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로 볼 때보다 직접 와서 더욱 처참하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는다.”며 피해 주민의 손을 잡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그러나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는 일. 망연자실해 있던 주민들도 봉사자들이 찾아오자 힘을 얻어 복구에 대한 의지를 새롭게 다졌다. 16일부터 활동을 시작한 조계종자원봉사단 부산경남지부는 17일에는 보현의 집 노숙인, 통도사부산포교원, 염불공양모임, 불교자비원, 대한적십사불교봉사회, 부산불교운전기사회, 관음사 등 16개 신행단체에서 200명에 가까운 불자들이 봉사에 나섰다. 봉사자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인근 피해 업소로 배치됐다.
송도해수욕장 인근 60여 곳의 업소들은 완전 침수되었고, 해일로 상가 1층 건물은 대부분 부서져 형태가 남아있지 않은데다 위층까지 바닷물이 밀어닥쳐 모든 가재도구, 전자제품들이 바닷물에 젖어 무용지물이 됐다. 콘테이너 박스가 파도에 떠밀려와 1층 정면에 부딪혀 1층이 부서진 업소도 있고, 완파된 건물도 5동이나 된다. 어디서부터랄 것도 없이 손에 잡히는 대로 건물 안의 모든 물건들은 곧바로 쓰레기 더미로 향했다. 봉사자들에 의해 옮겨진 침대, 이불, 가재도구들이 쌓여 갔다. 버려지는 물건들 위로 업주들의 안타까운 시선이 머물기도 잠시, 곳곳에서 주인의 지시를 기다리는 봉사자들이 있어 시름을 떨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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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봉사자들의 바람도 한결같았다. 자원봉사를 한다는 소식을 불교방송에서 듣고 한달음에 달려왔다는 오도심(47) 보살은 “현장에 와 보니 생각에만 머물지 말고 적극적으로 봉사에 참여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내 작은 도움이 어려운 분들에겐 큰 힘이 된다는 걸 알게 됐다”며 흐르는 땀을 닦았다.
지난해 발족한 조계종자원봉사단 부산경남지부에는 지난해 태풍 ‘루사’ 피해복구 현장에도 참여했던 봉사자들이 많아 복구 작업이 빠르게 진행됐다. 부산보현의 집에서 생활하고 있는 노숙인들 중 기술자들은 타일을 붙이고 시멘트로 내벽을 수리하는 봉사를 맡았다. 공사현장에 나가 돈을 벌고 있는 이들은 일당을 마다하고 봉사활동을 나섰다. 또한 부산불교운전기사회 회원들 역시 비번이 아님에도 개인택시 영업을 중단하고 봉사현장으로 달려왔다.
백가지 이론보다 한가지 행이 귀중하다는 신념으로 달려온 이들의 정진은 봉사현장 곳곳에서 빛을 발했다. 노란 조끼를 입은 봉사자들이 긴 해변로를 수놓았다. 바닷물과 함께 휩쓸려와 1층을 가득 매운 모래를 퍼내고, 사용이 가능한 물건들을 씻고 정리하는 등 사람의 손으로 가능한 일들을 얼추 마무리해 가고 있었다.
오전 10시부터 시작됐던 봉사활동이 거의 마무리될 즈음,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인 법장스님이 방문했다. 마산, 창원의 태풍 피해현장을 돌아보고 피해주민을 위로한 후 부산을 방문한 법장스님은 “우리 민족은 힘들수록 한마음 한뜻으로 똘똘 뭉쳐 헤쳐나가는 지혜와 용기를 가졌다"며 ”여러 불자님들의 공덕으로 피해를 받은 분들이 조금이라도 더 빨리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봉사자들을 격려했다.
조계종자원봉사단 부산경남지부는 송도해수욕장의 피해 복구가 마무리되면 피해가 극심한 부산 강서구 녹산동과 마산 창원 일대에서 봉사활동을 계속하게 된다. 이밖에도 전국 태풍 피해 복구 현장에 불자들의 봉사활동이 줄을 잇고 있다.
조계종 사회복지재단이 17일과 19일~20일 2차에 걸쳐 강릉, 삼척 지역에 자원봉사단을 파견했으며 (사)대한불교청년회(회장 정상옥)도 각 지구별 피해규모와 수해를 당한 회원들을 조사하고 봉사단을 모집 봉사를 펼치고 있다.
대구 경북에서는 불국사가 경주 일대에서, 맑고 향기롭게 대구모임이 20,21일 양일간 봉화와 청도에서 각각 봉사활동을 벌였다. 부산에서도 대한적십자사 불교봉사회가 언양, 강서구, 송도 등의 피해현장에서 분주하다. 또한 천태종의 경우, 14일 전국 말사에 공문을 보내 전국적인 수재민 돕기 운동과 봉사활동을 독려하고 있으며 천태종 사회복지재단은 17일 울산 중구 재해지역인 학성공원 일대에 니르바나봉사단 50여명을 파견 중구청의 복구장비를 지원 받아 긴급 봉사활동을 벌였다.
진각종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수재의연금 모금운동과 함께 부산, 대구, 경주 등 6개 교구청과 일선 심인당을 중심으로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태풍 ‘매미’의 상처가 깊다. 그러나 태풍의 상처와 고통을 내 아픔처럼 여기며 둘 아닌 마음으로 봉사에 임하는 불자들의 보현행이 부처님의 천수천안을 대신해 그 상처를 감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