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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1일 오후 8시 서울 월계동 기원사 대웅전. 죽비 일성에 20여 명의 법우들이 몸을 내려놓는다. 그리고 이어지는 관세음보살 칭염불. 거친 숨소리와 흐르는 땀방울은 이미 온몸을 주저앉힌다. 하지만 이들의 간절함과 치열함은 잠시도 수행의 고삐를 놓지 않게 한다. 참회 없는 발원은 자기 욕심에 불과하다는 것. 입재식에 앞서 정찬영 교화부장(47ㆍ현봉)이 3천배 철야정진에 나선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참회를 재대로 해야 서원을 크게 세울 수 있습니다. 뼈를 깎는 자기반성을 통해 마음을 크게 바꿔보려고 법우회원들이 모였습니다. 특히 직장인 불자들에게는 일상생활 속에서 어느 정도 수행의 긴장감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일과 수행’이라는 신행생활의 두 바퀴가 잘 돌아갈 수 있습니다.”
이번 3천배 철야정진에는 철도 공무원 불자로서의 참회도 담겨졌다. 최근 잇따른 열차 사고와 철도청 파업 등 국민의 불신을 법우회원들이 직접 참회정진으로 씻겠다는 의미다. 열차 사고 희생자의 천도는 물론, 부상자들의 조속한 쾌유 기원은 법우회원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도리라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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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준비가 없으면 하기 힘든 일이죠. 혼자서는 엄두도 못 냈을 일지만, 법우들과 함께 동참하니 힘이 절로 나요. 그동안 가족간, 회사 동료간 알게 모르게 있었던 오해들이 하나둘씩 풀리는 것 같아 환희심이 납니다.” 김석열 씨(45ㆍ금강심)가 미소를 지어내 보인다.
다시 시작된 참회정진. 새벽 4시가 되자 철야정진의 끝이 보인다. 무념무상의 경지. 이제는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나’라는 생각조차 버린 지 오래, 그냥 절을 할 뿐이다. 말도 생각도 필요가 없다. 법우회원들은 3천배 철야정진으로 한여름 밤을 수놓고 있었다.
박우락 법우회장(56ㆍ혜능)은 “이 더운 여름날에 다들 휴가와 나들이를 떠날 때, 3천배 정진의 마음을 낸 것만으로도 회원들을 업어주고 싶다”며 “어렵게 회향한 이번 참회정진은 법우회원들이 가정에서도 직장에서도 진정한 불자로 신행생활을 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