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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불교산악회 ‘금강 메아리’(회장 공형수)가 그 단단한 울림을 세상에 전하고 싶다고 했다. 8월 17일 오전 8시, 서울 동대문 앞 관광버스 앞으로 노란 조끼를 입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든다. 무슨 큰일을 하겠다는 건지, 색색의 양말박스서부터 멸치 박스에 이르기까지 양손에 쥐고 오는 짐도 다양하다.
“둥지집으로 출발해요. 갈 길이 바쁘니 어서 올라타요.”
격주로 전국의 명산을 찾는 금강메아리 회원들이 이날 찾아간 곳은 경기도 안산 대부도에 있는 자현사 내 ‘둥지 청소년의 집’. 오갈 데 없는 아이들 60여명이 크는 부처님의 둥지다. 금강메아리는 2년 전 불교환경연대와 함께 이곳을 다녀갔다. 이후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 하다가, 십시일반으로 거둔 성금 100만원과 뜻대로 준비한 생활용품을 들고 다시 찾게 됐다. 휴일 하루를 ‘둥지 점검’에 온전히 반납하려는 서원도 세웠다.
금강메아리는 아이들이 놀이동산으로 소풍을 떠난 이날을 받아 대청소를 기획했다. 사실 숨은 봉사는 그들에게 이미 익숙한 일이다. 산을 좋아한다는 마음 하나로 등산로의 쓰레기를 줍고 삼림훼손사업에 반대했으며, 틈날 때마다 환경과 관련된 언론 모니터링 봉사를 했다.
그런데 그렇게 자연을 보살피는 것이 나를 아끼는 일이며 동시에 모든 사람의 행복을 열어주는 길이라는 걸 불법을 공부하며 새삼 깨닫게 됐다. 부처님의 말씀을 생활 속에서 실천할 때마다 환희심이 일었다. 그렇게 넉넉해진 마음이 있기에 정기적으로 자원봉사를 떠날 수 있다는 금강메아리 회원들.
“거사님들은 20개 방청소와 화장실 소독을 담당하고, 보살님들은 빨래 세탁과 불편한 아기들 목욕을 맡아줘요.”
김대원 사무총장(60)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회원들이 곳곳으로 흩어진다. 마침 동산불교대학 청년회 회원들이 봉사를 나와 대규모 봉사단이 결성됐다. 일사분란한 움직임 속에 척척 맞아떨어지는 호흡. 험한 산을 오르며 키운 팀웍이라 무슨 일을 하든지 어려움이 없다고 공형수 회장(60)회장이 귀띔한다.
“귀감이 되는 신행단체가 되고 싶습니다. 우후죽순 생겨났다 흩어지는 친목단체에서 끝이 날 수도 있었지만, 나름대로의 정체성을 잃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김대원 씨의 말이 빈말처럼 들리지 않는다. 산과 들을 진정으로 대하는 마음으로 사회를 바라보고 또한 음지의 식구들을 보듬어 온 그들이기 때문이다.
봉사를 끝내고 둥지를 떠나는 회원들을 뒤로 하고 작은 차 한대가 둥지집에 도착했다. 오늘부터 이곳에 둥지를 틀 갓난아기인 모양이다. 포대기에 싸인 아기를 내다보는 회원들은 한동안 말이 없다. 이름모를 들풀이 피워올린 들꽃들을 바라볼 뿐.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그렇게 봉사하며 살아야해.”
미소가 유난히 맑았던 김경철 회원의 한 마디에 모두들 새로운 다짐을 한다. ‘할 수 있다면 하는 것이다. 할 수 없을 지라도 해야할 것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