 이해가 어렵다는 것을 이미 경험했기 때문에, 그는 난관에 봉착해 찾아오는 ‘제자 어르신’들을 위해 늘 대기 상태다.
그가 펼치는 일상의 봉사 때문일까. 문화센터는 어르신들이 격의없이 드나드는 사랑방 풍경을 자아낸다. 전직 외교관에서부터 미장이 할아버지에 이르기까지 수강생들은 다양하지만, 이런저런 훈훈한 미담에 어르신들의 마음은 하나가 된다. 그렇게 편안한 이야기를 나누는 와중에서도 ‘컴퓨터’란 화두가 그들 곁을 떠나지 않아 그 마음은 젊기까지 하다.
“얼마 전 60세 노인이 등록신청을 하러와 대뜸 ‘이 나이에 컴퓨터를 시작할 수 있겠냐’고 묻더군요. 뭔가 활동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젊음이고 또한 가능성이라는 것을 이들에게도 깨닫게 해주고 싶었죠.”
컴돌이 봉사대 뿐만 아니라 복지관 연극반과 민화반 등의 강좌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김응현(70) 할머니는 노년의 열정 하나로 어르신들에게 희망을 심어주는 분이다. 마음가짐에 따라 생활이 달라지고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는 가르침이 그의 활발한 봉사활동에서 오롯이 배어난다. 그런 이들이 하나 둘 모인 봉사단이기에 다짐 또한 옹골차다.
“컴맹이었던 노인들이 이 정도 가르치는 것을 보니 대단하다는 칭찬은 원치 않습니다. 그 어느 문화회관보다 잘, 그리고 열심히 가르치는 컴돌이 봉사단이 되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