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문조사 분석
불자들은 어떤 동기로 불교에 입문해서, 어떻게 신행하고 있으며, ‘불자’로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현대불교는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이 같은 내용을 중심으로‘재가불자 의식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조사는 본지 구독자 중 재가불자 1만1천명을 대상으로 우편설문을 통해 이뤄졌다. 본 설문 결과는 ‘본지 구독자’라는 특정 층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일반 불자들의 보편적 의식의 결과라고 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그러나 이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번 설문조사는 대다수 불자들의 의식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설문 내용 유형별로 분석을 시도했다.
●응답자 유형
전체 응답자 1,402명 중 50대가 34.3%(481명)로 가장 많았고, 40대 33.7%(472명), 60대 이후 24.3%(341명) 순이었다. 30대는 6.4%(89명), 20대는 0.8%(11명)이었다. 이처럼 응답자 층이 40대 이상에 몰려있는 이유는 젊은 불자층이 상대적으로 엷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응답자의 남(46.6%) 여(51.8%) 비율은 비슷했으며, 자발적으로 불교에 입문한 불자는 전체의 53.5%로 가장 많았다.
●신행형태
참된 불자라고 생각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의 67%가 ‘부족하지만 열심히 노력한다’고 답했으며, ‘그렇다’는 22.8%, ‘그렇지 않다’는 7.1%였다. 이 결과는 불자 10명 중 7명이 불자로서의 정체성에 대해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는 대답이 ‘그렇지 않다’는 대답보다 3배 가량 많았다.
스스로가 ‘참불자’라고 답한 응답자에 한해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를 물은 질문에는‘부처님 가르침대로 살고 있기 때문’이라는 대답(50.8%)이 가장 높았으며,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경우를 제외하면 부처님 가르침대로 살고 있다’는 대답도 25.4%나 됐다.
스스로가 참된 불자라고 생각하지 않는 불자들의 절반 이상은 그 이유를 ‘부처님 가르침을 실천으로 옮기지 못해서’라고 꼽아 ‘실천’을 참불자의 척도로 생각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불자들의 실천행이 아직도 부족한 현실을 고려하면, 실천을 참불자의 척도로 꼽고 있으면서도 실제로 이를 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참불자가 되기 위해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요소’로는 ‘무조건적 믿음보다 먼저 자기확신이 서야 한다’(46.6%)는 대답이 가장 많았으며, ‘경전을 가까이하고 절에 자주 가야 한다’(18.6%)와 ‘무조건 믿을 수 있어야 한다’(16.3%)는 대답이 뒤를 이었다. 이는 과거 맹목적 신앙이 주류를 이뤘던 것과는 상당히 다른 것으로, 불자들 상당수가 믿음(종교)에 대한 신념과 확신을 중요시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조건적 믿음’에 답한 응답자가 비교적 적은 것은 구원의 신앙이 아닌 불교신앙의 특성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불교가 삶에서 차지하는 의미’는 ‘삶의 전부’(33.4%) ‘의지처’(28.7%) ‘사고와 행동의 기준’(28.2%) ‘여가 수단’(3.9%) 순이었다. 적어도 불자 10명 중 6명은 바람직하든 그렇지 않든 간에 불교신앙을 삶과 일치시키려는 의식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불교를 신앙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참된 가치를 찾고 싶어서’(78.5%)라는 대답이 압도적이었다. 또 신앙 형태로는 ‘절과 집을 가리지 않고 공부나 기도를 한다’(43.3%)는 응답이 가장 많았으며, ‘일상생활에서 부처님 가르침을 따르려 한다’(23.8%)는 답도 적지 않았다. 그리고 응답자의 60%는 자신의 신앙형태가 ‘바람직하다’고 답한 반면, ‘그렇지 않다’는 응답은 20%에 그쳤다.
위 세 항목의 결과는 ‘절에 가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생활 속의 신행이 자리잡아가면서 기복적 성향이 크게 줄어들고, 이에 따라 불자들 스스로가 자신의 신행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불교와 삶
자신의 신행에 대한 자부심은 ‘불자’라는 자부심에도 큰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자로서 자부심을 느끼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79%)는 응답은 상당히 높게 나타난 반면, ‘그렇지 않다’(1.2%)거나 ‘부끄러움을 느낄 때가 많다’(6.6%)는 대답은 매우 낮았다.
