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사찰의 불교문화재가 화재에 무방비 상태인 것으로 알려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9월 30일 원주시 치악산 구룡사 대웅전(강원도 유형문화재 제24호)에 누전으로 추정되는 불이 나 3시간 만에 잿더미로 변했다. 오후 9시경 갑자기 정전이 된 뒤 대웅전에서 불이 번지자 구룡사 숙직실에 있던 이모(58)씨가 소화기로 자체진화를 시도했지만 역부족이었으며, 인근에는 소화전 시설도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 신고 받은 소방대가 출동했으나, 좁은 산길에 소방차 진입이 어려워 피해가 컸다. 이번에 화재가 발생한 구룡사 대웅전은 다행히 화재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10월 1일 1차 감식결과 누전으로 판단하고 있다.
전국사찰의 화재는 올해 들어서만 구룡사를 비롯 봉화 축서사, 구례 화엄사, 울진 지장사, 문경시 문수사 등 5곳에서 발생했다. 이로 인해 전각과 1백여점에 이르는 불상, 탱화 등의 문화재가 전소되는 피해를 입었다.
산중사찰에 화재가 발생할 경우 문화재 피해는 심각하다. 대부분 오래된 목조건물인데다 진입로가 협소해 소방차를 통한 초기진화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카펫 등 인화성 물질과 전기로 가설된 인등과 촛불 등을 사용하고 있어 화재위험도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당국은 미비한 법규정을 방치하고 있으며, 소방당국의 관리소홀 또한 불교문화재의 소실을 부채질 하고 있다. 현행 문화보호법상에는 특별하게 소화장비 설치와 관련해 규정을 하고 있지 않다. 관련법에도 소방설비 기준조차 없다.
대부분의 문화재사찰이 문화재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소화기만 설치하다 보니 실효성이 떨어지는 상태다. 문화재 사찰에서 방화장치 등을 설치할 때 필요한 장비의 최소 사양과 요령 등을 담은 방화시설 설치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조계종 문화부 이상규 과장은 “목조건물이 많은 사찰은 방화부분이 취약하지만 법규정이 없는 상황인 만큼 해당 지자체와 협의를 통해 방화시스템을 설치하는 수밖에 없다. 사찰만을 대상으로 하는 화재보험의 개발이 시급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