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 목사가 종교를 초월해 암투병중인 스님의 쾌유를 발원하는 ‘사랑의 음반’을 제작할 계획이어서 훈훈한 미담이 되고 있다. 제작자는 임의진 목사(37ㆍ전남 강진 남녘교회)이고 수혜자는 일철 스님(49ㆍ광주 증심사 주지)이다. 임목사가 이런 아름다운 발심을 한데는 일철 스님과 함께 2년 전부터 환경문화운동인 ‘무등산 풍경소리’ 운동을 펼쳐온 인연때문이다. 임목사가 나이로 따지면 훨씬 어리지만 일철 스님은 무등산 살리기 운동을 함께 하면서 나이와 상관없이 ‘도반’이라고 부른지 오래다. 또 이에 질세라 임목사도 거침없이 스님을 ‘친구’라고 한다.
두 성직자가 처음 만난 것은 2001년 말. 일철 스님이 조계종 문화부장을 그만두고 광주 증심사로 부임하면서 부터다. 지역문화 활성화와 생태환경 살리기 운동에 관심이 많았던 일철 스님이 오랫동안 지역 터줏대감으로 문화운동을 묵묵히 펼쳐온 임 목사를 찾게 된 것이다. 서로의 뜻이 같다는 것을 알게된 이 두 사람은 곧바로 의기투합해 환경과 문화가 만나는 접점을 고민하다가 ‘무등산 풍경소리’ 운동을 하기로 결심했다.
증심사 주차장에 ‘문화마당’을 만들고 지난해 7월부터 그곳에서 ‘무등산 풍경소리 작은 음악회’를 열어왔다. 11회째를 맞은 지난 18일 ‘안치환 콘서트’에서 원래는 이 두 도반이 공동사회를 보기로 예정됐지만 스님의 건강 때문에 참석하는 걸로 만족해야 했다.
임 목사는 “스님이 간암이란 걸 올해 초에야 알게 됐습니다. 상태가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무등산 풍경소리 후원자들과 함께 쾌차를 비는 간절한 마음을 모으면 빨리 나아질 것이라고 굳게 믿습니다.” 어느 가수의 유명 음반보다도 소중한 의미를 담은 이번 ‘사랑의 음반’은 광주출정가를 만들고 노래한 범능스님, 가수 안치환, 한보리, 김두수씨 등이 부른 자연 예찬의 노래를 한데 모아 편집했다. 특히 한보리씨는 이번 음반을 위해 새로 두 곡을 작곡했고, 시인 박남준씨는 시 낭송을 했다.
곁에서 이 소식을 들은 많은 이들은 이 두 도반의 아름다운 우정에 눈시울을 적신다. 이번 음반은 8월 중순에 1천장 정도로 한정 판매되며 수익금 일부는 일철 스님의 치료비에 쓰이고, 나머지는 ‘무등산 보호단체협의회’에 전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