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9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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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구니스님 파워 세상을 바꾼다
세상을 이끄는 절반의 힘, 여성. 승가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국내의 비구니 스님은 약 7천여명(전국비구니회 추산). 그동안 각종 행사나 언론에 얼굴을 내미는 것조차 꺼려온 비구니 스님들의 사회참여활동이 본격화되고 있다.

올해 3월 조계종 사상 처음으로 비구니가 총무원 집행부 고위직인 부장에 임명된 데 이어 오는 가을에는 지난해 완공된 전국비구니회관이 개원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 또한 내년에는 세계여성불교도대회인 ‘사키야디타(Sakyadhita, 부처님의 딸들)’가 전국비구니회 주최로 서울에서 열리는 등 비구니 스님들의 행보가 활발해지고 있다.

하지만 비구니 스님들의 활동이 아직 모든 면에서 자유로운 것만은 아니다. 축적된 비구니 스님의 역량을 어떻게 불교 내외의 사회활동으로 연결할 수 있을지 알아본다.

【국내 비구니 활동 현황과 과제】
비구니 스님들의 활동에 세상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3월 조계종 사상 처음으로 비구니 탁연 스님이 총무원 문화부장에 임명됨에 따라 언론과 일반인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비구니 스님들의 사회참여에 대한 기대치도 고조되고 있다.

조계종 총무원장 법장 스님은 첫 비구니 부장 임명과 관련해 “종단내 비구니 스님의 비율을 감안, 시대적인 변화와 요청을 반영했다”며 “복지와 포교 분야에서 비구니 스님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만큼 앞으로 종단 내 ‘비구니부’도 신설할 예정이다”고 밝히는 등 비구니 스님의 사회참여에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또한 지난해 완공된 전국비구니회관의 개원식이 올 가을에 열리는 것과 맞물려 내년에는 세계여성불교도대회인 ‘사키야디타’가 전국비구니회 주관으로 서울에서 열린다. 특히 전국비구니회관의 개원은 비구니 스님들의 포교, 교육, 수행, 복지의 중심이 생기는 것일 뿐 아니라 공동체적 결집력이 약했던 비구니 승단의 위상을 새롭게 정립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눈에 보이는 성과물만이 아니라 현재 비구니 스님들은 사회 곳곳에서 그동안 축적해 온 능력을 발휘하며 불교발전의 당당한 한 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비구니 스님들의 주요 활동 영역도 포교와 복지뿐 아니라 환경, 인권, NGO활동 등으로 그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다.

복지분야의 경우 최근 2년 사이에 삼전종합사회복지관 선재 스님과 서울노인복지센터 관장 지완 스님 등 복지관 관장을 포함한 시설장이 6명이나 늘었다. 또한 천성산?금정산 관통 고속철도 건설 반대운동에 앞장 선 지율 스님을 비롯해 북한산 관통도로 반대운동 등 불교 환경운동의 중심에도 비구니 스님들이 있었다. 비구니 스님들에게는 성역과도 같았던 군승과 경승의 문도 열릴 것으로 기대되는 등 한층 왕성한 활동이 예상된다.

2002년 12월 현재 조계종에 등록된 스님은 약 1만 2천여명. 이 중 비구 4천269명, 비구니 4천291명(사미 1천768명, 사미니 1천426명)으로 수치로 본다면 비구니가 비구보다 많다. 여기에 비구니 종단인 보문종을 포함하면 비구니 스님의 숫자는 7천여명에 이른다.

수적 증가에 따라 매년 전국의 비구니 선원 32곳에서 700여 명의 비구니들이 안거에 들어가고 있으며, 조계종에 등록된 사찰 2천여 개 중 중 비구니 스님이 운영하고 있는 사찰은 500여 개에 이르는 등 이미 비구니 스님은 전체 승단에서 그 수와 역량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러한 수치상의 약진에도 불구하고 비구니가 각 분야에서 활동하는데 적지 않은 장애가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종단기구의 주요 교역직 종무원 이상의 자격은 거의 다 비구에 한정되어 있고 전체 비구니의 종무행정 참여나 교단 내 지위는 미약한 실정이다.

