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을 닦아내듯 마음을 닦아∼ 지혜의 씨를 뿌려 복전을 닦고 ♬♪ ∼"
4월 21일 부산 대청동 보덕사 개원법회에는 주황색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자비실천합창단(단장 한 대각행)의 음성공양이 울려 퍼졌다. 좁은 법당에서 그리 많지 않은 불자들에게 들려주는 찬불가지만 노래하는 마음은 결코 큰 무대에 설 때와 차이가 없다. 법회가 시작되기 한시간 전, 이미 행사장에 도착해 좁은 방안에 옹기종기 모여 연습을 하는 모습에서도 정성어린 음성공양의 마음이 담겨있다. 합창단이 연습을 하는 동안 한 단장은 개원법회 이모저모를 일일이 챙기며 종종걸음을 치고 있다.
특정 소속사찰이 없는 자비실천합창단이 보덕사처럼 합창단이 없는 사찰이나 단체의 행사에서 음성공양 봉사를 펼쳐 온 지도 벌써 10년째를 맞았다. 1994년 7월 22일, 찬불가를 무료로 가르쳐주는 찬불가교실로 시작해 이제 50여명의 단원이 활동하는 어엿한 합창단이 되었다. 여느 합창단이 소속사찰을 갖고 활동하는 것과는 달리 자비실천합창단은 사찰의 한계를 넘어 합창단을 필요로 하는 곳이면 어디든 마다 않고 달려간다.
"형편이 어려운 곳에서 연락이 많이 와요. 근사한 무대가 아니어도 부처님 가르침을 노래로 전할 수 있다는 마음 하나로 즐겁게 받아들이고 있어요."
한 단장은 회원들이 내는 만원의 회비와 사비를 털어 어렵게 합창단을 운영하면서도 합창단을 초청한 곳이 어려우면 차비 한푼 받지 않고 심지어 십시일반 보시금을 걷어 내놓고 오기도 한다. 한회장의 한결같은 자비실천의 마음이 회원들의 보시와 봉사로 확대되었고 음성공양을 인연으로 다양한 사회봉사활동도 펼치고 있다. 크고 작은 봉사마다 경비가 만만찮아 어려움을 겪지만 요즘은 회원들이 더 열성이다. 가족은 물론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 비용 충당에 나서고 있는 김임순(52) 보살은 "노래하는 마음, 보시하는 마음, 봉사하는 마음이 다 같아요. 봉사에 쓰이는 돈은 가치로는 따질 수 없을 만큼 크게 회향된다는 걸 알고 난 후, 그냥 있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재정적 어려움 속에서도 김해교도소, 철원 군부대, 논산훈련소 위문방문과 떡, 단주, 과일 공양은 물론, 지난해 수해지역을 방문할 때는 버스 한대와 트럭에 물품을 가득 싣고 찾아가 자비행을 펼쳤다. 찬불가를 부르며 마음에 녹아든 자비심이 실천의 씨앗이 되어 봉사현장 곳곳에서 열매를 맺고 있는 것이다.
"찬불가를 배우다보니 부처님의 마음을 알게 되요. 찬불가를 배운 후 많이 변화한 저를 보고 주위에서 찬불가를 배우겠다는 사람들이 많아요." 7년 전부터 음성공양 봉사를 하고 있는 유미경(39) 보살의 말에 봉사 10년 차인 이복금(54) 보살도 말을 거든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노래불러요. 찬불가는 그냥 노래가 아니라 부처님 법을 전하는 거잖아요? 우리가 부르는 찬불가를 듣고 많은 이들이 불연을 맺고 고통과 번뇌를 벗어버릴 수 있도록 늘 기도해요."
노래가 곧 기도이고 정진인 자비실천합창단의 음성공양이 있어 보덕사의 개원법회에 참석했던 불자들은 해탈의 기쁨을 맛보고 돌아갔다.