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프로 물을 길어 본 적이 있으신지? 마른 펌프에서 물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펌프 윗부분에 한 바가지의 물을 부어야 한다. 이 물을, 곧 올라올 물을 마중하러 나간다는 뜻으로 ‘마중 물’이라고 부른다. 이처럼 사회에 ‘한 바가지의 물’이 되고자 자처한 사람들이 바로 불교방송의 이웃돕기 프로그램 ‘거룩한 만남’ 자원봉사자들이다.
‘거룩한 만남’의 자원봉사자들이 하는 일은 크게 두 가지. 우선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이웃의 사연을 찾아내고 그들의 이야기를 취재하는 것과 청취자들이 보내오는 후원금을 모아 전달하는 것이다. 듣기로는 쉬워 보이지만, 지하철과 버스를 몇 번이나 갈아타고 전국 방방곡곡의 동사무소와 병원, 보건소를 쫓아다니며 사연을 모으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았고, 자원봉사자임을 증명하는 신분증이 없던 시절에는 간첩이나 ‘이상한 사람’으로 몰리기도 했다. 또 한 달에 몇 번씩 있는 지방 출장에다, 수혜자가 인터뷰를 거부할 때면 몇 번이고 다시 찾아가야 하는 등 일의 특성상 몇 달 만에 봉사활동을 포기하는 사람도 많았다.
이렇게 찾아낸 수많은 사연들 중 제작회의를 거쳐 선정된 사연 하나가 매주 방송에 소개된다. 인터뷰를 통해 채록한 그들의 애달픈 사연과 눈물겨운 이야기들을 듣고 보내오는 청취자들의 후원금과 후원물품은 매주 목요일 봉사자들과 진행자 도현 스님이 직접 찾아가 전달한다.
자원봉사자 김동명, 황문순, 장인희, 서종칠 씨. 이들 네 명은 1991년 첫 방송 때부터 지금까지 봉사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원년 멤버들’이다. 그만큼 가슴에 품고 있는 사연도 많다. 서종칠 씨는 “힘겹게 살아온 이웃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함께 몇 시간씩 눈물을 펑펑 쏟아내기도 하고,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돌리며 지갑을 털어놓고 온 적도 한 두 번이 아니다”고 말한다. 김동명 씨는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혹은 사춘기에 접어든 소년소녀가장들이 방송을 꺼리는 경우도 많지만 몇 번씩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마음을 터놓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그만큼 속 깊은 이야기를 끌어내는 것도 자원봉사자들만의 노하우다. 장인희 씨는 “하루 종일 걸어야 하는 날이 많아 10여 년을 운동화만 신고 다녔는데, 최근에야 굽이 높은 구두를 하나 마련했다”며 수줍게 웃는다. 이렇듯 힘든 일이지만, 10여 년이 넘게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자신들의 노력이 이웃들에게 ‘한 바가지의 물’이 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황문순 씨는 “우리의 작은 도움으로 삶의 활력을 찾고 씩씩하게 살아가는 가정을 보면 결코 봉사활동을 그만둘 수 없다”고 말한다. 방송을 통해 이름 한 번 불리지 않지만, 이러한 자원봉사자들이 있기에 정성어린 성금과 사연들이 전국 구석구석에 전달되고 있는 것이다.
즐거운 마음으로 봉사활동에 임하는 이들이지만, 걱정거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30여 명 남짓 활동했던 자원봉자사들은 IMF를 겪으며 10여 명으로 줄어들었고, 회당 700~800만원 정도 모였던 후원금도 400~500만원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봉사자들은 “사회복지정책 덕분에 예전만큼 ‘극빈층’이 많지는 않지만 아직 우리 주위에는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웃들이 많다”며 청취자들의 관심과 후원을 호소했다.(02)705-52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