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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관법명상
5월 5일 새벽 2시, 부천에서 승용차를 몰아 신갈~안산간 고속도로와 영동고속도로를 달렸다. 어린이날 아빠 노릇을 다시 1년 뒤로 미룬 채, 경기도 안성시 죽산면 용설저수지 상류에 위치한 보현도량 도솔산 도피안사에 도착한 시간은 새벽 4시. 30분 뒤부터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상담심리학과 황용식 교수(52, 명상치료학)가 지도하는 관법명상 수련회에 참석하기 위해 경내를 산책하며 헐떡이는 마음을 가라앉혀 보았다.

‘존재하는 것의 진실을 있는 그대로 알고 보아 가는 명상’으로 요약되는 관법명상이 진행된 곳은 일반인을 위한 수련시설인 보현당 2층의 아라한전. 현대 서양화 기법으로 재미있게 그려진 500 아라한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재학생 8명과 일반인 4명, 그리고 지도교수와 기자가 좌정했다.

몇분간의 정적이 흐른 후 황 교수는 코 끝을 드나드는 들숨과 날숨을 평정심을 지닌 채 관찰하라고 나지막히 말한다. 다시 얼마간의 호흡관이 진행된 후 황 교수는 허벅지에서부터 다리 발, 발가락에 이르는 감각을 나선형으로 내려가면서 관찰하라고 지시한다. 나중에는 온 몸에 대한 감각 관찰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호흡관을 계속하라고 지도한다.

관법명상은 새벽 5~6시 자율정진, 아침 공양후 8시부터 10시까지 동일한 방법으로 계속되었다. 초보자들에게는 하루 종일 이어지는 좌선이 고행과도 같이 느껴질 터인데, 대부분이 미동도 하지 않은 채 거뜬히 명상했다. 이어 오전 10시부터 40분 동안은 황 교수의 담화(설법)가 이어졌다.

“우리는 평정심으로 호흡과 감각의 관찰을 중시하는 인도의 고엔까(Goenka) 계통의 위빠사나 명상의 기법을 좇아가면서도, 그러한 관법(觀法)이 사실은 감각 등을 매개로 하여 마음이 마음을, 즉 마음이 자신을 알고 보려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황 교수는 몸과 마음으로 이뤄진 자신을 하나하나 마음챙겨 알면 드디어 그 근본적인 성격인 쉼없이 변함(無常)과 궁극적으로 만족스럽지 못함(苦), 나라고 하는 실체성을 여의었음(無我)을 꿰뚫어볼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나아가 모든 존재가 궁극적인 그 자신다움을 여의었음(空)을 통찰하여, 마침내 뭇 존재의 참으로 그러함(眞如)에 도달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법한다.

10분 휴식후 이어진 명상 때는 지도교수와의 개인 면담이 있었다. 수행자들이 차례로 법당의 옆에 붙어있는 작은 방에서 인터뷰를 하고 나왔고, 기자 역시 황 교수와 마주 앉아 인터뷰를 했다. 기자는 평소에 간화선 수행을 통해 호흡과 감각, 마음을 관찰하는 공부를 해왔기에 관법명상에 큰 어려움은 없었지만 미세한 감각을 관찰하는데는 서툴다고 말했다. 이에 황 교수는 관법명상이 간화선 수행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개인 면담이 끝난 후에는 ‘사랑의 명상(자애관)’이 진행됐다. 모두 둥글게 마주보고 앉은 채 황 교수가 낭독하는 자작시를 듣고 명상을 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나는 사랑하리라. 이 모든 존재를. 나는 너를, 당신을, 그리고 모든 생명있는 존재들을. 부디 모든 생명 있는 존재가 평화롭고 행복하기를…. 모든 존재가 더불어 조화롭게 있기를….”

황 교수는 자애관을 통해 명상관법이 나아갈 방향을 암시했다. 즉 위빠사나에 중관, 화엄사상을 가미한 대승 관법을 명상관법으로 명명하고, 자비사상과 보살행을 강조하는 것이다.

점심 공양후 친목모임 시간에서는 3일부터 진행된 2박3일간의 수행을 평가했다. 지난 1월과 2월 5박6일씩 열린 1, 2차 수행에 이어 참석한 재학생들은 관법명상이 이제는 자기 것이 될 정도로 익숙해졌다는데 공감했다. 처음 참석한 일반인들도 호흡과 감각의 관찰을 통해 평정심을 얻게 돼 일상생활에 부딪치는 문제에서 도망치지 않고 마주한 채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홍운기-김난구 부부는 “명상을 통해 부부간에 더욱 성숙한 신뢰를 형성하게 됐고 각자의 내면세계를 풍성히 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앎과 삶의 조화를 추구한 이번 수련회는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www.sgsb.ac.kr) 상담심리학과 명상치료전공 실습의 일환으로 열렸으며, 처음 일반인들에게 개방됐다. (02)808-6582
김재경 기자 | jgkim@buddhapia.com |
2003-05-09 오전 8: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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