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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화성 용주사 대웅보전은 ‘미래의 포교사’ 가연이(4)가 지킨다. 인형보다 불상을 더 좋아하는 녀석의 꿈은 사찰에서 불법을 전하는 일. 특히 탑이나 범종을 이야기하며 어제의 역사와 불교를 자연스레 끌어내는 사람이 되고 싶단다. 아빠가 18년 동안 해오던 것처럼.
용주사에는 가연이와 가연이 아빠 권중서 포교사(49)를 비롯, 8명으로 구성된 사찰안내팀이 있다. ‘조계종 포교사단 서울경기 사찰안내 1팀’(팀장 권중서)이 바로 그들. 매주 일요일마다 용주사 곳곳에 포진되는 이들은 용주사 터줏대감으로 유명하다. 주중에는 각자 다른 곳에서 다른 일을 하며 살아가지만 일요일만큼은 용주사 지킴이로 하나가 되는 ‘불교문화재 안내 전문 포교사’들이다.
비록 일요일만을 함께 하는 인연이라 해도 이들의 정은 남다르다. 여주 신륵사에서 2년 동안 문화재 안내를 돕다가 만난 팀원들은 지역의 문화재를 골고루 소개하고픈 욕심으로 용주사 안내를 시작하게 됐다. 김영순 포교사(45)의 경우 용주사 근처로 이사할 정도로 문화재 안내에 열의를 보였다.
“용주사는 비명에 간 아버지 사도세자의 억울한 넋을 위호하기 위해 정조가 세웠습니다. 효심과 불심이 어우러진 국가적 차원의 사찰이지요.”
권중서 포교사(49)가 지장전 앞에서 설명을 시작하자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든다. <부모은중경>이 탑의 조각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조선의 역사가 오늘의 현실이 된다. 뿐만 아니다. 법당에 들어서서는 감로탱에 대한 설(說)을 한없이 풀어내고 범종각 앞에서는 한 시대의 장인이 되는 권 포교사다.
“젊었을 때 불국사에 갔다가 다보탑을 보며 아내에게 이런저런 설명을 해줬지요. 한창 신나서 얘기를 하다 문득 주위를 돌아보니 사람들이 제 주위에 몰려있는 거예요. 그래서 이 길이다 싶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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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포교사의 이 같은 열정에 힘입어 용주사 사찰안내팀의 공부와 연구량은 나날이 늘어간다고 한다. 불교미술을 전공한 사람은 권 씨 뿐이지만, 현장에서 쌓아올린 경험에 강도 높은 학습이 더해지면서 여러 사찰에서 탐내는 ‘문화재 도우미팀’이 됐다.
“문화재 안내하는 것이 저희 일이긴 하지만, 문화재 설명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어요. 복잡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절을 찾은 사람들에게 불보살님들의 자비를 느끼게 해 주는 일이죠.”
허만해 포교사(58)는 생활상담사로 활동한 적이 있어서인지 문화재 포교만큼이나 일상 속 자비실천을 중시한다. 요즘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절 주위를 배회하는 ‘어깨처진 중년의 남자’를 자주 보게 된다는 허 씨는, 범종의 겉모습 설명에 급급하기보다는 천년의 법음을 마음으로 전할 수 있기를 언제나 발원한다.
일요일 사찰 안내 외에도 여주교도소 법회도 돕고 수원포교당 합창단에서 부처님 마음을 전하기도 하는 사찰안내팀. 그들이 가슴에 박고 살아간다는 화엄경의 한 구절이 인상적이다.
“진리를 구하는 진실한 이는 들은 대로 실천하기에 힘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