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죽는 사람들. 시시각각 어두운 그림자를 직감하는 사람들. 이들을 사형수라 부른다. 숨 쉬는 순간조차 찰나 찰나의 죽음을 경험하고 불안 속에서 주어진 시간을 보내는 사형수. 그 초조함을 스스로 거두고 영겁의 편안함을 선택한 사형수가 있다.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사형수 이 모 불자(35세). 더 큰 죽음을 사후 장기ㆍ시신기증에서 찾았다. 이 모 불자는 최근 법무부와 서울지방교정청에 ‘잘못을 뉘우치고 생명을 살리는 장기ㆍ시신기증을 발원한다’는 청원서를 제출, 구치소가 이를 받아들여 형 집행 이후 시신과 각막을 기증토록 했다.
이 모 불자가 이렇게 사후 장기ㆍ시신기증을 결심하게 된 것은 5년 전. 구치소 수감 이후 불교종교위원과 만나면서 시작된다. 원망과 자책의 시간으로 지친 마음을 달래던 이 모 불자가 불교를 통해 마음의 변화를 일으키게 됐던 것이다.
이 모 불자는 이 때 “육보시가 불가에서 참으로 큰 보시”라는 불교종교위원을 법문을 듣고, 신장 및 골수 등 장기기증을 서원하게 됐다. 하지만 이 마저도 순탄하지는 않았다. 사형 형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줄곧 청원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 2000년 5월 사형 형 확정선고를 받게 되면서 이번에서야 가족의 동의와 구치소의 수용으로 기증의 길이 열리게 됐다.
<출요경>에 이런 말이 있다. “본래 자기가 지은 것은 자기가 받나니, 악을 지었을지라도 스스로 고치면 강철로 구슬을 뚫는 것 같다”라는 부처님 말씀. 살인자라도 진심으로 참회하면 죄를 사하고 깨달음의 길로 나아갈 수 있다는 가르침은 사형수 이 모 불자가 ‘더 크게 사는 법’을 찾을 수 있게 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