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 위한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스스로 오만해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그들이 나를 도왔던 것이더군요.”
적십자 연화봉사회 회장 오권자(43)씨는 자기의 일을 봉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경북 경주 천우자애원에서 자원봉사를 9년째 이어오고 있지만 그를 포함한 연화봉사회원들에게는 그저 일상일 뿐이다.
적십자 포항지부 안에 소속된 33개 단위봉사회 중 하나인 ‘연화봉사회’는 ‘포항제철 효자단지 부인회’에서 30여명의 불자들이 모여 독립한 단체. 남편들이 포항제철을 그만두면서 모임을 따로 꾸리게 됐지만, 회원들의 봉사활동은 오히려 활발해 졌다.
“우리 회원들이 특별히 하는 일은 없어요. 오히려 기쁜 마음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주는 천우자애원에 고마워해야죠.”
오 씨는 “연화봉사회는 딱히 내세울 만한 봉사이력을 갖추지 못했다”며 손을 내젓는다. 그러나 천우자애원 관계자의 말은 다르다. 매주 목요일마다 수족을 못쓰는 어르신들을 비롯, 고혈압에 반신마비까지 온 어르신들에게 목욕봉사를 펼친 것만 해도 벌써 9년이다. 이와 별도로 이어온 수지침 봉사도 4년째를 맞고 있다.
뿐만 아니다. 국악을 전공한 회원들은 철마다 창과 민요가 어우러진 무대를 선보여 천우자애원의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다. 회원들 역시 쉰을 너머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어르신들의 ‘기쁨조’를 자청하고 나섰다. 오히려 공연을 준비하며 젊어지는 것 같아 행복하다는 연화봉사회 보살들. 그들의 미소가 아름답다. (054) 745-4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