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7 (음)
> 신행 > 신행
우리은행 불자회, 상락원 자원봉사활동 현장
우리은행 불자회원들이 상락원 장애아동들과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있다. 사진=고영배 기자
"태호, 시원하지."
"으~응."

7월 17일 서울 안암동 장애아동복지시설 상락원. 현동관 불자(47)가 중증장애를 앓고 있는 태호(4)를 씻겨주고 있다. 목욕을 안하겠다고 떼 쓰던 태호를 달래고 목욕시키기는 솜씨가 능숙하다. 단단히 골이 났던 세련이(5·정신지체2급)도 현 불자가 씻기고 난 뒤 금세 웃음을 짓는다.

매달 셋 째 주 일요일. 상락원에는 고마운 손님들이 온다. 우리은행 불자회(회장 정진호) 회원들이 바로 그들. 자원봉사를 원하는 은행 불자직원 20여명이 지난 달에 이어 두 번 째로 이곳을 찾았다. 자주는 못 왔지만 아이들과 이미 친해졌다.

하지만 목욕만큼은 언제나 한바탕 '전쟁'이 치러진다. 울부짖다 못해 방바닥에 머리를 찧는 아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아이. 되레 간식준비, 청소는 '누워서 떡먹기'다. 80여명의 정신지체 아동의 옷을 벗기는 것부터 비누질, 물기 닦아주기, 빨래에 이르기까지 손 가는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도 씻고 나면 아이들이 개운해 합니다. 힘들지만 아이들에게 한없는 기쁨과 보람을 느낍니다. 오히려 감사하는 마음을 아이들에게 배워갑니다."

신창호(44) 불자가 이곳에서 비지땀을 흘리는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다른 불자회원들도 마찬가지였다. 특별히 자원봉사의 의미를 크게 두지 않았다. 그냥 일상일 뿐이라는 것이다. 바로 생활 속에서 수행을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우리은행 불자회의 봉사활동은 지난 99년으로 거슬러 올라 간다. 원주 소쩍새마을 봉사를 비롯해 소년·소녀가장 자매결연, 매년 분기별 파주 노인요양원 진인선원 방문 등 꾸준히 소외된 이웃과 만나고 있다.

"정에 굶주린 사람들이 많습니다. 누군지 몰라도 금새 다가와 안기고 손을 맞잡습니다. 잘해 주면 좋아하고, 잘못해주면 싫은 표정을 짓는 그야말로 천진불이지요. 정신지체 아이든, 치매 어르신이든 말입니다. 이들에게서 마음 닦는 법을 배웁니다. 제가 어떤 마음을 갖고 대하냐에 따라 이들의 표정이 달리지니까요."

이탁수(49) 불자가 말하는 '수행법'이다. 자원봉사할 때의 마음가짐이 사심없어야 진정한 불자다운 모습이라는 것이다.

우리은행 불자회 정진호 회장은 "날마다 일에 치이고 사람들에게 시달리는 직장인이다 보니 사실 퇴근 후나 주말엔 모든 게 귀찮고 잠자기 바쁘게 생활하고 있다"며 "앞으로 봉사활동에서 부처님 법을 깨닫는 불자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철우 기자 | ingan@buddhapia.com |
2003-07-18 오전 8:18:00
 
한마디
닉네임  
보안문자   보안문자입력   
  (보안문자를 입력하셔야 댓글 입력이 가능합니다.)  
내용입력
  0Byte / 200Byte (한글100자, 영문 200자)  

 
   
   
   
2024. 11.27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원통스님관세음보살보문품16하
 
   
 
오감으로 체험하는 꽃 작품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