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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31일 대구 동대구지하철역 광장에서는 소년소녀 가장을 돕기 위한 작은 음악회가 열렸다. 구경꾼은 불과 50여명 남짓 많지 않은 청중이지만 요즘 아이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동요 ‘아기염소’를 노래하는 가수들의 얼굴엔 웃음과 활기가 넘친다.
이들은 1년이 넘도록 동대구역 공연장에서 거리공연을 펼치고 있는 대구 맑고향기롭게 ‘우리 여기에’ 거리공연팀. 매주 토요일이면 어김없이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3시간동안 거리공연을 통해 소년소녀 가장돕기 모금활동을 펼친다.
이들이 부르는 노래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밝고 맑은 곡들이 대부분.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요에서부터 ‘우리 여기에’ 팀장이자 언더그라운드 가수 박창근씨의 대표곡 ‘이유’를 비롯해 가수 김광석, 한대수, 김민기씨의 곡 등 누구나 들어도 흥겨워하고 좋아할 만한 노래들로 채워졌다.
가끔 공연도중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구경하던 어르신들이 막무가내로 마이크를 빼앗아 노래한다고 떼를 쓰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도 항상 웃으며 어르신들의 한이 담긴 ‘한오백년’에 장단을 맞추기도 한다. 음악을 사랑하는 거리 문화를 만들고 어려운 이웃을 돕기위한 자선 음악회이자, 특별한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이들만의 무대이기 때문이다.
박창근(32, 가수), 박성운(34, 가수), 성환우(39, 직장인), 손정호(36, 사회복지사) 이렇게 4명의 프로급 가수와 아마추어 소리꾼들이 모여 지난해 4월 결성한 ‘우리 여기에’ 회원은 현재 공연을 준비하는 스텝까지 모두 10여명으로 늘어났다. 모두 직장인이어서 매주 시간 내는데 제약도 많지만 웬만한 일이 아니면 토요일은 항상 거리공연을 위해 비워놓는다.
거리공연을 한다고 해서 보수가 생기는 것도 아니지만, 자신들의 작은 정성으로 소년소녀가장인 다섯 아이들을 뒷바라지 할 수 있다는 것이 자연스레 이들의 어깨에 힘이 들어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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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여기에’는 장애를 가진 형과 관절염을 앓고 있는 엄마와 살고 있는 정호, 병환중인 할머니와 동생을 돌보는 단비, 부모님이 이혼하면서 할머니에게 맞겨진 영수, 국민기초수급대상자로 보조를 받는 할머니와 함께 있는 예솔이, 할머니 이모할머니와 함께 살지만 1사람분의 국민기초수급대상자 보조금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미지, 이렇게 다섯 아이들에게 매달 5만원씩을 정기적으로 후원해오고 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열심히 살고 있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저려온다고 말하는 성환우씨는 “불합리한 사회제도로 인해 진정 도움을 받아야 할 어린이들이 도움의 손길에서 멀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공동모금회가 생긴 이후 거리모금을 통한 후원이 불법이 되어버려 안타깝다”고 말한다.
여러차례 공연을 하다보면 악기나 앰프, 스피커 등 고쳐야 할 것들이 하나 둘 생기지만 모금된 돈은 절대 쓰지 않는 것이 이들에게 철칙. 어린이들의 코묻은 백원짜리 동전하나, 어르신들의 꼬깃꼬깃한 쌈지돈 1천원 한 장도 이웃을 돕고자 하는 정성이 깃든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하루 3시간 공연을 통해 모금함에 들어오는 돈은 5~10 만원선 그나마도 대구지하철사고가 생긴 후 지하철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수가 부쩍 줄어, 다섯 아이들에게 보내줄 지원금도 빠듯하다. 그전에 적립해 놓은 돈이 있어 아직은 도움을 주는데 어려움은 없지만 혹 이마저도 부족해지면 모두자신의 주머니라도 털 기세다.
이들의 공연을 접해보고 싶다면 매주 토요일 오후 1시 지하철 동대구역 광장 또는 인터넷 홈페이지(www.artmusician.com/withus-intro.htm)에서 만날 수 있다. (053)753-88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