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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5일, 부산 천마재활원 복도가 떠들썩해지는가 싶더니, 잠시 후 파티가 열렸다. 5월 15일 충북 제천시에서 열린 제23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서 라이벌 대구팀을 물리치고 천마재활원 축구부가 따낸 금메달의 기쁨을 함께 나누기 위한 조촐한 파티였다. ‘축구아저씨’로 통하는 부산불교보현회 청년회(회장 전진호, 38)가 비바람을 뚫고 준비해온 음료수와 과자로 청년회원들과 축구부원들은 축배를 들었다. 장애의 고통과 한계를 극복한 축구 선수들의 기쁨과 그들을 뒷바라지해온 청년회원들의 보람과 자랑으로 넘쳐난 작은 잔치였다.
이들의 인연이 시작된 것은 14년 전인 1990년. 부산불교보현회 소속으로 천마재활원 봉사를 해왔던 몇몇 회원이 장애우들과 좀 더 가까워지고 싶어 축구 지도를 자원하면서부터다. 회원들은 몸과 몸으로 부딪히는 축구를 통해 그들이 장애를 극복하고 사회적 편견의 높은 벽을 뛰어넘는 자신감을 얻길 발원했다. 그 바람 하나로 매주 일요일 천마재활원을 찾았고, 축구복, 축구화는 물론 필요한 물품들을 후원했다. 전진호 회장의 월급 중 30만원 이상이 축구부 후원에 쓰여졌고, 회원들의 여가 시간은 천마 축구부를 위해 예약되었다.
“처음엔 무척 어려웠어요. 재정적 어려움과 무관심을 딛고 몸이 뜻대로 따라주지 않는 아이들에게 축구를 지도한다는 게 쉽지 않았어요. 마음 따로 몸 따로였죠.” 그러나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다는 게 전회장의 설명이다. “지금은 세계대회에 한국대표로 출전할 만큼 실력 있는 축구부가 되었어요. 선수들의 노력과 의지가 이룬 성과지요. 너무 자랑스러워요.” 실제로 천마재활원 축구부는 95년 특수올림픽 준우승, 2001년 아시아 정신지체인 축구대회 3위를 비롯해 입상 경력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화려하다.
전회장의 칭찬에 축구부 주장 안흥수(36) 선수는 “장애에 상관없이 정정당당하게 겨룰 수 있는 자신감을 일깨워주었고 평생 갚을 수 없을 정도의 많은 도움을 주었다”며 고마움을 털어놨다. 20살 막내부터 최고참 안선수까지 정신지체 3급의 선수 28명에게 13년을 한결같이 ‘축구아저씨’로 찾아온 청년회원들은 이제 봉사자를 넘어 형이자 친구이고 아빠다.
지금은 감독을 두고 훈련을 할 정도가 된 천마재활원 축구부를 위한 회원들의 노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늘어나는 재정 부담을 줄이고 장애인 축구에 대한 관심과 후원을 이끌어내기 위해 3년 전부터는 봄, 가을에 축구부 후원을 위한 축구대회를 연다. 조기회팀, 직장팀을 초청 친선경기도 갖는다. 또한 천마재활원 축구부의 성과로 장애인 시설의 요청이 많아져 지난해부터는 성우원에도 축구팀을 만들고 성창만(37) 회원이 직접 지도에 나섰다. 천마 축구부는 성우원 축구부 훈련 조교로 활동하면서 선배노릇도 톡톡히 한다.
이 밖에도 청년회의 연간 계획서엔 천마재활원과 성우원 생일자 명단과 추석 명절 용돈 주기, 원생들의 결혼기념일, 산타할아버지 방문, 소년의 집, 소아재활원 방문 등이 빼곡하게 적혀있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 내가 받고 싶었던 관심과 사랑을 소외된 곳에 전해주고 싶을 뿐”이라는 청년회원들. 나와 타인을 둘로 보지 않는 부처님 가르침을 따라 자신이 원하는 것을 타인에게 베풀고, 원하지 않는 것은 타인에게도 하지 말라는 단순한 명제를 실천하는 노총각들이 부산불교보현회 청년회엔 많다. 부처님 가르침 함께 실천할, 참한 신부감 어디 없을까?
*사진설명: 14년을 일심으로 함께 뛰어온 부산불교보현회 청년회와 천마재활원 축구선수들은 5월 25일 전국장애인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낸 기념으로 파티를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