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9. 7.21 (음)
> 신행 > 신행
국립현충원 호국지장사의 6월


“가지 말라고 했어. 근데 아들놈이 몰래 얘기도 하지 않고 베트남으로 가버렸지. 그게 마지막이었어. 야속했지. 죽기 전에 남은 거라곤 편지 2통 밖에 없었는데…. 내가 익상이를 어떻게 키웠는데, 해방 후에 38선이 그어질 때 갓난아이였던 녀석을 포대기에 싸서 남한으로 왔었어. 그런 아들이었는데 말이야. 다시 살아올 거라고 생각했어, 적어도 익상이 유해를 받기 전까지는.”

아들을 가슴에 묻었다는 김 할머니. 67년 2월, 아들의 묘역 안치 일에 맞춰 강원도 묵호(현재 동해시)에서 현충원 근처 흑석동으로 이사를 왔다. 먼 타국에서 떠나보내야만 했던 아들을 좀더 가까이에 두고 싶어서였다.

“내 업이라고 생각해. 자식 먼저 앞세워 보낸 죄를 참회하려고 지장보살님께 매달리고 있어. 아들과 남편이 다음 생에는 반드시 오래 오래 살게 해달라고….”

절절한 사연은 또 있었다. 마지막으로 눈감는 남편에게 <지장경>을 읽어줬다는 박연순 할머니(법명 대련화ㆍ72세). 벌써 31년이 지났건만, 박 할머니는 마음의 응어리가 좀처럼 풀리지 않는다. 가는 길을 마냥 지켜 볼 수밖에 없었던 힘없는 아내였던 것이 여태껏 사무친 마음을 편히 놓아둘 수 없게 했다.

박 할머니의 남편 김종문(당시 40세) 육군상사는 고등학교 재학 시절 학도병으로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애국심이 투철한 직업군인이었다. 그 후 강원도 하천군 육군 15사단에서 근무하다가 73년 갑자기 심장마비로 순직했다. 남편의 빈자리는 너무도 컸다. 6남매의 가장으로 산다는 것은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행상이며, 파출부까지 안 해본 일 없이 닥치는 대로 일해야만 했다.

“고생한 것 어떻게 말로다 다 하겠어. 6남매를 온전히 키울 수 있도록, 항상 부처님께 건강하게 해달고 빌었어. 또 바깥양반 묘비를 하루가 멀다 하고 매일 찾아 왔어. ‘여보 저에게 힘을 주세요’라고 끊임없이 물었어. 아마도 지하에 있는 양반이 많이 도와 준 것 같아.”

지금은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박 할머니. 지장사와 인연은 특별했다. 74년 남편 유해를 현충원에 안장하는 날, 목탁소리가 귀전을 때렸다. 안장이 끝나자마자 곧장 지장사를 찾아갔다.

“현충원 안에 절이 있으리라곤 생각도 못했어. 슬픔에 허덕이고 있는 나한텐 그야말로 감로수였어. 요즘 들어 남편의 묘비에서 입버릇처럼 ‘당신! 참 쓸쓸하지. 곧 갈게. 우리 죽어서 자유로운 영가가 돼서 손 붙잡고 명산대찰로 노닐자고’라는 말을 하고 있어. 앞으로 우리 부부, 이렇게 될 수 있겠지?”

6월, 국립 현충원 지장사에서 만난 불자 보훈가족들. 지금 이 땅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교훈을 던져 주었다. 한국 역사의 고비마다 조국의 이름으로 자신의 생명을 던졌고, 우리는 이들의 희생을 딛고 서 있다는 것을 일깨워 주고 있다.

▲현충원 호국지장사는?

호국지장사는 지금부터 1,200여 년 전 신라 경문왕 때 도선 국사가 창건했다. 이후 670여 년 전 고려 말 공민왕 때 보인대사가 중창하고 화장사(華藏寺)로 개명했다. 조선 중기 선조 때 국가기원 사찰로 지정해 중수됐다. 당시 오성과 한음 두 대감이 이곳에서 공부해 장원급제했으며, 이 후 기도 성지로 유명해졌다.

호국지장사는 국립 현충원 내 유일한 종교시설로, 국가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는 사찰이다. 55년 정부가 국군묘지 창설 계획에 따라 철거 위기에도 몰렸으나, 당시 조계종 종정과 총무원장을 역임한 청담 스님이 문제를 해결해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현재 혜성 스님이 주지로 있으며, 지난 84년에는 지금의 호국지장사로 다시 이름을 바꿨다. 또 대웅전 좌측에 지장석불을 최근 조성했으며, 1,200지장보살상을 봉안하는 등 호국 기원 지장도량으로 일신하는데 노력하고 있다.

특히 군인과 군무원만 안장하다 65년 국립묘지로 승격되고, 96년에는 국립묘지관리소에서 국립 현충원으로 개명됨에 따라 호국영령 천도법회 등 불자 보훈가족 포교에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김철우 기자 | ingan@buddhapia.com |
2003-06-07 오전 9:27:00
 
한마디
닉네임  
보안문자   보안문자입력   
  (보안문자를 입력하셔야 댓글 입력이 가능합니다.)  
내용입력
  0Byte / 200Byte (한글100자, 영문 200자)  
 
   
   
   
2025. 9.12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원통스님관세음보살보문품16하
 
   
 
오감으로 체험하는 꽃 작품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