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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람회, 녹야원 ‘환경개선 봉사’
“하는 일이요? 대중없습니다. 주택의 보수와 수리에 관한 것이면 뭐든지 다 합니다.”

주택 환경개선 봉사를 펼치고 있는 보람회(회장 이응석) 회원들에게는 특별히 정해진 봉사 일정이 없다. 누군가 도움이 필요하다고 요청해 오면 그것이 곧 이들의 일거리가 된다. 그렇다고 보람회원에게 현업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어떤 것이 ‘직장일’이고 어떤 것이 ‘자원봉사’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 뿐이다.

주택개량 및 수리ㆍ관리와 관련된 직업을 가진 자원봉사자들로 구성된 보람회. 의사가 무료진료를 펴고 미용사가 무료이발 활동을 벌이듯, 이들은 주택과 관련한 무료 보수ㆍ수리 봉사를 펼치고 있다. 처음에는 도움이 필요한 곳을 일일이 찾아 나섰지만, 서울시 사회복지협의회 환경개선과에 정식으로 자원봉사 등록을 마치면서 이 고민을 쉽게 해결하게 됐다. 수리가 필요한 복지관은 협의회와 연계해 보람회원들에게 개별적으로 작업을 의뢰하고, 보람회원들은 각자의 일정을 살펴 봉사가 필요한 현장으로 늦지 않게 달려간다. 녹야원, 성북시각장애인복지관, 연꽃마을 송파재가노인복지센터 등 수십 개가 넘는 복지관에 그 같은 보시행을 벌여온 것이 벌써 10년이 가까워온다.

그런 만큼 일거리도 늘었다. 특히 자금지원이 적은 복지관들 입장에서는 모든 보수공사를 무상으로 척척 해결해주는 이들 봉사자들이 얼마나 반가운지 모른다. 그래서 회원들은 방충망 설치와 문짝 수리 등의 비교적 간단한 일부터, 장애인용 핸드레일 제작 설치나 전기수리 등의 복잡한 일까지 손대지 않는 일이 없다. 게다가 7명의 회원들의 직장 업무 일정도 모두 다르기 때문에, 홀로 떠난 한번의 출장에서 모든 수리를 도맡아야 하는 경우가 잦다.

“단순한 수리점검 요청이 들어와 찾아갔는데, 막상 가서 살펴보면 단순한 문제가 아닐 때가 있어요. 그래도 한 가지 문제를 지속적으로 관리해 줄 상황은 못 되기 때문에, 한번에 확실히 끝내야 하는 것이 우리 일이랍니다.”

김병선(33)씨는 복지관을 통해 알게 된 이웃들의 수리요청도 마다하지 않는다. 넉넉지 못한 사정을 뻔히 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수년동안 봉사를 다니며 소외된 이웃들과 함께 하며 무주상보시를 체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든 일을 적극적이고 책임감 있게 해낸다. 아침 10시부터 밤 12시까지 이어지는 수도공사도 묵묵히 치러낼 정도여서 사람들의 인기와 신뢰를 한 몸에 받고 있다.

“한번은 독거노인을 찾아가 수리를 도왔더니 그냥 보낼 수 없다며 손에 돈을 쥐어주시더라구요. 봤더니 500원짜리 두 개더군요. 진심으로 건네는 건데 내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절대 무상의 철칙을 깨자니 꺼림칙하고….”

열심히 일하는 모습만큼이나 따뜻한 마음 씀씀이가 아름다운 이응석(40)씨. 그는 뇌성마비 복지관의 수리봉사를 인연삼아 장애인들과 나들이도 자주 즐기고, 뇌성마비 복지회에서 마련하는 정기 캠프도 함께 떠나곤 한다. 외로운 둥지를 수리하며 아빠의 온정과 손길을 심어준 덕에 그들과 함께 하는 일상도 곧 내 삶이 되어버렸단다.

“사실 시설관리와 관련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건물마다 한 명씩은 있을 텐데, 우리와 같은 봉사를 하는 사람은 눈에 띄게 적습니다. 시작만 제대로 해주면 또 다른 보람회가 생기는 건 시간문제이겠지요.”

요즘은 백화점 등지에서 사용하고 남은 고급자재들을 활용해 알뜰 수리봉사를 펼치고 있는 보람회원들. 또 다른 보람회가 생긴다 하더라도 자원봉사는 죽는 날까지 이어갈 것이라는 하정용(70) 씨의 발원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강신재 기자 | thatiswhy@buddhapia.com
2003-10-16 오전 8: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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