이같은 결과는 ‘불자들 스스로가 불교에 긍지를 갖지 못하고 있다’는 통념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보여지는 행위들이 불교의 이념에서 벗어난 사례들이 적지 않음을 감안할 때 불자들은 불교 본질과 현상에 대한 분리적 사고를 하고 있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물론 최근의 불교계 안정과 사회활동 강화도 위 결과에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
불자라는 자부심을 느낀다는 응답자의 86%는 그 이유로 ‘부처님 가르침이 진리이기 때문’이라고 답함으로써 불자들의 불교에 대한 자부심에는 불법에 대한 자부심이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불교적인 삶을 살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로는 수행(65.1%)이 꼽혔으며, 봉사(22%) 포교(3.4%) 교리공부(3.3%)가 뒤를 이었다. 이는 최근 불자들 사이에서 번지고 있는 수행열풍을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교리공부에 대한 관심은 매우 낮아 자칫 불교에 대한 정확한 이해없이 수행에만 매달리는 현상도 우려된다.
응답자의 87%가 윤회를 믿는다는 결과는 매우 흥미롭다. 윤회를 믿지 않는다는 답은 1.2%로 극소수였다. 이는 대부분 불자들이 업사상과 인과법 등의 불교사상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 외에 조상숭배 등 한국인의 전통적 의식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나와 타인의 이익 중 ‘나의 이익’과 ‘타인의 이익’을 선택하겠다는 응답이 27.5%와 27.9%로 거의 같다는 흥미로운 결과도 나왔다. ‘선택하기 어렵다’는 응답은 39.3%로 가장 높았다.
●불교 및 교리 이해
불자들은 부처님 가르침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을까. 10명 중 7명은 정도차이는 있으나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조금 부족하다’는 39.8%, ‘상당히 부족하다’는 30.7%,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는 26.5%였다.
불자들은 또 부처님 가르침에 대한 이해는 물론 ‘실천’도 상당히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가운데 60%가 ‘불자로서 가장 부족한 부분’으로 ‘실천’을 꼽았고, ‘교리나 경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응답은 19.8%였다. ‘신심 부족’은 12%. 이는 수행이나 불교공부도 중요하지만 그 가르침을 직접 행하는 실천행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반영하는 것이다.
실천을 중요시하는 불자들의 태도는 교리에 대한 인식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교리를 알아야만 참불자가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47.6%)는 견해가‘교리를 아는 것은 필수적이다’(45.1%)는 견해를 앞섰다. ‘교리를 모르더라도 신앙생활이 가능하다’는 응답은 5%였다. 이는 과거 ‘교리’를 중요시 여겼던 신행패턴이 이제 ‘실천’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교리 공부는 ‘불교대학과 같은 교육기관에서’하는 경우가 35.5%로 가장 많았고, ‘스님 법문’(31.9%) ‘책으로’(21.7%) 가 그 뒤를 이었다.
●불교와 사회
불교의 사회적 신뢰에 대한 불자들의 의견은 정확히 반반으로 갈라졌다. ‘불교가 사회로부터 신뢰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는 47.8%, ‘아니다’는 47.4%였다. 이는 불자들이 불교에 대해 갖는 자부심이 높은 것과는 달리 사회(국민)는 불교를 냉정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견해가 반영된 것으로, 불교가 국민과 함께 할 수 있는 종교로 거듭나야 한다는 과제를 제시한 셈이다.
특히, 사회적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는 이유로 ‘승가자질부족’(32.7%)과 ‘승가불협화음’(21.1%)이 나란히 1,2위로 꼽혀 승가의 자기반성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런 긍정과 부정이 공존하는 현실인식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불자들은 불교의 미래를 밝게 전망했다. ‘다른 종교보다 불교의 미래가 밝을 것이다’는 응답이 74.1%인 반면, ‘그렇지 않을 것이다’는 응답은 9.6%에 불과했다. ‘다른 종교와 비슷할 것이다’는 대답은 13.6%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