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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만드는 빵' 반죽하는 네 명의 보살
“오늘은 바게트랑 버터링쿠키라죠? 바게트 맛이 나날이 좋아져요.”
“저번 주에는 꾸물거리다가 결국 못 샀어요. 2시에 나오자마자 바로 사야겠어요.”

9월 22일 서울 옥수동 옥수종합사회복지관(관장 상덕) 휴게실 한켠에서 에어로빅 강좌를 끝낸 주부들의 구매 환담이 한창이다. 이날은 자원봉사자들이 4층 제빵실에서 빵을 만드는 날. 제빵 작업이 마무리되는 오후 2시가 되면 식욕을 돋우는 빵내음이 복지관 내에 가득해진다. 복지관 곳곳에 붙은 ‘오늘의 빵’ 대자보와 주부들의 알뜰구매 심리가 주부들의 지갑을 재촉하면 ‘사랑을 만드는 빵, 빵을 만드는 사랑’이 완성된다.

복지관에서 만들어 내놓는 빵이 사랑을 만든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 그 질문의 답은 빵을 만드는 4명의 보살들이 쥐고 있다. 정혜전(37), 조정술(54), 최정현(56), 정숭월(47) 씨가 바로 그들. 이들은 매주 월요일마다 복지관에서 빵을 만들고 판매해 그 수익금을 복지관 경영에 오롯이 쏟아 붓고 있다. 재료비는 물론 제빵에 필요한 모든 비용을 본인들이 부담해 빵 만들기 자비행을 펼쳐온 것이 벌써 5년째다.

“복지관에서 익힌 기술을 되돌려 드릴 뿐인데, 봉사니 보시니 하셔서 부담스러워요.”

그저 취미활동일 뿐이라며 취재를 재차 사양하던 보살들. 이들은 98년 복지관의 제빵 강좌에서 만나 빵 만드는 기술을 배웠다. 처음에는 아이들에게 맛있는 간식을 만들어 주고 싶다는 생각, 자격증을 따서 제빵 사업을 펼쳐보겠다는 생각 등이 머릿속에 가득했다. 그러나 정작 자격증을 움켜쥐고는 마음이 달라졌다. 내 생활의 질을 높이기 위해 재미있는 강좌들에만 목말라 했었는데, 그곳을 드나드는 날이 거듭될수록 이웃의 불행에 지나치게 나몰라라 해왔구나 하는 생각에 묘한 조바심이 일었다.

“저만 그런가 했더니 다들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더라구요. 제빵 수업 끝나고 함께 절을 찾는 날이 많아지면서 보시행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게 된 것 같기도 하구요.”

제빵 봉사를 결의하고 함께 웃던 모습들이 떠올랐는지 최정현(56)씨 한 마디에 다들 말이 많아진다. 그땐 재료 배합도 제대로 못하더니 요즘엔 그나마 나아졌다는 농이 한바탕 웃음 속에 자연스레 흘러나오고, 온도를 잘못 맞춰 식빵 10개를 고스란히 버려야했던 웃지 못할 실수가 5년이 지난 오늘에야 공개되기도 했다.

“오랜 기간 한마음으로 봉사하기도 힘든 일인데 고맙죠. 매주 후원금으로 전달되는 빵값이 모이면 연 300~400만원은 되니 복지관에도 큰 힘이 된답니다.”

문선영(29) 복지사는 요일을 달리해 제빵 봉사를 펼치는 팀이 여럿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제빵 강좌가 없어지고 사람들이 하나둘 흩어지면서 모두 흐지부지됐다. 그에 반해 네 명의 보살들은 부처님법을 공부하며 키운 불심을 구심점 삼아 선행을 지속해 복지관의 귀감이 됐다. 또한 복지관의 유료강좌를 이용하는 주부들에게 ‘봉사 바이러스’를 전염시켜 바라밀을 실천하는 불자주부들의 새로운 상을 제시하기도 했다.

복지관의 어르신 행사나 어린이 여름캠프가 있는 날이면 과자와 빵을 별도로 만들어 제공하기도 한다는 제빵봉사자들. 정성들여 준비한 재료와 따뜻한 손길을 모은 빵이 이날도 오븐에서 예쁘게 피어오른다. 보시에 몸과 마음을 담은 보살의 향훈도 함께 피어오른다.
강신재 기자 | thatiswhy@buddhapia.com
2003-09-24 오전 8: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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