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빠사나 지도하는 재가 법사들
“수행 중에 몸이 부분적으로 사라진 것을 느꼈습니다. 어찌해야 할까요?”
“어떤 현상이든 알아차릴 대상으로 보십시오. 없으면 없는 대로 알아야 합니다.”
“호흡도 없어지고 몸의 감각도 없어지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호흡을 포함한 몸의 느낌이 완전히 감지되지 않으면 그때는 아는 마음인 앎을 알아차리시면 됩니다.”
매주 목요일 오후 2시~5시 30분 서울 강남 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마음을 알아차리는 ‘심념처(心念處)’ 수행을 지도하는 묘원 법사와 수련생간의 인터뷰 내용이다.
최근 위파사나 수행법과 상좌부 불교의 국내 유입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이같은 재가법사들의 수행지도는 더 이상 낯선 광경이 아니다. 위빠사나를 지도하는 재가법사들은 대부분 미얀마의 마하시 수행센터 등 세계적인 수행처에서 비구계를 받고 수행하다, 국내에 귀국하는 동시에 환계(還戒)하고 재가법사로서 수행자들을 지도하고 있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재가법사 가운데 깊은 체험을 바탕으로 수행을 지도하고 있는 대표적인 이는 김열권 법사와 묘원 법사다.
봉인사와 요가명상원, 정신세계원 등에서 위빠사나를 지도해 온 김열권 법사는 아나파나사띠(호흡관)을 중심으로 위빠사나를 지도한다. 정신 통일을 위한 사마타 호흡(무드라, 선정 3식, 진원 진기), 자비관, 불성관, 생사관 등 예비 수련과 수행자 특성에 따라 태국의 아짠담마다로의 기공 위빠사나, 아짠문의 만트라 위빠사나, 미얀마 순륜 스님의 감각 관찰 위빠사나, 쉐우민 스님의 마음관찰 위빠사나 중 택일하여 아나파나사띠와 함께 지도한다. 10년간 간화선을 닦다가 1990년 미얀마로 출가해 위빠사나를 수행한 김 법사는 <보면 사라진다> <위빠사나 Ⅰ, Ⅱ> <위빠사나 12선사> <고요한 숲속의 연못> <깨달음으로 가는 오직 한 길> 등 많은 수행서를 저술해 위빠사나 붐을 조성한 장본인이다.
1988년 국내에 위빠사나를 처음 소개한 거해 스님으로부터 위빠사나를 접한 묘원 법사는 96년부터 마하시 센터와 쉐우민 센터에서 7년여간 집중적인 수행을 했다. 신(身, 몸의 움직임), 수(受, 감각), 심(心, 마음의 움직임), 법(法, 생각의 대상) 등 사념처(四念處) 가운데 마음을 알아차리는 심념처(心念處) 수행으로 깊은 체험을 한 묘원 법사는 서울 강남 여성인력개발센터(매주 목요일 오후 2시~5시 30분)와 대전 둔산 정부종합청사 인근 수행처(매주 금 오전 11시~오후 5시)에서 사념처관을 지도한다.
수행과 학술연구를 병행하며 위빠사나 붐에 한몫한 재가법사들도 있다. 천안 호두마을 김재성 법사, 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 임승택 연구교수,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황용식 교수(명상치료 전공)가 대표적이다.
김재성 법사(고려대장경연구소 선임연구원)는 일본 동경대학에 유학, 초기불교 및 상좌불교, 부파불교의 아비달마 등을 연구하고, 1991년 미얀마의 빤디따라마에서 하안거를 지낸 이후 위빠사나 수행과 지도를 겸하고 있다. <붓다의 말씀> <지금 이 순간 그대는 깨어있는가>(고요한소리) <위빠사나 수행의 길> 등의 역서를 내고 인터넷 사이트(http://vipassana.buddhism.org)를 통해 활발한 사이버 포교를 펼치고 있다. 선상담연구원과 한국요가연수원에서 위빠사나를 지도하고 있는 임승택 교수는 초기불교 수행론을 집대성한 <빠띠삼비다막가 역주>(가산불교문화연구원)를 펴내 위빠사나 수행 연구에 토대를 만들었다.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에서 고엔카 위빠사나를 위주로 지도하는 황용식 교수(명상치료 전공)는 서양의 상담심리학과 불교 수행을 접목시켜 삶에서 부딪히는 구체적인 문제해결에 도움을 주는 한편 수행법을 배울 수 있는 교과과정을 실험적으로 마련하고 있다.
이들 재가법사들은 향후 10년 안에 위빠사나가 중요한 수행법으로 정착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선 수행이 확철대오한 스승 밑에서 공부하지 않는 한 수행의 진전을 확인하기가 어려운데 비해 위파사나는 경전에 제시된 수행방법을 그대로 따라하면서 수행의 모든 과정을 스승으로부터 점검 받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재가법사들의 수행지도가 가능한 것도 이러한 체계적인 수행과정이 있기 때문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