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최근 조계종 중앙종회 포교분과위원회 소속 종회의원들이 의원간담회를 갖고, ‘군승특별교구’ 설치와 관련한 종법령의 제ㆍ개정을 추진키로 했다. 이는 조계종 총무원장 법장 스님이 후보 시절 내건 특별교구(군승ㆍ해외ㆍ선학원) 설치 공약과 맞물리면서, 불교계의 중점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또 군법사 절대 부족, 군불자 감소, 제정 빈약 등의 문제점을 군승특별교구 설립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군포교 현장의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그렇다면 군승특별교구를 왜 두려고 하는지 그 필요성과 선결과제, 특별교구의 형태 등을 살펴본다.
▲특별교구의 지위와 의미=군승특별교구의 설치는 전국 24개 교구와 동등한 지위를 갖는 형태가 된다. 그간 중앙종무기관, 중앙종회, 군승회의 등이 군승특별교구의 위상과 관련해 적지 않은 논란을 벌여왔지만, 이제는 조계종이 군포교 전반을 관장할 독립 기구 설치의 필요성을 절감하는 것이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특별교구의 형태는 포교원과 (구)군승단이 절충안으로 설치한 현 군불교위원회를 종단 공식기구인 교구제로 전환하는 등 그 위상이 격상된다. 이는 군불교위원회가 군승특별교구로 확대ㆍ개편되는 것을 의미한다.
▲‘군승특별교구’, 왜 필요한가=이유는 간단하다. 군포교 ‘활성화’와 제도의 ‘효율성’ 확보에 있다. 이는 조계종이 군포교 종책 수립, 군법당 운영 시스템 확립, 지원 및 후원 프로그램 개발 등을 종단 차원에서 관리ㆍ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군불교의 전체 규모가 점차 대형화됨에 따라, 이를 효율적으로 담당할 독립기구의 필요성이 대두된 것도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현재 군불교 규모가 군법사 130명, 군법당 400여 곳, 신도 15만여 명 등으로, 단순히 포교원 산하 포교단체로 묶어놓기에는 너무 커버렸다는 것이다.
특히 군승특별교구 설치는 현 군불교위원회에 일반 교구본사의 지위를 부여해 군법사들의 종법적 위상을 강화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제도라고 평가받고 있다. 그간 군법사들은 군포교의 특수성을 감안, 종헌에서 독신규정의 적용 예외를 받았지만, 하위 종법ㆍ령의 제도적 미비로 ‘비승비속’의 위치를 보여 왔다.
조계종 군불교위원회 전창응 사무국장은 “군승특별교구 설치는 군포교의 획기적인 발전 계기를 만들기 위해 가장 바람직한 제도적 장치”라며 “현역 군법사들의 정체성 확립은 물론, 종단 내ㆍ외의 위상 재정립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넘어야 할 산이 많다’=현재 조계종 중앙종무기관, 중앙종회, 군불교위원회, 군승회의 등의 해당 기관들은 원론적으로 군승특별교구 설치의 당위성을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각론에 들어가면 상당한 입장차를 보인다. 핵심 쟁점은 △특별교구의 주지 자격 및 임명ㆍ선출절차 △교구로서의 권한 및 의무 이행의 범위 △30여 개의 관련 종법령 제ㆍ개정 등이다.
우선 특별교구 주지 자격과 임명ㆍ선출 절차의 경우, 중앙종회와 포교원은 군포교 경험이 있는 중진급 비구를 포교원장이 선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군불교위원회와 군승회의는 예비역 군법사 출신의 비구를 ‘선 군승회의 추천, 후 포교원장 임명’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군승회의 의장 장성화 군법사는 “교구 주지 자격은 군포교에 정통한 예비역 군승출신의 비구로 해야 군승특별교구 설치 목적에 부합된다”며 “군승들의 의견이 반영되는 차원에서 총무원장이 임명하는 형식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교구로서의 권한 및 의무 이행의 제한 범위에서도 입장차가 뚜렷하다. 중앙종회와 포교원은 총무원장 선거인 선출권, 중앙종회에 종법 제ㆍ개정 건의 등의 권한을 제한하고, 승려교육 및 분담금 납부의 의무는 사안에 따라 적용한다는 구상이다. 반면, 군불교위원회와 군승회의는 일반 교구들의 의무사항을 그대로 수용할 여건이 아닌 만큼, 충분한 조율과정을 거쳐 종단의 결정을 수용한다는 입장이다.
중앙종회 포교분과위원장 지현 스님은 “특별교구에 일반교구의 권한과 의무를 동등하게 적용하는 것은 분쟁의 소지가 발생될 우려가 있다”며 “군포교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전담교구를 선정, 정기적인 예산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관련 종법령 제ㆍ개정의 손질도 필수적이다. 승려법, 법계법, 교육법, 지방종정법, 각종 선거법 등 30여개의 종법에 대한 꼼꼼한 재검토가 이뤄져야 한다. 이는 조계종 전체 종헌ㆍ종법의 40%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으로, 검토 기간만도 1년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포교원 관계자는 내다보고 있다.
▲현실적인 모델은 없나=천주교의 군종교구, 기독교의 군선교연합회 등에서 찾을 수 있다. 천주교 군종교구는 1958년 ‘군종신부단’을 창설, 61년 주교회의의 공식인준을 거쳐 지난 1989년 군종교구로 독립했다. 초대교구장은 예비역 군신부가 맡았으며, 교구장은 주교회의에 참석해 일반 교구청과 동등한 권한과 의무를 행사한다. 또 지역별 교구청과 연계해 긴밀한 협조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기독교는 현재 특별교구가 없지만, 12개 교단에서 파견된 군종목사의 선교지원을 위해 지난 72년부터 전군신자회후원회를 결성하고, 지금은 전국 13개 지부를 거느리는 한국기독교군선교연합회로 성장시켰다.
군포교 전문가들은 현실적인 특별교구의 모델로 교구 주지는 군포교에 정통한 예비역 군승을, 임명절차는 군승회의가 추천에 총무원장 임명 방식을 제안하고 있다. 반면 교구로서의 권한과 의무 이행은 시기상조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는 취처ㆍ유발ㆍ재정 빈약 등 군포교 특수성을 감안해 교구로서의 권한과 의무 이행은 충분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관련 기관들은 △군포교 개선 공청회 개최 △중앙종무기관 및 전문가가 참여하는 ‘군승특별교구 설치 추진위원회’ 구성 등을 통해 합리적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