조계종 중앙종회의 비구니 종회의원 81명 중 비구니는 10명인 것이 그 단적이 예라 하겠다. 국장급 보직에도 비구니는 단 2명에 불과하고 교구본사 주지에 비구니 스님이 한 명도 없다는 것은 역량에 비해 종단 행정 참여에 비구니의 역할이 미미했음을 보여준다. 때문에 비구니 스님들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전국비구니회가 전국의 비구니 사찰에 거주하고 있는 스님 61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비구니 스님의 위상이 낮다’는 응답이 65.2%를 차지한 것도 이러한 현실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비구니 스님들의 활발한 사회참여를 가능케 하는 방안은 없을까?
전국비구니회 사회부장 정각 스님은 “이제 비구니 스님들은 복지나 포교 분야 뿐 아니라 사회문제에 대해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참여해야 한다”고 말한다. 날로 심각해져가는 인간성 황폐화, 도덕불감증, 환경파괴 등을 치유하기 위해 비구니 스님들 스스로 다각적인 사회 참여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조계종 문화부장 탁연 스님은 “비구니 스님들 특유의 능력과 가능성을 재인식해 그 잠재력을 개발하고 성장시키는 일에 주력해야 한다”며 “비구니 스님의 역량이 사회적으로 발휘될 때 비로소 한국 불교계 전체의 역량도 그만큼 커질 것”이라고 강조한다.

중앙승가대학 교수인 본각 스님은 내년에 열릴 사키야디타 대회가 “한국 비구니사의 새 역사가 창출되어야 하는 시점에 새로운 활력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한국 비구니의 법맥은 세계적인 유산”이라는 스님은 “우리나라 비구니 승단은 세계 어느 불교국가보다 그 위상이나 입지가 확고한 만큼 그 역량을 사회적으로 회향하는 것이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고 말한다. 즉 비구니 승단이 존재하지 않는 동남아 국가들이나 대만, 일본, 베트남 등 비구니 승단이 있지만 비구 스님 집단에 예속되어 있는 것에 비하면 우리나라 비구니 승단은 훨씬 독자성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비구니 스님들의 활동을 뒷받침 하는 공고한 기반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스님은 “비구니 스님들이 활발한 사회 참여와 불교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기회와 여건이 다양하게 주어지길 바란다”고 말한다.

【전국비구니회장 광우 스님 인터뷰】

동국대 비구니 종비생 1호이자 어린이 포교의 선두주자인 광우 스님은 세수 78세의 노구에도 불구하고 비구니 스님들의 구심점 역할을 하기 위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전국비구니회를 이끌고 있는 광우 스님을 만나 비구니의 역할과 전국비구니회관 운영계획, 세계여성불교도대회 준비상황 등을 들어본다.

-비구니 문화부장 탄생에 따라 비구니 스님의 대 사회활동에 대한 기대가 증폭되고 있습니다.
“탁연 스님의 문화부장 임명은 첫 번째 시도이니만큼 기대와 의미가 큽니다. 이번 시도는 능력과 자질이 충분한 비구니 스님들이 많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계기가 된 만큼 앞으로 능력 있는 비구니 스님들을 발굴하고 현장에서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비구니부 신설이 공론화되고 있는데요.
“‘비구니부’ 신설 문제는 아직 구체적인 시기와 방법이 정해지지 않은 사안인만큼 뭐라 말할 단계는 아닙니다. 다만, 많은 비구니 스님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그 형식과 내용을 준비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자칫 ‘비구니부’가 비구니 스님들의 활동을 제한하는 등 역차별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신중을 다해야겠지요.”

-앞으로 비구니 스님들의 역할은?
“비구니 스님의 능력과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봅니다. 최근 들어 조금씩 비구니 스님들의 활동상이 겉으로 드러나고 있는데, 이는 그동안 눈에 띄지 않게 충분히 역량을 축적해 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진정한 수행자상은 수행과 포교의 합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바로 믿고 바로 행하는 ‘실천적 수행 정진력’이 있을 때 비로소 그 역량이 바로 드러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스스로 열심히 수행하고 또한 포교의 방법을 다양화해야 할 것입니다. 비구니 스님들 특유의 자비와 부드러움, 포용성을 바탕으로 사회활동 참여 범위를 넓혀 나가는 것 또한 숙제라 할 수 있겠지요.”

