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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3일 대전 계룡산 장군봉 아래 위치한 학림사(조실 대원스님) 오등시민선원. 30여 불자들이 ‘오직 모를뿐’인 마음으로 의심하고 또 의심하는 화두참구에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10년 이상의 구참 선객들은 태산처럼 미동도 없지만, 억지로 화두를 챙리겨는 신참자들은 아무래도 힘이 달린다. 저린 다리를 바꾸기도 하고, 포갰던 손도 바꾸어 보고, 몸도 흔들어 보고, 어깨도 추슬러 보고…. 이날부터 7일간 저녁 9시부터 새벽 3시까지 진행되는 철야참선 시간에 재가 선객들은 수마와 싸우며 용맹정진했다. 365개 뼈마디가 저려오는 고통스러운 시간을 한 주간 이겨내다 보니, 이제는 철야정진이 어려운 것만이 아니다.
최근 주 5일 근무제가 정착되면서 학림사와 같은 시민선원이나 재가 수행단체에서 매주 또는 매달 철야정진을 실시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바쁜 일과로 인해 자주 수행하기 힘든 불자들 사이에서는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불자들은 철야 참선이나 1080배, 3000배, 108참회정진 등을 통해 1주일간 못한 수행을 집중적으로 하고 한 주를 활기차게 보내고 있다.
매주 철야참선의 전통을 이어온 사찰은 서울 화계사와 보림선원, 부산 해운정사, 대전 학림사 등이 대표적이다. 화계사 선우회는 26년째 매주 토요일 저녁 9시부터 일요일 오전 3시까지 주말 철야참선을 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화계사는 매월 네 번째 주 토요일 저녁 9시부터 철야 3천배 정진도 한다. 보림선원 보림회는 30년째 주말 철야정진을 하고 있다. 여름 및 겨울 휴가철에는 1주일 용맹정진까지 하고 있다. 부산 해운정사는 10여년째 매주 토요일 오후 8시 30분부터 주지 스님의 지도하에 법문 및 참선, 1080배 등을 하고 있다. 97년 개원한 학림사 오등시민선원은 매주 토요일 조실 대원스님의 증도가 법문에 이러 철야참선을 하고 있다.
한 달에 한 번 1주일간 특별정진주간을 정해 철야정진을 실시하고 있는 곳도 있다. 부산 삼광사와 서울 관문사는 기도 기간 중 매일 밤 11시 30분부터 다음날 오전 3시 30분까지 철야정진을 하고 있으며, 첫날과 마지막날은 주지 스님의 직접 법문을 한다. 철야정진에 참여하는 불자들는 하루 평균 1000여 명에 달한다. 삼광사와 같이 천태종 각 분원들도 여건에 따라 3일에서 1주일까지 한 달에 한번 기도주간을 설정해 철야정진법회를 실시하고 있다.
매달 한번씩 정기 철야정진을 하는 사찰은 더욱 많다. 대구 영남불교대학 관음사는 매월 첫째 주 토요일 오후 9시부터 철야정진기도를 실시하고 있다. 이 정진법회에서는 3000배 기도와 참선, 신묘장구대다라니, 반야심경, 금강경 사경 등을 하며, 첫째 주 일요일에는 각 모임별로 정근기도를 갖고 있다. 서울 선학원 중앙선원은 매월 둘째 주 토요일 선정회 주관으로 철야참선을 하고 있다. 양평 법왕정사도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 철야정진기도법회를 실시하고 있다.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청견 스님에게 법문과 함께 호흡에 맞춰서 절하는 법을 배우고 다음날 오전 7시까지 3333배를 10번씩 나눠 실시한다. 서울 법련사, 영주 부석사, 통도사 분당포교원 장안사는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 오후 7시부터 다음날 오전 3시까지 철야정진법회를 실시하고 있다.
이밖에 기도처로 유명한 여수 향일암과 남해 보리암에서는 철야정진기도를 원하는 불자들이 있을 경우 언제든지 가능하다. 남원 실상사 화엄회와 서울 능인성원은 3달에 한번, 1080배 및 3000배 철야기도정진을 한다.
2000년부터 화계사에서 매달 3천배 참회정진을 하다 최근 선우회에서 주말 철야참선을 하고 있는 강문주(대원행ㆍ38) 보살은 “3천배와 철야 정진을 하다보면 몸과 마음이 청정해지고 지혜가 샘솟는 것 같다”며 “장애를 극복하는 용기를 샘솟게 해 일상생활을 하는데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