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일. 전북 익산시 관음사 큰법당에서는 장학금 전달식이 열렸다. 익산 지역 불자들의 봉사모임 ‘천천마한클럽(회장 지장 스님)’이 주최한 이날 행사에서는 익산시가 추천한 소년소녀 가장 중ㆍ고등학생 12명에게 1인당 50만원씩 600만원의 장학금이 전달됐다.
천천마한클럽은 1천명이 매달 1천원씩 모아 지역의 어려운 사람들을 돕기 위해 발족한 모임이다. 지난해 8월 결성된 이 모임에는 벌써 지역 불자 800여 명이 회원으로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 한 달에 1천원이라는 작은 정성이지만, 가정형편이 어려운 청소년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고 앞으로 소년소녀가장과 독거노인으로 그 지원대상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이러한 천천마한클럽 창단을 주도한 곳은 바로 이리불교대학의 ‘마한 거사림회(회장 박중근)’다. 이리불교대학 동문들로 구성된 마한 거사림회는 2001년 12월, ‘불교대학에서 함께 공부한 것을 봉사활동으로 회향하자’는 취지로 결성됐다. 창립 후 매주 일요일 법회를 여는 것은 물론, 매월 첫째 주 일요일에는 법회를 마치고 인근 산을 찾아 등산도 하고 회원들 간에 한바탕 토론도 벌인다. 자연과 더불어 대화를 나누기 때문일까. 산상(山上)토론회에서는 불교가 절대 열세인 전라북도의 불교문화발전과 포교활동, 봉사활동에 관한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쏟아져 나온다. 거사림회 회원들이 산에 올라서 하는 또 하나의 일은 바로 ‘자연보호캠페인’. 캠페인이라고 해서 플래카드를 내걸거나 구호를 외치지는 않는다. 그저 묵묵히 산에 버려진 빈 병과 쓰레기, 담배꽁초를 줍는 행동으로 ‘소리 없는 구호’를 외친다.
해마다 초파일이면 익산 거리에 연등을 매달기도 하고 소년원 법회를 지원하기도 하는 등 활동 범위를 넓히고 있는 마한 거사림회는 신행활동을 꾸준히 이어나가는 한편 봉사와 포교를 통해 지역 불교를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거사림회의 김한철(68, 법명 향윤) 사무처장은 “40년 간의 공직생활을 마치고 정년퇴임 후 소일이나 하며 보내지나 않을까 걱정했는데 봉사활동을 하며 보람과 기쁨을 느낀다”며 “이제부터 내가 아니라 남을 위해 사는 제2의 삶을 살게 될 것이다”고 말한다.
섬유수출업을 하고 있는 박중근(50, 법명 유관) 회장은 “우리가 배운 부처님 가르침을 지역사회에 회향한다면 이는 곧 자연스럽게 포교로 이어질 것”이라며 “마한 거사림회가 익산 불교 중흥에 디딤돌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이제 익산 지역 거사들은 절에 가서도 법당에 들어가지 못하고 맴돌기만 하던 ‘주변인’이 아니라, 봉사활동을 통해 불법을 널리 펴는 불교발전의 든든한 축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063)853-15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