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색불교’라는 폄하돼온 일본 창가학회가 한국 사회에서 급속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에 가장 깊이 뿌리내린 일본불교는 1960년대 초 들어온 창가학회(일련종, Soka Gakki International)다. 한국 창가학회(KSGI)는 현재 한국에 40만 가구, 120여만 명에 달하는 회원을 확보하고 있다고 일본 산케이 신문이 6월 23일 보도했다.
현대불교가 한국 창가학회 본부와 종교학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KSGI의 신도수는 90년대 초반 60만 명에서 10년만에 2배나 성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불교의 주요 종단인 조계종과 태고종, 천태종, 진각종의 전체 신도가 6백만 명으로 추정되는 것과 비교해 볼 때 놀랄만한 수치다. 올해 2만 명의 회원이 신규 등록한 청년부 회원은 10만 명에 달할 만큼 조직도 탄탄하다. 문화회관 및 연수센터 등 280여 시설을 운영하고 있고, 화광신문 등 3개 정기간행물도 간행하고 있다.
KSGI가 이처럼 급성장을 할 수 있었던 원인으로는 농촌지역 및 소외계층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포교법과 탄탄한 조직력이 꼽힌다.
KSGI는 한국에 처음 들어왔을 당시만 하더라도 진언이나 주술에 의존하는 기복불교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80년대 이후 지역현안 사업에 발 벗고 나서 지역민들의 신뢰를 얻어내는 지역 중심의 포교를 펼치는 한편 사랑의 헌혈운동, 국토대청결 운동, 학교폭력 추방 캠페인 등 사회공익사업에 매진함으로써 ‘왜색불교’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벗는 포교로 전환했다. 또한 좌담회 등을 통해 신도들의 교학적 기반을 다지고 사회봉사활동 참여를 유도해 강한 애종심을 심어줬다.
이는 결과적으로 내부적인 결속력을 키워 탄탄한 조직력을 갖추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결국 도심 위주로 단체나 행정에 기반을 둔 포교를 펼쳐온 한국불교와는 상반되는 포교방법을 채택한 점이 대중 속으로 파고들 수 있었던 배경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남묘 호렌게쿄’를 외는 일본식 염불, 한국을 침략한 장군을 호법보살로 숭앙하는 점, 반일 감정 등으로 인한 폐쇄적인 조직 운영 등은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따라 불교계는 보다 적극적인 포교활동과 신도 조직력 강화 등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불교정보문화 네트워크의 K씨는 “이제부터라도 다양한 포교방법 개발, 신도교육 강화, 청정한 승가 확립 등 불교 이미지 개선과 포교 확대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조계종 총무원의 한 관계자는 “KSGI의 성장은 불자들이 이탈하거나 잠재 불자들을 빼앗기는 결과를 초래해 한국불교의 존립기반을 잠식하는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며 “늦은 감은 있지만 한국불교도 종무조직 정비와 제도 개선, 포교 활성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