-전국비구니회관 개원식도 앞두고 계시지요?
“22년 만에 완공한 전국비구니회관은 올해 가을쯤 개원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갑니다. 비구니 스님들의 총본산격인 전국비구니회관은 앞으로 비구니 스님들의 재교육기관으로 꾸려나갈 예정입니다. 비구니의 힘을 결집하는 근본도량이 되는 셈이지요. 비구니 스님들 자신의 수행과 포교와 복지사업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정보 교환의 장을 마련하고 이 시대에 맞는 교육과 포교방법을 고민하는 곳이 될 것입니다.”

-내년 서울에서 열릴 제8회 사키야디타 대회 의의는 무엇인가요?
“지난해 대만에서 열린 사키야디타 대회는 그동안 재가 여성불자 위주로 진행됐던 이전 대회에 비해 비구니 스님들의 참여가 늘어났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열릴 대회에는 이미 대만과 일본 등 여러 나라의 비구니 스님들이 참여하기로 한 만큼 이번 대회는 사키아디타가 명실상부한 세계대회로 거듭날 전기가 될 것입니다. 또 이 대회를 통해 한국 비구니 승단의 위상은 물론 한국 불교를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구체적인 진행상황은?
“서울 대회는 ‘어떻게 불교를 실천할 것인가’와 ‘여성 불자의 역할’ 등을 주제로 다룰 예정입니다. 현재 대회 추진위원장을 맡은 본각 스님이 대회 기회부터 자금마련까지 동분서주 열심히 뛰고 있습니다. 일정 중의 3일은 서울 비구니회관에서, 3일은 경주 불국사 등에서 진행될 예정입니다. 불교계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길 바랍니다.”


【각계각층에서 활동하는 비구니 스님】

비구니 스님들의 사회참여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각 분야에서 두드러진 활동을 펼치고 있는 비구니 스님은 어떤 분들이 있을까?
우선, 비구니 스님들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복지 분야를 살펴보면, 옥수종합복지관장 상덕 스님과 서울노인복지센터 관장 지완 스님, 청각장애인 포교에 앞장서고 있는 광림사 연화복지원장 해성 스님을 들 수 있다. 98년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한 후 일선에 뛰어든 지완 스님은 2001년 8월, 조계종이 서울시로부터 위탁받은 서울노인복지센터의 관장에 취임해 노인복지에 힘쓰고 있다. 포교에 있어서는 30년 가까이 화성 신흥사에 머물면서 어린이 포교에 진력하고 있는 신흥사 청소년수련원장 성일 스님이 첫손에 꼽힌다.

나날이 그 참여가 늘어나고 있는 환경분야는 ‘천성산 지킴이’ 지율 스님(내원사)과 불교환경연대 생태조사연구실장 법현 스님이 대표주자 격이다. 천성산 관통 고속철도 건설 반대를 위한 지율 스님의 38일간의 단식 투쟁은 일반인들의 관심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문화분야에서도 비구니 스님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선재사찰음식연구원’을 열고 사찰음식의 효용과 가치를 널리 알리고 있는 선재 스님과 음성공양을 통해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고 있는 정률 스님은 인터넷 홈페이지도 운영하며 대중들과 호흡을 함께 하고 있다. 불교방송의 ‘차 한잔의 선율’을 진행하고 있는 진명 스님은 방송을 통해, 보명ㆍ정명ㆍ지연 스님 등은 ‘연화꽃꽂이회’를 결성해 활동하고 있다.

학계에서는 동국대학교에 해주ㆍ혜원ㆍ계환 스님이, 중앙승가대학에는 본각ㆍ혜도ㆍ능인 스님이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 중 전국비구니회 기획실장이기도 한 본각 스님이 최근 가장 두드러진 활동을 펼치고 있다. 본각 스님은 제자 비구니 스님 20여 명과 함께 ‘한국비구니연구소’를 조직, 비구니 승단의 역사를 총 망라하는 <비구니사> 편찬과, 세계여성불교도대회 한국지부장을 맡아 대회 준비에 여념이 없다.
여수령 기자 | snoopy@buddhapia.com
2003-05-13 오전 9: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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