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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 주류(主流) 과학 진입
지난 9월 13~14일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에서 ‘마음 탐구(Investigating the mind)’를 주제로 열린 학술회의는 여러 면에서 '특별한'이란 형용사가 따라붙는다.

달라이 라마가 과학자들의 학술회의에 참석했다는 사실이 특별함의 앞머리를 차지한다면, 객관적인 증명을 생명으로 여기는 과학자들이 지극히 주관적인 '마음'을 학술회의 주제로 택했다는 사실이 다음을 잇는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번 학술회의의 보다 큰 의미를 다른 데서 찾고 있다. 명상에 대한 연구가 주류(主流) 과학에 공식적으로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는 데 의미를 두고 있는 것이다.

회의를 참관하고 돌아온 한마음과학원 김용환 기획실장은 "실용적인 학문인 의학 분야를 필두로 명상에 대한 개별 혹은 그룹 연구가 미국 내에 있어 왔지만 주류에는 들어가지 못했다"며 "생물학, 뇌 과학, 신경과학 등 기초과학 분야 연구자들이 학술회의에 참가했다는 것은 더 이상 '별난' 사람들이 아니라 제도권에 있는 보통의 학자들이 (명상에 대한 과학적 연구에) 관심을 표출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불교의 입장에서 볼 때는, '의술'이 과학이라는 도구를 빌어 '의학'이라는 절대적인 권위를 획득했듯, 대승불교가 일어난 것과 같은 또 하나의 '종교혁명'이라고 내다보는 학자도 있다.

명상의 효과에 먼저 주목하고 연구 결과를 내놓은 것은 의학 분야다. 심장질환이나 고혈압, 암 등 만성병 환자들이나 우울증, 불안장애, 공황 장애 등을 가진 정신과 환자들의 치료에 명상을 응용해 본 결과, 아주 중증환자를 빼고는 고통을 완화하고 마음을 차분하고 편안하게 만드는 데 실제로 효과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명상의 생리학적 효과는 하버드 의대 허버트 벤슨 교수가 1967년 처음 규명했다. 그는 명상할 때는 산소 소비량(뇌는 우리 몸의 14%를 차지하지만 산소의 35%를 소비한다)이 17% 줄어들고 마음의 평정을 가져오는 세타 뇌파가 많이 나오는 것을 발견했다.

조지아 의과대학의 베론 바네스 박사는 명상이 혈관을 확장하고 혈압을 낮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최근의 연구 결과들을 보면, 명상은 중독성 약물을 예방하고 중독자의 재활을 도울 뿐만 아니라 집중력과 면역 체계를 향상시키고 스트레스 관리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사실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이러한 연구 결과가 쌓이면서 명상을 실제 치료 현장에 적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미국 메모리얼 슬론-케터링 암센터는 종합 의료서비스 프로그램에서 전통적인 치료법과 함께 명상을 도입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인제대 의과대학 정신과학교실이 10여 년 전부터 명상을 치료법으로 적용하고 있고, 서울 서초구 꽃마을한방병원도 한의학과 요가 명상을 접목시켜 치료에 응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자기공명영상법(MRI)과 같이 뇌의 이미지를 촬영할 수 있는 첨단 장비가 개발, 활용되면서 뇌 과학과 같은 기초과학 분야에서도 이 분야의 연구 성과들이 축적되고 있다. 위스콘신 대학의 심리학과 리처드 데이비슨 교수는 명상을 할 때 뇌의 뒷부분인 전전두 피질의 오른쪽은 활성이 떨어지고, 왼쪽은 활성화되는 것을 찾아내기도 했다. 전전두 피질의 오른쪽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활성화되고, 왼쪽은 심리적 만족감을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MIT 공대 '두뇌 및 인지공학과' 낸시 캔위셔 교수는 외부에서 들어온 시각적 자극과 상상 속의 이미지가 뇌 속에서 전달되는 과정을 MRI 사진을 통해 비교한 결과 '명상 수행이 시각적 기억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세계적인 인공지능 전문가인 김사철 박사는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뇌 과학과 같은 기초과학 분야에서의 명상에 대한 연구는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고 잘라 말한다.

그는 "이제 겨우 명상을 하게 되면 뇌의 어느 부분에 무슨 변화가 있는지를 연구하는 단계에 들어갔다"며 "빨라야 21세기 중반은 돼야 의문이 풀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형진 기자 | jinny@buddhapia.com
2003-10-13 오전 8: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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