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9. 4.17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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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법 난립시대 조사선의 나아갈 길-3
3. 되살아 나는 조사선

해마다 조계종 90여 선방의 2천여 수좌를 비롯 천태종, 태고종 소속 스님 등 3천여 스님들이 ‘화두(話頭)’를 들고 안거(安居) 수행에 들어간다. 이에 뒤질세라 3천여 재가자들도 전국 30여 시민선원에서 안거 수행을 하고 있다. 평상시 전국 50여 시민선방에서는 직장인, 주부 등 재가 선객으로 붐비고 있으며, 사찰수련회동문회 회원들의 참선 붐도 일어나고 있다. 이는 미얀마 등 수행문화가 일반화 되어 있는 남방 불교국가에도 뒤지지 않는 세계적인 수행 열기다. 그동안 간화선 수행의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던 선지식 및 지도점검 시스템의 부재를 극복하기 위한 문답식 법회와 정기 점검, 선어록 공부 등 간화선 일변도의 수행방편을 극복하고 조사선의 다양한 수행법을 회복하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근대 한국 선불교의 조사인 경허선사 이후 많은 선지식을 배출한 한국 선불교가 새로운 중흥을 맞이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편집자 주>

■간화선 일변도에서 조사선 공부법으로
넓은 의미에서 조사선은 선종의 여러 조사들이 전한 선을 가리킨다. 여래선이 혜능선사의 남종 창립 이전 중국에 전래된 인도불교의 선법을 가리킨다면 조사선은 육조혜능 선사가 세운 선법을 가리킨다. 언설과 이론, 사변을 중시하는 여래선과 달리 조사선은 언어 문자를 초월하여, ‘불립문자 교외별전 직지인심 견성성불’(不立文字 敎外別傳 直指人心 見性成佛)의 격외도리를 말하는 특징이 있다.

조계종은 최상승 수행법이라고 일컫는 조사선의 간화선법을 세계에서 유일하게 이어오고 있다. 그러나 정작 출재가 수행자들의 기대에는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선방에서 조차 제3수행법을 공공연히 묵인하는가하면, 간화선을 버리고 남방수행법을 찾는 스님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조사선의 한 방편으로 확립된 간화선 일변도에서 벗어나, 선지식의 법문을 듣고 문득 깨닫는다는 ‘언하변오(言下便悟)’를 가능하게 하는 선문답과 지도점검 등 조사선의 공부과정을 회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즉 선(禪)을 공부해 본성을 깨닫기로 결심하는 '발심', 제방의 선지식을 찾아가 법을 묻는 '참문(參問)', 선지식의 대답을 듣고 생긴 의문을 해결하려는 '참구(參究)', 참구의 결과 해답을 얻어 선지식을 찾아가 답을 확인하는 '감변(勘辨)' 과 '인가(印可)' 등 전통 수행체계를 복원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원명선원 회주 대효 스님은 “조사선의 수행법은 좌선, 관법 등 특별한 능력의 습득이 아니라 가장 보편적인 교육법인 문답법이라는데, 보편성이 있다“고 말했다.

■재가자 참선 붐
매년 여름과 겨울, 3천여 스님이 안거수행에 들어가는 결제를 본받아 재가자들의 참선 수행열기도 고조되고 있다. 여름과 겨울 3개월간 실시되는 안거 때면 3천여 명의 재가자들이 일제히 선방에 방부를 들인다. 매주 또는 매달 정기 철야참선을 하는 재가불자들도 늘어나 스님 못지 않는 용맹정진이 일상화되고 있는 추세다.

전국의 시민선원은 재가자 안거수행을 하고 있는 30여 곳을 포함한 50여곳. 매달 또는 매주 정기적으로 수행하는 불자들은 1만여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 생겨난 20여 사찰수련회동문회에서 정기 참선을 하고 있는 회원들까지 포함하면 숫자는 더욱 늘어난다. 이제 참선이 스님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는 시대는 지난 것이다.

보림회 전홍근 총무는 “계속된 경제난으로 인한 실직과 이로인한 이혼 등 가정붕괴로 정신적인 상실감이 커지고 있는 요즘, 재가자들의 참선에 대한 관심은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복원되는 '문답-점검' 시스템
간화선을 위주로 수행하는 조계종에서는 스스로 하는 '자기점검'이외에 선지식에게 받는 '지도점검'이 일부 선방을 제외하고는 형식화되거나 사라진 곳이 적지 않은 게 현실. 이런 가운데 일부 선원이나 참선 공부모임에서 선종 고유의 공부과정을 되찾고 있는 곳이 점차 늘고 있다.

조사선의 전통에 따라 스승과 제자간의 문답-점검 시스템이 잘 이뤄지고 있는 곳은 화계사 선우회, 전등사, 극락정사, 선도회가 대표적. 이들 단체들은 사제간의 일대일 ‘공안 인터뷰’(화계사)나 독대 점검(전등사), '입실(入室) 지도'(선도회), 법거량(극락정사) 등을 통해 지도점검을 하고 있다. 다수의 제자를 대상으로 문답을 통해 수시로 수행을 점검하는 단체들도 늘고 있다. 안국선원, 원명선원, 현정선원, 무심선원, 명상아카데미 등은 법문을 듣다가 의문나는 점이나 정진 과정에서 부딪친 경계를 문답을 통해 스스로 해결토록 지도한다.

