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들이 모두 퇴근한 5월 27일 밤 10시. 불교방송 제작국이 갑자기 분주해진다.
“원고는 어디 있어요?” “첫 번째 노래가 뭐였지?” 방송시간이 다가올수록 마음이 바빠지는 이들은 매일 밤 11시부터 다음날 새벽 1시까지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불교방송 청소년 포교프로그램 ‘살며 생각하며’ 제작진들이다. 밤낮을 잊은 채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는 서용국 PD와 김민정 작가 그리고 진행자 덕신 스님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매일 같은 시간에 스님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우리 프로그램의 강점”이라는 서 PD는 “종교를 떠나 방송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서로 스스럼없이 대화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수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김민정 작가는 심야방송의 매력으로 ‘편암함’과 ‘친밀감’을 든다. “방송을 들으며 차분하게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 프로그램만의 색깔을 결정짓는 사람은 진행자 덕신 스님. 서 PD는 “스님의 편안한 목소리와 열린 시각이 청취자들에게 호응을 얻는 것 같다”고 말한다. 스님은 “일반 라디오 방송처럼 단시간에 큰 인기를 끌지는 않지만 방송을 통해 한 번 맺어진 인연은 오래 가게 된다”고 말한다. 실제로 청취자 중에는 방송을 통해 스님과 인연을 맺은 후 자녀와 함께 라디오를 듣거나 다른 종교를 가지고 있지만 스님의 방송은 꼭 챙겨듣는 청취자들도 있다.
올해 봄 개편부터 방송되고 있는 ‘살며 생각하며’는 사실, 불교방송의 간판 프로그램이었다. 지난해 가을 방송이 폐지된 후에도 ‘다시 듣고 싶다’는 청취자들의 요청이 쇄도해 이번에 부활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인지 요즘 프로그램에 대한 청취자들의 반응도 뜨겁다. 매일 청취자 게시판에는 10여 건의 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방송 중 진행하는 인터넷 채팅 참가자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요일별로 다양하게 꾸며진 프로그램도 인기의 비결. 한주간 인터넷 인기검색어를 통해 시사문제를 짚어보는 ‘클릭! 베스트 검색어’와 영화나 대중가요에 나오는 국악을 찾아 들어보는 ‘휘모리와 비바체’를 비롯해 선생님과 고등학교 방송반 학생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시간도 마련돼 있다.
프로그램이 시작된지 이제 한 달 남짓. 제작진들은 ‘아직은 준비기간’이라며 “앞으로 공개방송이나 청소년 캠프 등을 통해 더 많은 청소년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