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조 이후 선사 모두 착각도인’ 발언에 거센 반발
“당나라 육조 혜능 이후에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 중국과 우리나라의 선사들은 모두 착각도인입니다. ‘이 뭣고’ ‘부모가 낳기 전 나는 어디에 있었는가(父母未生前)’ 등도 모조리 죽은 화두입니다.”
최근 <영원한 대자유인>(궁리) 개정판을 낸 법기회 강정진(72) 지도법사의 수행법과 관련, 인터넷 게시판을 중심으로 뜨거운 논란이 일고 있다. 법기회 수행법에 문제를 제기하는 수행자들이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은 ‘혜능이후 선사들은 모두 착각도인’이라고 한 발언.
이와 관련 ‘다음 까페’(cafe.daum.net/buddhajukbi)에서 ‘장군죽비’란 별칭을 사용하는 한 스님은 법기회 수행법에 대해 조목조목 반론을 제기하고 나섰다. “육조께서 인가한 전법제자들도 착각도인이란 말이 아닌가? 그렇게 말하는 그는 누구의 인가를 받고 법을 이었는가? 그 인가전법한 분조차 착각도인일터, 만일 인가전법을 하지 못했다면 이야말로 천연외도가 아닌가?”이 스님은 ‘이 뭣고’ 등의 화두가 죽은 화두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비판하고 있다. “어째서 ‘이 뭣고’나 ‘부모 미생전’ 화두가 죽은 화두란 말인가? 세월이 아무리 흘러 겁을 지날지라도 위의 화두는 본참 화두로 이것을 깨달아 보지 않고는 불법을 깨달았다 할 수가 없는 법, 그가 무슨 근거로 ‘죽은 화두라’ 하며, 그는 이 화두를 참으로 투득했다는 말인지?”
법기회 홈페이지(www.bubkisa.or.kr)와 붓다뉴스(buddhanews.com), 동아닷컴(www.dongailbo.co.kr) 등 인터넷에도 비판의 글들이 쏟아졌다.
“어떻게 깨우치셨다는 분이 <영원한 대자유인>은 금강경을 읽기 전에 쓴 책이라 잘못되었다는 말씀을 그렇게 스스럼없이 할 수 있나요? 깨우치셨다는 분이 금강경을 읽고 또 무엇을 깨우치셨다는 것인지요.”(법기회 ‘참학인’) “거사님이 과거 선사들이 모두가 가짜인 이유는 결인법, 호흡법, 혀붙이기법 등을 모르고 있기 때문이라고 하셨데 호흡법은 모르겠지만 결인법과 혀붙이기법은 선방에서 모두가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동아닷컴 ‘납자’) “강정진 거사가 〈덕이본 단경(德異本 壇經)>에서 지난 800년간 잘못 기재되었다고 주장하는 부분은 극히 짧은 몇 구절에 불과합니다. 수많은 선어록 중에서 딱 한 권의 선어록의 짧은 몇 구절이 잘못 기재된 탓으로 지난 800년간 진정한 선지식이 나오지 않았다는 주장은 비판할 가치가 없습니다.(붓다뉴스 ‘무명인’)
이에 대한 반론도 적지 않았다. 법기회 수행자들은 용어상의 오해나 불일치, 전체가 아닌 단편적인 부분에 대한 비판일 수 있다며 강정진 법사를 옹호했다.
“서로 알고 있는 것이 다른 상황에서 토론을 하기 위해서는 용어의 정의와 개념의 정리가 뒷받침 되어 있고, 자신만의 schema(체계)를 배제한 상태에서 상대방의 논의를 글자 그대로 이해하려고 노력한 후에야 가능하다.”(법기회 ‘박형건’) 찬반 의견과 함께 중도적인 시각을 가진 수행자들도 있었다. “강 거사님의 방법도 맞지만, 자신의 방법을 전수하는 것으로 끝나야지 다른이들 것은 안된다하는 것은 향후 거센 반향을 일으킬 것입니다.”(법기회 ‘초심자’)
9년전 <영원한 대자유인> 초판 간행 때는 비교적 잠잠하던 ‘법기회 수행법’ 논쟁이 최근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것은 KBS 부처님오신날 특집 프로그램 <선객> 방영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수행자들은 법기회 수행법과 관련한 공개 토론회를 거쳐 정법을 드러냄으로써 불자들의 혼란을 해소시킬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