■선어록 공부모임 늘어
선사들의 깨닫기까지의 수행과, 깨달은 순간들의 상황을 기록한 선어록이 깨달음의 계기를 마련해 준다는 판단아래, 선어록을 공부하는 모임도 늘고 있다.
현재 선어록을 강의하는 선원이나 수행단체는 강남포교원, 안국선원, 우곡선원, 무심선원 등이다. 가산불교문화연구원, 선어록연구소는 교학적인 차원에서 강의가 진행중이다. 이러한 선어록 공부는 선어록 해설과 설법을 통해 사람들이 자칫 빠져 있기 쉬운 삿된 견해에서 벗어나 바른 견해를 갖추도록 이끌어주고, 이를 토대로 반야를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선 체험을 지도해 주는 특징이 있다. 깨닫는 일이야 학인이 주체적으로 해야 하지만, 그것을 유발하는 계기가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선어록 공부는 이제 참선 수행자들의 인기있는 공부 방편으로 떠오르고 있다.

■수행체계 확립-대중화 과제
이러한 한국 선불교의 활성화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간화선 수행의 제반문제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올바른 조사선의 수행법과 문답법, 점검체계 등을 바르게 파악, 시대에 맞도록 발전시켜야 한다고 목소리가 높다.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간화선 수행풍토의 문제점과 관련, 성본스님(동국대 선학과 교수)은 “수행자들이 전통적인 간화선 수행에 대한 올바른 교육이나 실천 수행 방법의 문제, 불법 정신을 바로 알지 못하고 올바른 수행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각화사 선원장 고우 스님은 “최근 간화선에 대한 잇따른 비판에서 알 수 있듯 부족한 선지식의 공백을 대신할 수 있는 수행체계의 확립과 대중화의 노력은 한국 간화선이 극복해야 할 커다란 과제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전국선원장회의 회장 혜국스님(남국선원장)은 “정작 비판해야 할 것은 간화선이 아니라 발심하지 못하는 수행자들의 자세“라며, ”간화선을 학문으로 접근하기보다는 끊임없는 정진을 통해 스스로 증득해가는 수행풍토를 만들어 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1000년 이상의 역사를 통해 검증된 탁월한 생활 수행법인 간화선. 중국과 한국에서 수많은 선장(禪匠)들을 배출한 조사선은 21세기에도 여전히 최상승 수행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오늘의 시대에 맞는, 오늘의 언어로 체계화시킨 '수행체계'를 만들기만 한다면, 위빠사나와 이른바 ‘제3 수행법’에 몰리고 있는 일반인들의 관심을 정통 조사선으로 되돌릴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조사선을 이끌 차세대 선지식들

세계에서 유일하게 조사선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한국 불교는 선방에서 묵묵히 수행하는 수좌들로 그 선맥이 면면히 이어지고 있다.
광복 이후 조계종의 선풍을 드높인 것은 성철, 청담 스님 등이 주도한 ‘봉암사 결사’ 세대였다. 조계종 종정 법전 스님은 봉암사 결사에 참여한, 살아 있는 마지막 세대다. 동시대의 고불총림 백양사 방장 서옹, 영축총림 통도사 방장 월하, 덕숭총림 수덕사 방장 원담, 황대선원 조실 성수, 화계사 조실 숭산, 용화사 법보선원장 송담, 선학원 이사장 정일, 동화사 조실 진제 스님 등은 한국을 대표하는 선사로 꼽힌다.

그 뒤를 이어 각화사 선원장 고우, 은해사 기기암의 적명, 용화사 선원장 성우, 봉암사 태고선원장 정광, 부석사 선원장 근일, 학림사 오등선원 조실 대원, 제주도 남국선원장 혜국, 봉화 축서사 조실 무여, 원명선원 회주 대효, 극락암 선원장 명정, 송광사의 현묵 등이 선맥(禪脈)을 지키고 있다.

또 상원사 선원장 의정, 범어사 선원장 인각, 동화사 선원장 지환, 해인사 유나 원융, 통도사 선원장 천진, 월명암 선원장 일오, 내소사 선원장 철산 스님도 많은 수좌들로부터 존경받는 중진 스님들이다. 그리고 현기, 대선, 기승, 운경, 청광, 성재, 활성, 정묵, 현전, 상경, 현묵, 정찬, 지근, 지현, 영선, 일수, 영진, 지범, 석곡, 종우, 황환, 철인, 호성, 영인, 증도, 보설, 중암 스님 등이 많은 수좌들의 전범이 되고 있다.

이러한 쟁쟁한 선사와 드러나지 않게 공부하는 수좌들의 면면은 ‘선지식 부재’라는 세간의 잘못된 인식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이들은 화두 일념으로 확철대오를 향해 묵묵히 나아가는 한편 말없이 후학들의 사표가 되어 수행을 점검하고 바른 길로 인도하는 선지식 역할을 하고 있다.
김재경 기자 | jgkim@buddhapia.com |
2003-07-17 오전 8: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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