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9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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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불교전문강원 1학기 마지막 수업풍경
사진=박재완 기자
올 3월초. 동두천 중화사 주지 용화 스님은 사미시절 강원에서 보던 <초발심자경문> <절요> 등을 다시 바랑 속에 집어넣었다. 1973년 출가해 포교당만 15년 운영하다 지금은 군 포교 등에 전념하고 있는 용하 스님은 승랍으로 볼 때도 어엿한 중진 스님. 통도사, 해인사 두 강원을 거친 스님은 요즘 갓 출가한 예비승들이나 보는 <절요>를 다시 배우고 있다.

“세 번째 듣는데도 느낌과 깨달음의 정도가 다르다. 옛날에는 이해 못 했던 부분이 뚜렷해지는 것 같고, 그 동안 잃어버렸던 원전의 의미를 되찾는 느낌이다. 무엇보다 무비 스님이나 지오 스님, 각성 스님, 덕민 스님 등 종단의 대강백 스님들에게 수업을 받는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이냐.”

서울 종로구 사간동 법련사 불일문화회관 2층. 승보종찰 송광사의 서울 포교당인 이곳엔 매주 월요일과 수요일 저녁 6~9시면 스님 59명과 재가자 22명이 모여든다. 지난 3월 3일 2년 4학기 과정으로 문을 연 조계종 교육원(원장 무비 스님) 부설 ‘서울불교전문강당’의 수업이 열리기 때문이다. 애초 스님 40명, 재가자 25명을 계획했으나 워낙 신청자가 많아 수강 인원이 늘었다고 한다. 지금도 40여 명의 스님과 재가자가 자리 나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게 교육원 측의 설명이다.

서울불교전문강당은 석전 박한영 선생이 1926년 안암동 개운사 대원암에 강원을 개설한 이후 약 80년 만에 처음으로 서울 도심에 들어선 전통 강원식 교육기관이다. 전통 강원에서 배우는 <초발심자경문> <치문> 등 사집과정에서 <금강경> <능엄경> <화엄경> 등의 사교, 대교 과정을 전통 강원과 똑같이 한문 원전으로 공부한다. 무비 스님(조계종 교육원장), 지오 스님(해인사 강주), 무관 스님(전 해인사 강주) 등 내노라하는 강백들이 교수사를 맡아 조계종단 최고 수준의 교육기관이라 할만하다.

사진=박재완 기자
지난 6월 23일. 1학기를 마치는 날에다 장마 첫날이라 부슬비까지 내리는데도 70여 명이 이날 수업을 끝까지 들었다. 교육원 관계자의 말에 의하면 평균 출석률은 86.8%. 현직 주지 스님이 22명이다 보니 강의일과 기도일이 겹치는 날에는 결석률이 좀 높으나 그 밖에는 90%이상의 높은 향학열을 불태우고 있다.

전북 익산 관음사 주지 지장 스님. 차로 3시간 넘게 달려와 3시간 수업을 듣고 절에 돌어가면 새벽 1시를 훌쩍 넘는다고 한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한 번도 수업에 빠진 적이 없다. 이리불교대학을 운영하는 등 20여 년 포교 일선에서 바쁘게 활동해 온 스님은 서울불교전문강당이 개설된다는 소식을 듣고 한달음에 달려왔다. 실상사 화엄학림 2기 졸업생이니 경전이라면 웬만큼 섭렵했을 텐데도 말이다.

“불교대학을 운영하다 보니 보다 전통적이고 체계적으로 경전을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고, 정확하게 경전을 볼 수 있는 안목도 필요하다고 느꼈다”는 스님은 “사미시절에는 무조건 외우는데 치중하느라 잘 파악하지 못했던 뜻과 내용이 피부로 와 닿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스님은 “대부분 주지 스님이거나 승랍 2~30년의 중진 스님들인데도 늦게 재발심해서 그런지 다들 열심히들 한다”며 목소리를 살짝 낮춘다.

수업 중간 10분 쉬는 짬을 이용해 만난 청아 스님(대전 자광사 주지)은 “옛 조사스님들의 글을 다시 한 번 배우며 그렇게 어긋나게 살지는 않았구나 하는 안도감과 그렇다고 만족할 만큼 부지런하게 살지도 않았다는 부끄러움을 함께 느낀다”며 “10년 동안 수행해 온 것을 되짚어 보고 점검해 봄으로써 재발심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말을 했다.

상덕 스님(미타사 정수암 주지, 옥수종합사회복지관장) 역시 “교도소나 경찰서다 일주일에 10회 이상 법문을 하게 되지만 ‘수행자로서 내실을 기해야 남도 제도할 텐데…’하는 허전함이 늘 남았다. 1주일에 이틀, 하루에 3시간씩 나와 배우다 보면 경전 구절도 구절이지만 강사 스님들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한 마디, 한 마디에 나도 모르게 속이 꽉 차는 느낌이 든다. 제일 큰 수확이라면, 수행자로서의 본분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됐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박재완 기자
서울불교전문강당이 전통 강원과 다른 점은 스님과 재가자가 함께 공부한다는 것이다. 구족계를 받은 이후의 스님들에게 재교육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였지만 처음 도심에서 전통 강원이 문을 연다는 소식에 재가자들의 문의가 쇄도해 빗장을 열었다고 한다.

원전 강독이라는 점을 감안, 자격을 엄격하게 제한한 결과 “재가자들이 전통 강원에 참여하는 첫 기회”를 잡은 수강생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불교대학 졸업은 기본이고 재가자 22명 중 조계사 포교사 자격을 가지고 있는 사람만 7명에 달한다. 대학원 석사 학위 이상을 가진 사람도 5명이고 이 중에는 불교학 석사와 대학 강사도 들어 있다.

천안 각원사에서 포교사로 활동하고 있는 정광성(52)씨는 “일반 불교대학을 다녔을 때는 경전에 대해 깊이 있는 공부를 할 수 없었다. 경전에 대한 전문적 공부를 하기 위해 수강을 하게 됐다”며 “포교 활동을 하는 데에도 도움이 많이 되지만 선사들의 말씀이나 편지 내용, 원력 높은 스님들의 수행 체험에 대해 공부할 수 있어 내가 수행하는 데도 도움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수업 시작 전 “7월 10일까지 2학기 수강 신청을 하셔야 7월 31일부터 시작되는 2학기 수업을 들을 수 있습니다”는 교육원 연수국장 재현 스님의 말이 이 날이 1학기 종강일임을 유일하게 알 수 있을 정도로 일반 불교대학이나 불교대학원의 학사일정을 배제한 것도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다만, 2학기에는 가을경 한 차례 성지순례를 계획하고 있다.

교육원 관계자는 “내년 3월에 2기 과정을 모집할지, 1기 과정이 끝난 뒤 모집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2학기에는 각성 스님(부산 호림사 승가대학 강주)이 <금강경> <능엄경>을, 덕민 스님(범어사 승가대학 강주)이 <원각경>을, 통광 스님(쌍계사 승가대학 강주)이 <대승기신론>을 강의한다.
권형진 기자 | jinny@buddhapia.com
2003-06-30 오전 9: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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