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9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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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어록 공부하며 참선하는 모임 늘어
“부처님과 조사 스님들이 아무리 전함 없이 전했다 해도, 전해주는 상황이나 연유를 몰라서야 된단 말인가?”

11세기 중국 송나라 시대에 선사들의 이야기 모음집인 <경덕전등록> 편집에 참석한 장락정앙(長樂鄭昻) 스님은 선의 체험은 전할 수 없지만, 선사들이 깨닫게 된 상황과 전후 사연은 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선어록의 존재이유를 밝힌 대목이다.

선사들의 깨닫기까지의 수행과, 깨달은 순간들의 상황을 기록한 선어록. 왜곡된 ‘불립문자(不立文字)’의 견해를 따르는 이들은 선어록을 우리 말로 공부한다든지 해석하면 큰일이라도 나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최근 선어록이 깨달음의 계기를 마련해 준다는 판단아래, 공부 모임이 늘고 있다.

현재 선어록을 강의하는 선원이나 수행단체는 강남포교원, 안국선원, 우곡선원, 무심선원, 가산불교문화연구원, 선어록연구소 등.

강남포교원 원장 성열스님은 매주 월요일 오후 1시에 선어록 강좌를 연다. 노장 신도들의 모임인 선우회 회원들을 대상으로 <육조단경> <선종영가집> <전심법요> <달마혈맥론> 등을 공부해 왔으며, 지금은 ‘선으로 푸는 금강경’을 강의하고 있다. (02)539-2631

선어록 공부를 중요시하는 부산 무심선원 원장 김태완 교수(부산대 철학)는 매주 수요일 오후 7시 '전심법요', 매주 토요일 오후 2시30분 '선으로 읽는 금강경' 법회를 연다. 무심선원은 단순히 선어록을 읽고 해설하는 공부모임이 아니라, 체험을 녹인 선어록 강의로 법의 실상을 드러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051)515-7226

매주 월요일 오후 8~10시 임제록 강의를 열고 있는 우곡선원은 10명의 법사단이 차례로 선어록을 강의하고 있다. 장명화 선원장을 비롯해 이각범 한국정보통신대 교수, 홍석교 아주대 교수, 송운석 단국대 교무처장 등 10명의 법사단이 돌아가며 <육조단경> <돈오입도요문론> <달마혈맥론> <무심론> <위앙록> <마조록> <백장록> <임제록> 등을 강의해 왔다. (02)2055-3111

안국선원 원장 수불 스님은 수시로 <육조단경> <선요> <몽산어록> <마조어록> 등 전통 조사선의 어록을 알기 쉽게 설법하는 것이 특징. 선어록을 철저히 체화(體化)한 후 오늘의 목소리로 되살려내는 설법은 교(敎)를 통해 대신심을 내게 한 다음 대의심을 유발하고, 다시 대분심을 이끌어내 선(禪)에 이르도록 하는 체계적인 참선교육의 일환이다. (02)732-0772

선어록을 전공한 학자들의 강의도 희소성만큼이나 눈길을 끈다. 가산불교문화연구원(02-765-9602) 김영욱 책임연구원은 매주 금요일 7시30분 무문관을 강의중이다. 그동안 대학원 과정의 스님 등을 대상으로 <육조단경> <서장> <도서>를 강의했다. 선어록연구소(02-597-0787) 송인성 소장은 매주 토요일 오전 10~12시 ‘선어록 입문’ 강좌를 열고 있다. 한문 원문을 허사에 유의하면서 해석하는 연습을 위주로 한다.

이러한 선어록 강좌는 단순히 선종 어록을 읽고 뜻을 풀이하는데 그치는 공부모임이 아니다. 선어록 해설과 설법을 통해 사람들이 자칫 빠져 있기 쉬운 삿된 견해에서 벗어나 바른 견해를 갖추도록 이끌어주고, 이를 토대로 반야를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선 공부를 지도해 주고 있다.

깨닫는 일이야 학인이 주체적으로 해야 하지만, 그것을 유발하는 계기가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선어록 공부는 이제 참선 수행자들의 인기있는 공부 방편으로 떠오르고 있다. 연세대 신규탁 교수는 “선어록을 읽다 깨친 사람들은 이루 말할 수 없고, 불경을 보다 깨친 사람은 더 많다. 살아 계신 석가모니를 본 적이 없는 우리들이, 깨달은 어른들의 말씀을 적은 책을 보지 않고 어떻게 깨칠 수 있을까? 경전과 선어록은 깨달음으로 인도하는 지도책이다.”고 말했다.
김재경 기자 | jgkim@buddhapia.com |
2003-05-21 오전 8: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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