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떡, 과일 등이 풍성하게 차려진 생일상 앞에서 생일 축하 노래가 한창이다. 잔치상의 정성은 말할 것도 없고, 복지관 유치원생들의 재롱도 잔치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특히 이날은 칠순, 팔순, 구순을 맞으신 할머니, 할아버지를 위한 잔치여서 기쁨이 더했다.
이른 아침부터 복지관을 찾아 홀로 사시는 어르신들을 위해 딸처럼, 며느리처럼 꼼꼼하게 생일 잔치를 준비한 보살들은 정다운회 회원들로 벌써 4년째 매월 생일잔치를 열어왔다. 99년 정다운회가 결성되면서 처음으로 마련된 생일잔치는 매년 100명을 넘는 어르신들에게 생일의 기쁨을 되찾아 드리는 큰 잔치가 되었다.
"혼자 외롭게 사시니까 생신 날은 더욱 외로울 수밖에 없잖아요. 그러니 작은 정성으로 밥이라도 한끼 대접해 드리자고 시작하게 된 거죠." 배인숙 총무는 한사코 대단한 것이 아니라고 부끄러워했지만 정다운회가 마련한 생일 잔치는 독거 노인들에겐 생일을 되찾아 준 특별한 선물이자 외로움을 달래는 따스한 사랑이다.
"너무 고맙다고, 자식보다 낫다고 우시는 분들을 볼 때면 좀 더 잘해 드려야겠다고 결심하죠. 그런데 하고 나면 늘 부족함을 느껴요. 그래도 할 때는 어르신들도 기뻐하고 하는 우리도 기쁘기만 해요." 기쁘기만 하다고 말하지만 처음엔 회원들의 회비만으로 생일상 차리랴, 선물 준비하랴 어려움이 많았다. 각자 회원들이 떡이나 음료수를 해오기도 하고, 시장보고 음식 준비하는 것까지 무엇하나 수월한 게 없었다. 그러나 생일 잔치가 있는 날이면 가게문까지 닫고 달려오는 정다운회 보살들의 지극함 때문이었는지 지금은 후원도 늘어나고 올해는 식당에서 생신 맞으신 분들을 초대해 대접도 할 수 있게 됐다. 정다운회 보살들의 마음만큼 넉넉하고 풍요로운 생일 잔치를 하게 된 것이다.
동명불원 대불합창단에서 찬불가를 부르며 부처님 가르침대로 사랑을 실천해 보자고 발심했던 정다운회는 처음 10명으로 출발, 지금은 9명이 활동하고 있다. 회장은 없고, 편의상 총무라는 직책을 두었지만 모든 회원이 봉사에 임하는 열성은 여느 모임의 회장보다 적극적이다. 지금까지 일심동체로 어르신들의 자식노릇을 할 수 있었던 것도 회원들의 내세우지 않는 마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마음이 척척 맞아요. 회원들 마음이 하나가 되니 힘든 줄 모르고 지금까지 조금 더 정성껏 하자는 생각 하나뿐이죠." 봉사 날이면 가게는 자동 휴무일이 되었던 서명옥 보살은 이제 가게를 그만두어 마음 편히 봉사할 수 있게 됐다며 환하게 웃었다.
정다운회의 보살들은 정이 많다. 세상에 나누어줄 사랑, 웃음, 행복이 많은 정다운회 보살들은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직접 방문해, 청소도 해드리고 어깨도 주물러 드릴 계획도 세워두고 있다. "언젠가 나도 늙잖아요? 조금 젊은 내가 미래의 내 모습인 어르신들을 위해 무엇인들 못하겠어요?" 임경이 보살의 말은 정다운회 보살들이 들려주는 불이(不二)의 가르침이다.
앞치마를 두르고 종종걸음을 치다가 잠시 일손을 멈추고 어르신들을 위한 축하 노래도 빼놓지 않는다. 가끔은 율동까지 곁들여 흥을 돋구면 어르신들의 얼굴엔 어느새 웃음꽃이 피고, 어깨춤이 절로 난다. 사람 몸 받고 이 세상에 온 기쁨이 어르신들의 얼굴에 절로 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