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9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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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수행열기...한국불교 체계화 시급
지구촌에 수행열풍이 강하게 불고 있다. 세계화, 정보화 사회가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군중속의 고독, 극도의 개인주의, 탈 권위주의, 정보의 공유, 사이버 가상공간과 인터넷 중심의 문화가 등장하면서 수행중심의 문화현상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수행문화의 확산은 가상공간과 문화의 단면을 극복하고 인간성과 주체성을 살릴 수 있는 대안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는데 의미가 있다. 한국사회에서도 전통간화선과 위빠사나 등 각종 수행법이 공존하며 각축을 벌이고 있다.

수행법의 다양화를 놓고 국내에서는 깨달음으로 가는 길인지, 아니면 조사선이 지니고 있는 문제점의 노출인지에 대해 끊임없는논란이 제기가 계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불교가 세계 수행문화의 중심이 되기 위한 방안은 없는지, 지구촌에 번지는 수행문화 열풍과 이 속에서 한국불교의 수행문화가 세계 곳곳에 뿌리내리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를 살펴본다.

지구촌 수행문화

“문명은 그 기반으로 삼고 있는 종교의 질에 의해 결정난다. 현대인이 가져야 하는 종교는 신(神)이 아닌 법(法)을 근본으로 하는 종교이다”

세계적인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1889~1975)의 '문명과 종교'에 대한 예견을 증명하듯 불교의 수행문화가 최근 몇 년 사이 지구촌에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

매년 10%씩 증가하는 유럽불교의 확산을 두고 종교, 사회학자들은 '20~21세기 가장 놀랄만한 현상', '이념의 시대에서 문화의 시대로 바뀌면서 필연적으로 서구중심에서 오리엔탈리즘으로 변환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유럽에서는 영국이 국내외 600여 곳에 선 수행센터를 설치하고 있으며, 프랑스에서도 94년 수만 명에 불과하던 불자들이 60~70만명으로 9년 사이 급격히 증가했다. 독일의 경우도 베를린 함부르크 프랑크푸르트 등 주요 도시마다 불교단체들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불교에 대한 관심이 주류사회의 큰 흐름으로 자리잡은 미국사회도 불교인구는 2백만명을 능가하고 있으며, 불교센터 및 사원은 1천70여개, 불교를 가르치는 대학이 3천여 곳에 이른다.

특이한 것은 서구사회의 불교가 수행중심으로 이어지고, 젊은층과 지식층이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구사회에서 불교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는 것은 참선과 명상이 '물질보다는 정신', '새로운 자유정신', '무한의 안정추구' 등에서 코드가 맞기 때문이다.

한국불교 미래는 수행에 달려

이런 세계적 흐름 속에서 수행에 관심 갖는 한국의 일반인들과 불자들은 1000년 이상의 역사, 중국과 한국에서 수많은 선장들을 배출한 조사선에 대해 왠지 멀게만 느끼고 있다.

서구사회에서는 조사선의 간화선법을 세계에서 유일하게 이어오고 있는 한국불교에 대한 관심이 거의 없다.

이제는 미국과 유럽에서 '불교'하면 티베트와 일본, 동남아시아 불교를 얘기하는지에 의문을 가져야 한다는 여론이다. 또 이에 대한 명확한 설명과 대책을 내놓아야 할 때라는 것.

근래 들어 제3수행법에 대한 불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원인을 전통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간화선 수행법의 한계에서 찾고 있는 점도 반성이 필요하다.
출재가 할 것 없이 불교의 개념을 여러 형태로 차용하고 혹은 변용하고 있는 이른바 '제3 수행법'에 서서히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제3수행법은 수행전통에 위배되지 않고 그동안 충분한 검증을 거친 북방불교의 간화선 묵조선, 남방불교의 위빠사나, 티베트 명상이 아닌 이봐타, 법륜공, 마음수련, 도가계통의 단학선이나 기수련등을 일컫는다. 불교와 매우 유사하게 보이들 제3수행법은 수행의 목적이 깨달음이 아닌 단순한 건강에 초점을 두거나, 단계에 따라 돈을 받거나 건강을 강조하는 등 불교수행과는 분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한국빠알리성전협회 전재성 회장은 "수행법의 본질은 기술적인 수행이 아니다"며 "제3 수행법은 불교의 전체적 수행체계에서 일부만을 따서 기술적으로 상품화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교 교단 내에 체계적이고 구체적이며, 과학화되고 표준화된 불교 수행법이 없다는 것은 일반불자들이 자신에게 맞는 수행법을 선택해 수행에 몰두할 수 있는 간화선등의 체계화 시급성을 드러낸다.

간화선 체계화통해 세계로

한국불교가 간화선의 전통을 이어가고, 번창시키기 위해서는 오늘의 시대에 맞고, 언어로 된 '수행체계'를 확립해야 한다는 여론이다.

현재 간화선의 가장 큰 문제는 전통에 따라 스승과 제자간의 문답-점검 시스템 부재. 대안은 문답식 법회와 정기 점검, 선어록 공부 등 간화선의 다양한 수행법을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간화선 수행법의 회복은 △수행에 대한 올바른 교육 △실천 수행 방법의 문제 △수행체계의 확립△대중화의 노력 △정진을 통한 수행풍토를 만들어갈 때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한국 불교계는 간화선 체계화를 이룬 다음 지구촌에 한국불교를 알리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미국 UCLA 동아시아언어문화학과 교수로 순천 송광사에서 수행한바 있는 로버트 버스웰 교수는 <파란눈 스님의 한국 선 수행기>에서 한국불교의 경쟁력을 높게 평가한다.

"한국불교 스님들이 어떻게 수행하고 있는가를 전 세계에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한국 선승들의 생활은 정통 선불교의 값진 모델이 된다"는 이 말은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국내에만 머물고 있는 한국불교가 가야할 길을 단적으로 제시하는 것이다.
김원우 기자 | wwkim@buddhapia.com |
2003-10-13 오전 8: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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