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대, 종교와 기업은 양극단에 존재했다. 그러나 오늘날 기업은 불교문화에서 ‘시대정신’과 ‘기업 가치’를 배운다. 창의력, 고객감동, 인내심, 상상력을 얻고 배우기 위해 기업들은 지금 사찰로 향하고 있다.
삼성SDI는 7월 8일부터 통도사에서 과장급 이상 간부 520명이 1박2일 일정으로 6차에 걸쳐 참가하는 수련회를 시작했다. 참선, 포행, 발우공양, 삼보일배, 특강, 박물관 관람 등의 프로그램이 눈코 뜰 새 없이 이어진다. “노사문제의 해법을 얻어가겠다”는 배기철 차장(교육부)과 “새로운 기업문화를 고민하고 있다”는 강병윤 과장(경영지원팀)은 11일 새벽 삼보일배를 마친 뒤 이번 수련회에 거는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SK건설은 오는 24일과 8월 6일 두 차례에 걸쳐 5박6일 일정으로 10여명의 임원들을 김제 귀신사에서 진행하는 동사섭 수련회에 참가시킨다. 조직관리 능력을 향상시키고 자아성찰의 기회를 갖게 하기 위해서다.
이처럼 사찰 수련회는 단순히 ‘사찰 체험’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불교 전통문화를 보고 배우기도 하지만 기업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바로 ‘불교 정신’이다. 버려야만 얻을 수 있다는 진리, 그리고 한 곳으로의 몰두. 여기에서 기업들은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려 한다.
금융자동화기기 전문업체인 노틸러스효성의 팀장급 직원 51명은 지난 6월 20~21일 이틀간 강화 전등사 산사체험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리더십을 키우는데 마음을 낮추는 ‘참선’만큼 좋은 교육프로그램도 없다는 판단에서다.
부산은행은 하반기에 범어사에서 임직원 수련회를 가질 계획이다. 이미 작년에 두 차례, 그리고 지난 5월에도 이틀간의 일정으로 직원수련회를 가졌는데, 효과 만점이었다. ‘고객감동’이 필요한 금융서비스. “자신을 철저히 가다듬어야만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범어사에서 배웠다”고 최영도 과장(인력개발팀)은 말한다.
부산 파라다이스호텔도 450여명 직원들이 참가한 가운데 지난해 말 9차에 걸쳐 범어사에서 수련회를 가졌다. “108배를 하면서 가슴이 뭉클했다”는 의견이 많아 올해도 사찰수련회를 고려하고 있다.
이밖에도 강원도청과 한국관광공사 직원들이 이달 25~26일 양양 낙산사 수련회에 참가하며, 외국인 회사 ‘투어넷코리아’가 지난 5일 경주 골굴사에서 수련회를 가진 것을 비롯해 많은 기업들이 사찰 수련회를 계획 중이다. 기업연수 이벤트 회사들도 이런 추세에 발맞춰 ‘사찰 연수’ 프로그램을 마련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