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7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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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하듯 일하고 일하듯 수행한다
‘일터’, 현대인에게 있어 직장은 가정에 버금가는 공동체다. 직장ㆍ직능불교 신행 운동은 90년대 ‘재가불교운동’의 흐름에 동참하며, 불교의 생활화ㆍ대중화의 주역으로 자리 잡았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신행패턴도 바뀌고 있다. 사찰 중심의 신행 활동이 직장, 동일 직종, 지역별 연합단체로 그 무게 중심이 옮겨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떻게 일터를 불국토로 가꿔가고 있을까? 삶의 현장에서 불심을 일궈가는 불자들. ‘일터 불심’들이 꽃피우고 있는 신행상을 짚어본다.

하루의 절반 이상을 일터에서 보내는 직장인들. 이들은 꿈을 꿔도 업무와 관련된 꿈을 꾼다고 말한다. 그야말로 직장생활이 삶의 전부가 된 셈. 갈등도 수없이 빚어진다. 대인관계, 과다한 업무량 등 적잖은 회의와 좌절감도 맛보는 곳이 직장이다. 최근 전국민주노동노합총연맹이 발표한 <직장생활에 대한 노동자 인식> 조사결과에 따르면, 가장 좋은 동료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 60.7%가 ‘고민을 같이 나눌 수 있는 동료’라고 꼽았다. 반면 ‘자기 일을 잘 해내는 능력 있는 동료’라고 답한 사람은 불과 18.4%에 그쳤다.

이 같은 인식이야 말로 직장불자회 신행의 필요성을 대변한다. 직장불자회 활동은 고민상담의 창구 역할과 인간관계에 각종 윤활유 역할을 담당하는 즐거움을 제공함으로 ‘일터가 곧 수행터’란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런 기류를 타고 최근 직장불자회들은 일터 특성에 따라 ‘보살 닮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 운동은 각 직장의 여건에 따른 신행의 특성을 살려내는 효과를 얻고 있다. 특정 보살상 봉안, 단체명을 보살 이름으로 짓기 등 형식도 다양하다. 전국불자교정인연합회는 지장보살의 중생구제 원력을, 불자법조인의 모임인 서초반야회는 문수보살의 지혜를, 선재마을의료회와 불자약사보리회 등은 약사보살의 자비행을 신행의 좌표로 정립하고 있다.

전국불자교정인연합회 지회의 경우, 재소자 교화 업무의 특수성을 감안, 지장신앙을 신행의 중심에 두고 있다. 수원교도소와 여주교도소 등은 지난 2001, 1999년에 각각 재소자 운동장에 지장보살상을 봉안해 불자 재소자ㆍ교도관뿐만 아니라 일반 직원들까지도 마음의 위안처로 여기고 있다.

여주교도소 불심회 어윤식 회장은 “불자교정인으로서 지옥 중생을 모두 구제하겠다고 큰 원을 세운 지장보살을 닮으려는 것은 업무 수행의 길잡이가 된다”며 “일터불심이 직무 특성과 조화를 이루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설명한다.
특히 직장불자회의 ‘보살 닮기’ 지향은 직장 특성을 살린 신행상 확립과 함께 회원들의 직무 수행 방식을 불교적으로 변화시켜, 직장 내 포교사 역할까지 해내게 한다.

직장을 불국토로 만들려는 일터 불심의 노력은 직장의 담장도 넘고 있다. 직장에서의 신행이 가정ㆍ사회의 화목을 이끄는 중요한 활력소가 되고 있는 것이다. 또 직장불자회는 보다 다양한 회원 확보를 위한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신행의 깊이를 더해가기 위한 ‘법회 내실다지기’ 등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 현실에 반영되어, 일터 불심들은 직장도 가정도 사회도 불국토로 가꿔가고 있다.

전국경찰불교회 김진홍 사무국장은 “내 근무지가 바로 부처님의 정법이 있는 곳이다. 일터는 수행과 신행의 장소인 동시에 자아실현의 장”이라며 “나와의 관계, 이치, 도리 등을 잘 관찰하는 생활수행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박스】직장을 정토로 가꾸는 사람들

제각기 다른 직장에서 신행활동을 벌이고 있는 직장 불자들. 이들은 어떻게 일터를 정토로 가꾸고 있을까?

한국공무원불자연합회 사무국장 안홍부 씨(57ㆍ감사원). 그는 공무원 불자들 세계에서 ‘귀신’으로 통한다. 지방 출장이 잦은 업무 특성상 출장기관의 불자들을 족집게처럼 찾아낸다고 해서 붙여진 애칭이다. 감사원불자회 창립을 이끈 안 국장. 지난 2000년 정부부처와 전국경찰불교회가 참여한 공불련 창립을 주도, 직장불자회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장본인이다. 안 국장은 행사 기획은 물론 준비, 뒤처리 등을 도맡으며 직장불교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일터가 법당인 사람도 있다. 국립서울법원 양동선(45ㆍ치과과장) 씨. 5 년 전 편도암 진단을 받고 기사회상한 뒤, 그가 일하는 병원은 자비의술을 실천하는 전법의 장이 됐다. 양 과장은 또 신입회원의 신행상담에서부터 법회 집전까지 손수 맡는 등 불자회의 호법신장이 되고 있다.

보건복지부 보련회 강인준(51) 총무와 한전본사 반야회 이순형 구도부장(55) 등은 숨은 일꾼이다. 이들은 동료나 상사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전법의 사명감을 갖고 사는 불자다. 강 총무는 법무부, 건설교통부, 환경부 등 과천정부청사 내 불자회 창립 지원뿐 만아니라, 과천청사 공무원불자연합회 결성에 실무를 도맡았다. 이 구도부장(55)은 반야회 창립 멤버로, 불서 선물을 통한 포교활동으로 반야회 식구들을 늘리는데 큰 역할을 했다.

사이버 포교사도 있다. 소비자보호원 법우회 김종관(37) 총무는 요즘 직장불자회에서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는 대화 채널 방식인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다. 김 총무는 최근 회원들의 근황과 함께, 활발한 의견 개진의 장을 마련, 의사소통의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김철우 기자 | ingan@buddhapia.com |
2003-05-15 오전 8: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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