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9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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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유 스님, 화개선원서 16년째 ‘묵조선’ 지도
‘수리 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
8월 17일 오전 10시 경기도 남양주시 천마산 자락 고지대에 자리잡은 화개선원(원장 상광) 대웅전. 법당안에서 절반씩 자리를 차지하고 입정해 있던 우바새, 우바이 60여명은 상광 스님의 집전으로 <천수경> 독경에 들어갔다. 차분하면서도 부드러운 음율의 예불문과 반야심경을 독송하며 예불을 마치고, 모두 선원으로 자리를 옮긴다. 16년 째 매달 열리는 화개선원 조실 지유 스님의 ‘안심(安心) 법문’을 듣기 위해서다.

신도들이 선방의 자리를 정돈하고 앉자, 곧바로 화개선원 조실 지유 스님이 법단에 등단한다. 청법가가 끝나자 지유 스님은 “그럼 또 입정(入定)을 합니다”라는 말로 법문을 열었다. “바깥을 향해 일어났던 생각들을 쉬고, 보고 있는 자체, 듣고 있는 자체, 생각하고 있는 자체를 돌아보는 모습을 입정이라 합니다.”

지유 스님은 입정에 들어가기에 앞서 참선하는 이유를 1시간에 걸쳐 자상히 설명했다. 목적과 원리도 모른 채 무작정 앉아서 허송세월 하는 선 수행자들이 적지 않은 현실에서 스님의 선(禪) 법문은 살아있는 활구 법문으로 다가온다.

“이러쿵 저러쿵 잡다한 생각을 다 놓고 있는 그대로 보라.” “모든 생각을 놓아라. 깨달음이란 생각조차 놔버려라.” “진짜 공부는 근본자리를 발견하고 그걸 일상생활에서 유지해 나가는 것이다.”

스님의 이어지는 사자후들은 일체 ‘화두(話頭)를 말하지 않으면서도 조사선의 핵심을 담은 마음 법문이었다. “어떤 것이 마음인가. 보고 있는 놈이니라. 듣고 있는 놈이니라. 생각하고 있는 놈이니라. ‘생각하고 있는 놈’이기 때문에 생각을 하는 게 아니라, 생각을 놔버려라 이겁니다. 이 놈은 생각을 놔버려야 보입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아무런 망념과 혼침 없이 안과 밖을 바로 보라”고 반복해서 설명하는 지유 스님은 “깨달으려면 무엇보다 마음이 헐떡거리고 해매는 것부터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온갖 유위적(有爲的)인 ‘애씀’이 아니라 그 반대의 무위적(無爲的)인 ‘닦음이 없이 닦는’(無修之修) 공부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이상한 게 그렇게 깨칠려고 애를 쓰고 애를 쓸 때는 안 되는데 '에이, 다 틀렸다. 집어던져 버리자.' 하고 놓아 버리면 그때 깨칩니다. 참 이상합니다. 생각을 들고 있는 한, 못 깨칩니다. 그것을 놔 버리면 저절로 깨닫는데. 그 놓은 자리는 본래 자기입니다. 놓고서 새로 생긴 것이 아니라 원래 있던 자리입니다.”

스님의 공부법은 고요한 좌선수행으로 일관하는 '묵(默)'과 마음으로는 본래부터 깨달은 존재라는 것을 자각하는 '조(照)'를 의미하는 묵조선(?照禪)과 맥이 닿아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간화선 일색의 배타적 풍토로 인해 이에 대한 정당한 평가도 없이 ‘삿된 선(邪禪)’이라는 비판을 감수해야 했지만, 원래 묵조선은 간화선과 더불어 선불교의 큰 흐름을 형성했던 선법의 하나다. 중국 송대의 굉지정각(宏智正覺, 1091∼1157) 선사에 의해 형성되고 체계화됐지만 연원은 인도의 관법(위빠사나)과 달마와 혜능 선사의 좌선관 및 선수행과 직결되어 있다. 특히 일상행위 그대로의 좌선이 진정한 좌선인 이유는 그 바탕에 중생과 부처가 다르지 않다는 ‘본각(本覺)’사상이 깔려 있다.

이날 법회는 다음과 같은 지유 스님의 구체적인 좌선 방법 설명과 함께 입정으로 마무리됐다. “허리를 꼿꼿이 편 채로 앉아서 손은 자연스럽게 무릎 위에 올려 놓으세요. 눈은 자연스럽게 앞을 봅니다. 절대 눈을 감으면 안됩니다. 여기에서 생각을 다 쉬어버립니다. 모든 걸 다 잊어버려라 이겁니다. 물론 산란과 혼침에 빠지면 안됩니다. 여기서 묘리가 나옵니다. 지혜, 깨달음, 신통, 모든 힘이 여기에서 생깁니다. 자 입정을 합니다. 탁, 탁, 탁)죽비 소리)”

화개선원의 공부 모임에 참석하는 불자들은 10여년 이상씩 선을 공부한 이들이 대부분이다. 매달 안동에서 법회에 참석하는 하종성(60) 신도회장과 청주에서 공부하러 오는 이제지(39) 청년회장 등 구도열에 넘치는 불자들은 생활속에서 방하착(放下着) 공부를 하며 화개선원의 수행 분위기를 이끌어 가고 있다. 16년 동안 매달 빠짐 없이 지유 스님의 법문을 듣고 생활선을 실천해 온 자광안(48, 서울 잠실) 보살은 “지금 이 자리에서 쓸데없는 마음 분별에 집착되지 말고 혼침에 빠지지 않도록 노력하면 그 자리가 바로 무심(無心)이라는 큰스님 말씀에 따라 공부하다 보니, 일상에서 부딪치는 모든 것들이 공부이며 본래 가지고 있는 본성을 밝히는 재료임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화개선원은 매달 셋째 주 일요일 오전 10시 지유 스님의 법문과 함께 원장 상광 스님이 지도하는 정기법회도 열고 있다. 상광 스님은 매월 첫째 주 일요일 오전 10시에 법문과 첫째 주 토요일 오후 7~12시 유식 논강, 일요일 오전 4~6시 예불 및 좌선을 지도하고 있다. (031)591-7744
김재경 기자 | jgkim@buddhapia.com |
2003-08-21 오전 8: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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