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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불교학생회원들이 이 말부터 한다. 학생회관 복도를 돌면서 제일 먼저 찾는 것, 동아리 앞에 놓인 신발이란다. 한술 더 떠 신발에도 그림자가 있다고 주장까지 한다. 그리고는 ‘까르르’ 웃어댄다.
지난 7월 24일. 개신교 종립학교 안에서 '작은 불교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이대 불교학생회를 찾았다. 5평 남짓 되는 학생회실은 법당이기보다는 '동네 사랑방’에 가깝다.
“학교에서 부처님을 만날 수 있는 곳은 바로 여기뿐이예요. 기자님은 이런 행복함을 모르실거예요. 먼발치에서 신발만 봐도 누가 왔는지 알 수 있는 우리들만의 경지. 믿기세요?”
월드컵 학번 선미(행정학과)가 동의를 구한다. 나머지들도 맞장구를 친다. 영락없는 여대생들이다. 서로의 신발까지 꿰뚫고 있는 이불인(梨佛人)들. 이처럼 두터운 법우애는 어디서 나왔을까? 지난 68년 창립이후 내려온 ‘야단법석’이란 글모음에서 확인할 수 있다. 권수만 50여권이 넘는다.
“야단법석은 이불회의 역사입니다. 선배들의 이야기와 고민들이 고스란히 담겨있죠. 센티멘털한 단상, 선승들의 법문, 글씨체, 심지어 쉼표에서도 이불인임을 느낍니다.” ‘빵빵 학번’ 지현이(정외과)가 이렇게 말한다.
이불회의 남다른 점은 매년 11월에 여는 ‘창립제’에서도 엿볼 수 있다. 1ㆍ2부 나눠 열리는 창립제에서 압권은 전공과 불교를 접목해 마련되는 세미나. 그간 다룬 주제만 ‘미와 성과의 만남’, ‘불교의 여성관’, ‘티베트 불교’ 등 다양하다. 자랑거리는 또 있다. 올 3월에 동문초청의 밤을 열었다. 이름 하여 ‘home coming day'. 이불인들이 선ㆍ후배 사랑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자리였다.
신행활동도 열심이다. 매주 금요일 오후 6시에 정기법회를 꾸준히 열고 있다. 지도법사 서울 신림동 마하보리사 주지 자명 스님에게서 법문을 듣는다. 또 2001년에는 <만행-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의 저자 현각 스님을 초청, 강연회도 열었다. 자리가 없어 돌아간 사람만 수백명이 된다고 한다.
이보라미(02학번, 국문과) 제36대 이불회장은 “언제나 당당한 이불인 이고자 합니다. 불교를 사랑하고 아끼는 청년 불자임이 너무도 자랑스럽다”며 “학우들에게 좀더 쉬운 불교, 재밌는 불교로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대불교학생회의 자랑스런 동문들
지난 68년도에 출범한 이대 불교학생회는 35년간 배출한 동문만 1천5백여 명에 달한다. 또 지난 70년에 이불총동문회(회장 여숙자, 76학번ㆍ역사교육학과)가 결성돼, 불교학생회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 동문들 중 학계ㆍ불교계에서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동문들도 많다.
백경임(69학번ㆍ가정관리학과) 동문은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 가정교육과 교수로, 9월부터는 동대 경주캠 불자교수회장을 맡을 예정이며, 안승신(71학번ㆍ영어교육학과) 동문은 방송통신대학교에서 영어영문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불교계에서도 동문들의 활약은 대단하다. 이인혜(80학번ㆍ의류직물학과) 동문은 동국역경원에서 10년 넘게 역경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민정희(86학번ㆍ물리학과) 동문은 참여불교재가연대에서 근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